[앵커]
지구 온난화에 따라 탄소 중립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했는데요.이 와중에서 인공 합성 연료. 인공 석유 '이퓨얼(e-Fuel)'이 주목받고 있다고요.
[기자]
이퓨얼은 전기기반 연료(electricity-based Fuel)의 줄임말입니다.

물을 전기분해해 얻은 수소에 이산화탄소 등 탄소 자원을 합성해서 만드는 연료입니다. 수송 연료의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탄소중립 연료로도 불리고요.
이퓨얼은 탄소포집기술을 활용해 이미 공기 중에 있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이를 합성해서 만들기 때문에 이퓨얼이 연소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나오기는 하지만 사실상 탄소 순배출이 제로입니다.

전 주기의 탄소배출량을 봤을때 탄소배출이 제로에 가까워진다고 해서 탄소중립 연료로 불리는 것이죠.

[앵커]
탄소배출이 거의 없다니 탄소중립 시대에 주목받을만 한데요. 이퓨얼 자체는 개발된지 상당히 오래됐다고요.
[기자]
이퓨얼. 합성연료 기술은 100여년전 1920년대 독일의 과학자들이 처음으로 개발했습니다. 일산화탄소와 수소로부터 촉매 반응을 이용해서 액체 탄화수소. 즉 인공석유를 합성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석유 자원이 부족했던 독일은 석탄을 이용해 합성연료를 제조했고요. 이는 2차 세계대전에서 석유 생산과 보급이 어려웠던 독일이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합성연료, 이퓨얼은 2차 세계대전 뒤 석유가 대량으로 보급되면서 다시 잊혀졌습니다. 석유파동 당시에 주목을 받기도 했지만 여전히 석유를 생산하는 것이 저렴하기 때문에 석유에 또 밀렸죠. 하지만 탄소중립시대에 신재생에너지가 주목받고, 탄소중립연료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이퓨얼이 다시 뜨고 있습니다.


[앵커]
사람들에 잊혀졌으나 지구온난화를 계기로 이퓨얼이 다시금 활용될 기회가 생긴 것이네요. 유럽에서 친환경 연료로 급부상하고 있다고요.
[기자]
올해 유럽연합(EU)은 이퓨얼을 탄소중립 연료로 인정했고요. 이는 최근 글로벌 친환경 연료 시장에서 이퓨얼이 다시금 주목받는 계기가 됐습니다. EU는 올해 3월 내연기관 신차 판매 금지 계획을 일부 수정했습니다. 기존에는 가솔린 및 디젤 등 내연기관 신차를 2035년부터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했는데요.
독일의 강력한 반발로 이퓨얼을 사용하는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예외적으로 허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EU는 이퓨얼을 활용한 내연기관 차량 판매가 허용된 만큼, 향후 시장 개척을 위한 연구개발을 지속할 명분이 생겼습니다.

또 EU는 항공유에서도 이퓨얼 혼합의무화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항공기는 연료의 높은 에너지밀도와 동력 시스템 안정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전기차와 같은 전동화 전환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항공기는 기존 화석연료에 비해 훨씬 더 무겁고 부피가 큰 배터리가 필요합니다.

수소전지 또한 전기 배터리보다는 낫지만 여전히 무겁기 때문에 상용화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에 따라 EU는 2030년부터 항공기에 있어서 이퓨얼 혼합의무화를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유럽에서 선도적으로 이퓨얼을 이끌어가는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이퓨얼의 구체적인 장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기자]
이퓨얼은 화석연료와 촉감과 질감이 비슷해 내연기관차에 그대로 쓸수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전기차와 수소차 생산이 늘고 있지만, 내연기관차를 완전히 대체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제에너지기구의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따르면 2050년에도 내연기관 차량의 비율은 전체 중 60%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되는데요. 이퓨얼은 기존 내연기관 차량은 물론, 화석연료 운송 및 보관시설 등 기존의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전기차와 수소차 보급이 빠르게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현재의 내연기관 차량을 유지하면서도 탄소중립을 이룰 수 있습니다.

연간 8천만대 이상 판매되고 10억대 이상 운행되고 있는 자동차 시장에서 내연기관 100%의 대체를 이퓨얼로 하게 될 경우, 총 5조5천억달러의 투자비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반면 전기차의 경우 이퓨얼 대비 37% 추가적인 사회적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전기차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전기차 충전설비와 전력망 투자 등에 막대한 비용이 소모되기 때문입니다.

또 이퓨얼이 에너지 캐리어 역할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 수소가 신재생에너지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수소는 보관과 수송이 어렵지만 이퓨얼은 보관과 수송이 용이하기 때문에 넓은 범위에서 공급책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앵커]
내연기관차에 바로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 이퓨얼의 장점인듯합니다.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도 이퓨얼이 도움이 된다고요.
[기자]
전기에너지 생산에 필요한 광물자원은 일부 국가에 매장량이 집중돼있습니다.

따라서 국제 정세 변화에 따라 에너지 수급이 불안정해진다면, 배터리 원자재 가격 상승 영향으로 전반적인 물가가 급격하게 오르는 '그린플레이션'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 종류의 에너지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상황은 국가의 에너지 안보를 위협할 수도 있고요. 이러한 위험성을 낮추기 위해서라도 이퓨얼과 같은 신재생에너지를 상용화해 에너지 수급 체계를 다양하게 구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군용 차량이나 일부 특수 장비들의 경우 강력한 전자기파로 주변 전자기기를 무력화하는 폭탄인 EMP탄에 노출될 위험도 있습니다. 이에 안보 차원에서도 군에서 이퓨얼을 활용한 전통 엔진 기반 체제를 지속해서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에너지 공급망과 경제, 안보 측면에서도 이퓨얼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정부에서도 이퓨얼 생태계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요.
[기자]
우리나라도 기본적으로 화석연료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환경에서, 친환경에너지 활성화를 통해 탄소중립 달성을 꾀하고 있습니다. 또 우리나라는 수출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잖아요. 내연기관 차량 생산을 중단한다면 수출 경쟁력에 타격을 입을 수도 있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산업통상자원부 주관하에 산업계, 학계 및 연구 분야에서의 전문가들과 '이퓨얼연구회'를 발족했습니다. 또 개발 동향, 경제성 및 탄소중립 연료 생산을 위한 선결과제 등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또 친환경자동차 기본계획에서 이퓨얼 개발 및 활용을 위한 이산화탄소 재활용 프로젝트 추진 계획을 제시했습니다. 이는 수소와 이산화탄소를 원료로 메탄 및 에탄올을 생산해 자동차 및 항공연료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고요. 내년부터 그린 수소 기반의 메탄을 CNG 버스에 적용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또한 그린 수소 기반의 메탄을 활용해 그린 에탄올 생산 기술의 상용화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차량용 에탄올 제조공정 개발과, 가솔린에 에탄올 혼합 적용을 위한 엔진 최적화 기술도 개발하기 시작했고요.

[앵커]
정부도 이퓨얼 활성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듯 한데요. 우리나라 기업들도 이퓨얼에 뛰어들고 있다고요.
[기자]
민간에서도 이퓨얼 시장 진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국내 정유업체들도 이퓨얼을 포스트 원유 시대에 적합한 신규 사업으로 간주하고 투자에 나서고 있습니다.

SK이노베이션은 이퓨얼 기술 취득을 위해서 스타트업 투자에 나섰는데요. 미국 이퓨얼 스타트업인 인피니움에 투자했습니다. 인피니움은 수소를 이산화탄소와 합성하는 액체연료 합성 공정 기술을 보유한 업체로, 이 분야에서 가장 상업화 속도가 빠른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투자로 그린에너지 포트폴리오를 더욱 확장할 계획입니다.

에쓰오일은 모기업인 사우디 아람코와 손잡고 저탄소 미래 대체에너지개발에 나설 예정입니다. 블루 암모니아와 수소 생산 및 탄소 포집 기술, 이퓨얼 기술 개발을 공동 추진하기로 했고요.
HD현대오일뱅크는 파트너십을 통해서 이퓨얼 기술 획득에 나서고 있습니다. 덴마크의 할도톱소와 이퓨얼 공동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HD현대오일뱅크는 고순도 수소를 생산하고 있으며, 바이오 연료에도 관심이 큰 만큼 이퓨얼도 향후 수소를 활용한 대체연료라는 관점에서 사업 확장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연합인포맥스 방송뉴스부 홍경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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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콘텐츠는 연합뉴스경제TV 취재파일 코너에서 다룬 영상뉴스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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