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롯데그룹. 누구나 알고 있는 우리나라의 대표 기업이죠. 그런데 지금 롯데에 유동성 위기가 번지고 있다고요.
[기자]
롯데그룹하면 일반적으로 백화점이나 마트, 식품 등 우리 일상생활에서 접하기 쉬운 소매업을 떠올리는데요. 이 때문에 롯데그룹은 '현금부자' 라고도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롯데그룹이 자금난을 겪는다고 할 때 의아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룹 조직도를 보면 롯데그룹은 유통뿐만 아니라 화학과 건설 등 중후장대 사업도 주축을 담당합니다.

지금 롯데케미칼 시가 총액은 약 7조9천억원으로 8조원에 달하고요. 현재 국내 주식시장에서 상장된 롯데 계열사 중 가장 시가총액 규모가 큽니다. 그런데 현재 롯데그룹의 중후장대 포트폴리오 대표인 롯데케미칼이 휘청거리고 있죠. 또 롯데건설도 자금난을 겪으면서 그룹 전체로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고 있습니다.


[앵커]
롯데건설, 롯데케미칼부터 유동성 위기의 불씨가 번지고 있는 것 같은데요. 이번에 국내 신용평가사에서 롯데그룹 전반의 신용등급을 내렸다고요.
[기자]
지금까지 롯데그룹 계열사들은 유통 부문에서 창출되는 현금흐름으로 전반적으로 우수한 신용등급을 받고 있었습니다. 사실상 그룹 전체가 한 몸이라고 인식된 거죠. 하지만 1차로 롯데건설 유동성 위기로 긴급 자금 수혈에 들어가고. 2차로 롯데케미칼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그룹 전반으로 유동성 리스크가 퍼질 것을 우려한 신용평가사들이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신용등급을 일제히 낮췄습니다.

국내 신용평가사 중 하나죠. 나이스신용평가는 롯데케미칼뿐만 아니라 그룹 지주회사인 롯데지주, 금융계열사 롯데캐피탈, 롯데렌탈의 신용등급을 일제히 하향했습니다. 롯데지주의 경우 신용등급 'AA-'까지 떨어졌는데요. 여기서 한단계만 내려가면 A등급 레인지에 들어가기 때문에 위험한 상황입니다. 나이스신평은 그룹 전반의 빚이 늘고 수익성이 떨어졌다고 평가했습니다.

신용등급이 떨어졌다는 것은 말 그대로 돈을 갚을 여력이 하락했다는 의미고요. 돈을 빌리려면 이자를 더 내라 이런 것이거든요. 안 그래도 돈이 없는데 그룹 사정이 더 힘들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나이스신용평가뿐만 아니라 다른 국내 신용평가사 중 1곳인 한국신용평가도 롯데케미칼과 롯데지주의 신용등급을 낮췄습니다. 게다가 롯데그룹의 핵심 유통 캐시카우 롯데쇼핑의 신용등급을 강등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그룹 전체의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것은 이례적인 일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신용등급 하락의 트리거. 롯데케미칼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앵커]
롯데케미칼의 경우 글로벌 경기 둔화의 폭풍을 맞았습니다. 앞에서 이야기드렸다시피 롯데케미칼은 롯데그룹의 핵심 중후장대 계열사고요. 롯데지주뿐만 아니라 롯데물산 등 롯데 계열사들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롯데케미칼이 어려움을 겪으면 전 계열사로 위기가 전이될 수 있죠.
롯데케미칼을 살펴보면 기본적으로 석유화학회사로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고요. 코로나19가 처음으로 확산한 2020년 초 이외에 최근 5년 평균 약 10%의 영업이익률을 보이는 등 견조했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과 경기 침체로 전방 수요가 위축됐고요. 가장 중요한 고객인 중국이 침체의 늪에 빠지면서 롯데케미칼도 힘겨운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이에 지난해 2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연속 분기 적자를 내고 있습니다.

또 과거의 일진머티리얼즈죠.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를 인수하기도 했는데 돈을 너무 많이 썼어요. 무려 2조7천억원에 인수했고요. 여기서 인수금융 차입에 약 1조3천억원을 썼습니다. 대규모 인도네시아 설비투자에 조단위 돈이 계속 나갔습니다.

게다가 제 코가 석 자임에도 롯데건설 유동성 위기 때 모회사로 자금 지원에 나섰죠. 이러다 보니 돈은 적게 들어오고 나가는 돈은 많고 자금을 조달하다 보니 빚이 지속해서 늘었습니다. 롯데케미칼의 총차입금은 2021년 3조6천억원 수준이었으나 올해 1분기 말에는 8조3천억원까지 증가했습니다.

롯데케미칼은 빚뿐만 아니라 주주들한테도 손을 벌렸는데 올해 1조2천억원의 유상증자에도 나섰습니다. 이렇게 수혈했음에도 여전히 과중한 차입금 부담을 겪고 있습니다. 신용평가사들도 롯데케미칼의 채무상환 능력. 빚을 갚을 능력을 의심하고 신용등급을 하향했고요. 자금 사정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앵커]
롯데케미칼이 상당히 어려운 상황인 것 같은데 지난해 위기를 겪었던 롯데건설은 좀 어떤가요.
[기자]
롯데건설은 지난해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과도한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었습니다. 워낙 PF 관련 빚이 많다 보니 자체적으로 버틸 수 없게 되자 롯데케미칼 등 모회사뿐만 아니라 할아버지 격인 롯데지주, 심지어 신동빈 회장까지 돈을 쏘며 롯데건설 살리기에 나섰습니다.

롯데건설 위기로 롯데건설 사장이 사임을 하는 상황까지 나섰고요. 이후 롯데건설은 올해 초 메리츠금융그룹의 1조5천억원 규모의 자금협약을 통해 단기적 자금 사정에 조금 숨통을 트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PF 위기가 진정되지 않는 상황이고요. 최근에 태영건설과 한신공영 등 건설사들의 신용등급이 또 하락했잖아요. 망하는 건설사들도 나오고 있고요. 시장 이야기를 들어보니 롯데건설을 포함해 PF 위기가 끝났다고 보기는 힘들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라고 하는 분위기가 아직은 금융시장에서 있는 듯합니다.


[앵커]
롯데건설 상황도 지켜봐야 할 것 같은데요. 믿었던 롯데쇼핑마저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모습을 보였어요.
[기자]
사실 롯데쇼핑이 롯데그룹의 최후의 보루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견고한 모습을 보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번에 신용등급이 내려가겠다고 해서 의아해하시는 분도 있을 것 같아요. 이번에 롯데쇼핑의 신용등급을 내린 한국신용평가는 모회사인 롯데지주가 신용등급이 떨어져서 이를 받았다고 했지만, 롯데쇼핑 역시 부채 부담이 크고 온라인 채널 성장에 따른 수익 기반이 악화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롯데쇼핑은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슈퍼마켓 등을 운영하고 있고, 롯데홈쇼핑과 롯데하이마트 등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백화점은 여전히 견조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으나, 온라인 채널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올해 한국딜로이트 그룹이 발표한 글로벌 유통업 순위에서도 쿠팡, 이마트 다음이었습니다.

전자제품 판매 부진과 홈쇼핑 새벽방송 정지로 롯데쇼핑이 타격을 입었고요. 그리고 한샘 인수로 돈을 또 쓰면서 지출이 늘고, 온라인 대응과 경쟁력 유지를 위한 지속적 투자로 차입 부담도 늘었죠. 자금 상황이 썩 좋지는 않습니다.


[앵커]
롯데 계열사를 살펴보니 전반적으로 상황이 녹록지 않은 듯합니다. 롯데지주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요.
[기자]
롯데지주는 롯데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롯데그룹의 신사업 투자와 성장 동력 마련, 계열사 지원 등의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지나친 사세 확장과 M&A로 지주마저 어려워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롯데지주는 지난해 미니스탑을 인수하면서 코리아세븐 유상증자에 약 4천억원 규모로 참여했고요. 신사업에 뛰어들면서 롯데헬스케어와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설립하면서 약 2천500억원을 투자했습니다.

올해는 롯데케미칼과 롯데바이오로직스 유상증자에도 나서고 있고요. 굵직한 M&A 이외에도 카셰어링 기업 쏘카, 자율주행 스타트업 포티투닷, 펀딩플랫폼 등에 지분투자도 나섰습니다. 투자에다 자회사 지원까지 돈쓸 곳은 많은데, 자회사들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롯데지주 순차입금은 약 3조3천억원까지 늘었고요. 채무 부담이 늘면서 재무 구조가 악화하는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앵커]
롯데그룹. 건설에서 유동성 위기가 시작되고 롯데케미칼까지 어려워지면서 신용 위기에 직면한 듯합니다. 앞으로의 전망은 어떻게 보시나요.
[기자]
앞으로 롯데건설과 롯데케미칼 등 롯데그룹의 중후장대 포트폴리오 사업 정상화가 롯데그룹의 유동성 우려 해소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봅니다. 이들 기업의 사업성이 개선되고 재무 사정이 좋아져야 롯데그룹이 한숨 돌릴 것으로 전망됩니다.

롯데케미칼의 경우 전반적인 석유화학 산업 턴어라운드를 점치는 시장 참가자들도 있는데요. 중국 경쟁업체들의 증설이 지속해서 이뤄져 공급 과잉 우려도 있고, 아직도 중국 리오프닝 이후 수요 회복세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아 이익 회복에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또 대규모 해외 투자 등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실적 악화로 현금창출력이 줄고 차입금이 늘면 재무 안정성이 추가 악화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롯데건설은 아직까지 꺼지지 않는 불씨로 남아있고요. 주택 경기 침체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레고랜드 사태와 같은 자금 경색이 또다시 발생한다면 그룹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습니다. 현재 조달했던 자금들의 차환 상황도 눈여겨봐야 할 것 같고요.

[앵커]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자금 사정을 앞으로 눈여겨봐야겠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부산롯데타워를 짓는다는 소식이 들려온다고요.
[기자]
롯데그룹이 서울의 랜드마크인 롯데월드타워를 지었었죠. 이번에는 부산에 부산롯데타워를 짓습니다. 부산시는 이달 부산롯데타워 설계변경을 허가했고요. 올해 8월 중순 공사가 시작되고 이르면 2026년 상반기 완공이 될 예정입니다. 높이는 340미터, 67층 높이로 짓고요. 완공된다면 부산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그런데 롯데의 자금 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부산롯데타워를 순조롭게 건설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시장의 의문도 나옵니다.

과거 잠실 롯데월드타워를 지을 당시에도 롯데가 자금난 겪는다는 이야기에 싱크홀, 갈라짐, 호수 물 빠짐 등등으로 말들이 많았으나 결국 끝까지 짓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롯데그룹 사정이 그렇게 좋지 않은 상황에서 마천루를 짓는 것에 대해 걱정의 목소리도 시장에서 나옵니다. 현재 롯데쇼핑 내 건설 TF가 생기고 롯데쇼핑이 건설 발주를 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과거 롯데월드타워 때처럼 전사적으로 롯데그룹의 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번 대규모 건설사업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롯데그룹이 마천루 두 개를 짓고도 '마천루의 저주'에 빠지지 않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연합인포맥스 방송뉴스부 홍경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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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콘텐츠는 연합뉴스경제TV 취재파일 코너에서 다룬 영상뉴스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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