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홍경표 기자 = 국민연금이 정치권의 공공투자 요구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국회 1당으로 올라선 더불어민주당이 특별위원회까지 구성하며 본격적인 압박에 나섰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투자여부는 운용 원칙에 따라 결정된다는 원론을 내세우고 있지만 원내 1당의 요구를 외면할 수도 없어 난감한 처지에 빠졌다.

◇더민주 "국민연금, 공공임대주택 등 100조원 투자하라"

26일 국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연금 공공투자정책 추진 특별위원회'를 지난 25일 당내 설치했다.

더민주는 특위에서 국민연금이 '국민안심채권'을 매입해 그 재원으로 공공임대주택과 보육시설을 확충하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국민안심채권은 중앙정부 등 공공기관이 발행하고 용도는 장기공공임대주택이나 공공인프라 투자로 제한된다.

투자규모는 매년 여유자금 10조원씩, 10년간 총 100조원이다. 이는 국민연금기금 국내 채권 포트폴리오 273조원(지난 2월말 기준)의 36%, 해외채권 포트폴리오 22조9천억원의 4배에 달한다. 국내주식 포트폴리오 93조7천억원와 맞먹는다.

제 3당으로 도약한 국민의당도 총선 공약으로 청년세대의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청년희망 임대주택'을 국민연금 재원으로 만들겠다고 발표해 국회를 장악한 야권의 공공투자요구는 점점 더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야당은 국민안심채권이 국채수익률을 보장하고, 투자가 집행되면 국민연금 내의 국채 등 투자 포트폴리오만 조정하면 되기 때문에 수익률에는 큰 변화가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연금, 야당의 공공임대주택 투자 계획에 '부담'

국민연금은 이런 야당의 움직임을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구체적인 투자포트폴리오까지 정치권의 영향을 받게 되면 기금운용의 독립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정부에서 추진하는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 사업에도 참여를 검토하고있는 만큼 정치권의 요구를 수용하더라도 비슷한 선에서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국민연금은 지난 2월 정부와 뉴스테이 투자협약을 맺고, 최우선적으로 뉴스테이 투자 정보와 기회를 제공받는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획득했다.

정부는 국민연금이 뉴스테이 지분 참여를 통해 연 5% 내외의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대신 뉴스테이 투자 규모를 키워 양질의 임대 주택이 공급되도록 할 계획이다.

국민연금은 재정안정성과 수익성의 원칙에 기초해 투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어떠한 방식의 주택 투자를 한다고 하더라도 정치적 논란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뉴스테이 투자는 운용규정이나 투자 원칙에 따라 결정할 계획이다"며 "공공임대주택 투자 뿐만 아닌 모든 투자는 수익성과 안정성을 고려한 최선의 투자 의사결정에 따라 진행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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