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다정 기자 = 최근 중국의 통화완화 기대감이 약화해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갑자기 은행 자산관리상품(WMP) 규제까지 나선 배경은 무엇일까.

21세기경제보도 등 중국 언론에 따르면 은행업감독관리위원회(은감회)는 은행의 WMP 투자를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WMP는 높은 수익률을 제시해 개인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한 다음 이를 그림자은행, 주식,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파생상품 등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통상적으로 금융당국의 금융 리스크 관리 강화는 주식시장 조정의 빌미로 작용하기 때문에 가뜩이나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금융시장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 中당국, 은행 WMP 규제 나선 배경은 = 28일 국내외 전문가들은 중국 당국이 은행 WMP 규제를 검토하는 배경에는 작년 말 기준으로 은행의 WMP 잔액이 빠르게 급증해 금융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작년 말 기준 은행의 WMP 잔액은 23조5천억위안으로 작년 대비 56% 급증했다. 이는 2014년 증가율인 47%보다도 높다.

2013년 당시 중국은 급격하게 늘어난 WMP로 기초자산과 투자자금의 '만기 미스매칭(Miss Matching)' 현상이 발생해 은행 간 단기 자금금리가 폭등하고 주식시장이 폭락한 경험이 있다.

최설화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013년 이후 은행 WMP 만기 미스매칭 현상이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하반기 구조조정과 회사채 디폴트(채무불이행)가 증가함에 따라 금융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올해 하반기 회사채 만기도래 물량은 사상 최대 규모인 약 2조7천억위안에 달한다.

최 연구원은 또 "시장 금리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달성하기 위해 우회적으로 신탁, 어음, 주식 등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의 운용 투명성도 높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하반기 금융리스크 확대에 대비해 중국 정부가 선제적인 위험 관리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다.





<자료: 한국투자증권>

◇ 中증시, 규제 강화에도 실제 자금 유출은 제한적 = 전문가들은 다만 이번 규제가 시행되더라도 연초와 같은 증시 폭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고 전망했다.

아직 신규 개정안의 규제 수위가 어느 수준인지 잘 모를뿐더러, 중장기적으로 금융기관에 대한 리스크 관리 강화는 전체 시스템 위험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신규 개정안에 따른 기존 WMP 자금의 유출 규모도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 연구원은 작년 말 은행의 WMP 잔액이 23조5천억위안이고, 주식투자 비중이 약 2.3%라 보수적으로 모든 은행이 주식투자를 못 한다고 가정해도 자금 유출 규모는 약 5천400억위안으로 추정된다.

이는 중국 증시 7월 일평균 거래대금인 6천억위안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다만 신규 은행자금의 유입 기대가 약화하면서 당분간 투자심리가 크게 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국제금융공사(CICC)는 "향후 증시에 새로운 자금이 유입하는 데 제한이 있을 수 있다"며 "당국이 WMP를 통한 주식투자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만큼 앞으로 투자를 제한하는 조치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성연주 대신증권 연구원은 "규제가 시행되면 은행과 증시 수급에는 단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나 앞으로 연기금의 증시 투입 등 정부의 유동성 공급 확대 정책이 시행될 것이기 때문에 증시 조정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료: 한국투자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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