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금융위기 후 3년간의 기나긴 구조조정이 지속됐지만 내년에도 주변 여건이 험난한 과정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채시장과 신용평가업계 전문가들은 16일 자금조달 단기화, 주택수요 부진, 금융권 '디레버리징' 등의 요인으로 중견 건설사의 유동성 부담은 2012년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금조달 단기화 = 전문가들은 건설사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관련 자금조달의 만기가 점차 단기화돼가는 것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건설사도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과거 '론(Loan)'을 해주던 금융기관이 여신을 회수하자, 만기가 짧은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으로 조달선을 돌릴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ABCP는 조달금리가 낮아지는 장점이 있지만, 만기가 3~6개월짜리로 줄어드는 단점이 있다. 또 3~6개월마다 ABCP를 재발행해야 한다면 차환위험은 그만큼 커진다.
특히 재발행에 대한 사전 합의나 계획이 전혀 없이 발행되는 단회차 'ABCP' 발행 규모의 확대가 문제다. 이는 차환시점(3~6개월)마다 차환조건을 두고 건설사와 채권자 간의 줄다리기가 반복되게 하기 때문이다.
신환종 우리투자증권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는 "이 과정에서 추가적인 법정관리와 워크아웃이 부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특히 A등급 건설사의 ABCP 비중이 높아 차환과 관련한 어려움에 자주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ABCP 단회차 발행 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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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수요 부진 =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지 않으면서 예정사업장의 착공이 계속 지연되는 점도 건설사의 재무건전성에 치명타다.
2010년 이후 금융권의 자금회수 성향이 강화됨에 따라 착공을 하지 않은 예정사업장 PF 규모가 감소 추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여전히 전체 건설사 PF 우발채무에서 예정사업 비중은 5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주요 예정사업장이 수도권에 집중돼 착공 지연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큰 점은 더 큰 골칫거리다. 수도권의 분양률이 지방보다 상대적으로 저조하기 때문이다.
해당 사업장의 사업성이 하락하면 이를 반영한 이자율은 차환 때마다 상승한다.
고려개발을 '워크아웃'에 들어가게 한 용인 성복사업장의 경우도 이자부담이 과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 초기 한 자리 수 이던 PF대출 금리가 16%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이 결과 수년간 사업이 지연되면서 이자비용만 1천억원대가 지출됐다.
<예정사업장 지역 분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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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디레버리징 = 금융권의 '디레버리징'이 내년에도 계속될 가능성도 건설사의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이유가 될 전망이다.
위험업종으로 분류되는 건설업에 대한 익스포져는 제1금융권을 중심으로 2009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했지만, 보수적인 차환 기준 적용은 유지질 가능성이 크다.
금융권은 예정 PF사업장에서 자금회수가 늦어지면 극단적으로 사업지 매각에 나설 수도 있다.
특히 문제는 제1금융권의 축소된 익스포져를 받아줄 제2금융권의 자금 여력이 없다는 점이다.
저축은행, 캐피탈 등 제2금융권은 2010년까지 제1금융권의 익스포저를 일부 충당했지만, 저축은행영업정지와 캐피탈사 규제 확대로 현재 손발이 묶인 상태다.
liber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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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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