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는 그동안 그리스와 포르투갈, 아일랜드 등 주변국에서 문제가 터지면 중심국들이 나서 사태를 수습하는 식으로 전개돼 왔다.

여기에서 주변(periphery)과 중심(core)을 가르는 기준으로는 재정 건전성이 가장 중요하게 꼽혀 왔다.

이에 따라 유로존의 최대 경제국 독일과 함께 경제 규모가 비교적 작은 네덜란드와 핀란드 같은 나라도 보통 중심국으로 분류되곤 했다.

이 나라들의 공통점은 모두 신용등급이 'AAA'라는 점이다.

미국 경제방송 CNBC는 그러나 주변국에서 발생한 위기의 여파가 중심국에도 영향을 끼치기 시작하면서 주변국과 중심국의 경계가 점점 흐려지고 있다고 지난 14일 보도했다.

CNBC는 이러면서 이제 유로존 중심국 안에서도 건전성이 처지는 '소프트코어(soft core)'와 사정이 보다 나은 '하드코어(hard core)'로 구분이 발생하게 됐다고 진단했다.

중심국이라고 마냥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건전성에 따라 차등을 둘 수밖에 없는 지경으로 유로존 위기가 심화했다는 설명이다.

하드코어의 대표가 유로존의 맹주 독일이라면 소프트코어의 대표는 프랑스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이 90%에 가까운 프랑스는 지난해부터 신용등급 강등 루머에 몸살을 앓더니 결국 지난 1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로부터 'AAA' 등급을 잃었다.

무디스와 피치는 프랑스의 등급을 'AAA'로 유지하고 있지만, 등급 전망을 '부정적(Negative)'로 부여해 등급 하향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유로존 2위 경제 대국으로서 자존심에 상처가 생길 만한 일이다.

하지만, 하드코어 국가들이라고 해서 'AAA' 등급이 안전한 상황은 아니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의 잇따른 신용등급 강등으로 이른바 '빅3' 신평사 모두에게서 'AAA' 등급과 '안정적(Stable)' 전망을 부여받은 유로존 국가는 이제 한 곳도 안 남게 됐다.

독일마저 무디스로부터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받은 지경이다.

'독일도 안심할 수 없다'는 말이 심심찮게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국제경제부 김성진 기자)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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