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달러-원 환율이 올해 마지막 거래일 장중 연저점을 경신했다.

28일 연합인포맥스 달러-원 월별 분기별 거래종합(화면번호 2161)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이 연말에 연저점을 경신한 것은 지난 2012년 1,070.60원(12월28일) 이후 5년 만의 일이다.

수출업체 네고물량과 외환당국 스무딩오퍼레이션(미세조정) 부담이 맞물리는 장세가 지난 2012년 연말과 비슷한 양상이다.









◇2012년 연말 거래일, 레벨·수급·당국 데자뷰

달러화는 2012년에도 연말 종가를 연저점으로 거래를 마쳤다.

달러화 연말종가가 하락하면서 1,070원선에 근접한 것도 2012년 최종거래일과 겹친다.

당시 서울환시는 수출업체 네고물량과 미국 재정절벽 관련 협상이 긍정적으로 마무리될 가능성 등에 리스크온(위험선호) 심리가 불거져 달러화가 약세를 보였다.

그 때도 외환당국 경계로 달러화는 장중 줄곧 1,071원선을 유지했고, 장막판에 네고물량이 유입됐음에도 1,070.60원에 연말 종가를 형성했다

이날 오후 2시32분 현재 달러화는 연저점 반작용에 1,076원대까지 오른 후 수출업체 네고물량이 우위를 보이면서 1,070.40원에 연저점을 경신했다.

달러화가 1,070원대 초반에서 줄곧 좁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지만 수급은 무거운 흐름이다.

장막판 수출업체 네고물량이 유입될 경우 1,070원선을 위협할 가능성도 열어둘 만하다.

◇'쏠림 없는 하락'에 외환당국 '운신의 폭' 축소

연말 최종거래일의 연저점 경신은 외환당국이 별다른 개입 의지를 보이지 않은 영향이 크다.

외환당국은 과거와 달리 달러화가 크게 쏠리지 않는 한 인위적인 개입은 자제하는 행보를 유지하고 있다.

달러화는 마지막 4거래일 연속 하루에 2.00~3.00원 정도 하락하고 있다.

수급이 쏠리지도, 변동성이 크지도 않은 상황인 만큼 외환당국은 연말 연중저점을 용인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연말 종가를 억지로 1,080원선 부근으로 올려놓는다해도 달러 약세를 막기는 어렵다.

즉, 인위적인 연말 종가관리가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적극적인 연저점 방어를 하기에는 외환당국의 운신의 폭이 현저히 좁아진 셈이다.

고환율정책을 내세우며 고강도 개입을 하던 과거와 달리 최근 당국 스탠스는 변동성 관리 차원의 스무딩오퍼레이션(미세조정)에 머무르는 점도 달라진 점이다.

한 외환시장 참가자는 "시장이 크게 쏠린 것도 아니고, 종가관리로 특정 레벨까지 올린다 하더라도 누군가는 이익을 보고, 누군가는 손해를 본다"며 "아시아통화도 강세를 보이고, 달러-엔 환율도 하락하고 있어 원화만 따로 움직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환시 "연초 자율조정 기대…글로벌 달러약세 확신못해"

환시 참가자들은 달러화가 연말에 하락하면서 내년초 달러화 약세 흐름이 어느 정도 조정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수출업체 네고물량이 어느 정도 소화되고, 레벨이 낮아지면 연초 달러화 숏플레이도 강하게 집중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에서다.

달러화가 1,070원대에 연말 종가를 형성하면 연초 방향성은 위아래로 모두 열려있다고 볼 수 있다.

다른 외환시장 참가자는 "새해에는 달러화 방향성의 스펙트럼이 클 수 있다"며 "위, 아래, 옆 모두 열려있어 달러 약세 일방향으로만 시장을 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환시 참가자들은 올해 연초에 달러 강세 전망이 우세했다 무너지는 과정이 달러 약세를 불러일으킨 점도 의식했다.

이들은 미국 금리인상이 반영된 상황에서 유럽중앙은행(ECB)의 긴축 기조가 주목받으면서 글로벌 달러가 유로화 대비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신흥국 통화 대비로는 달러 강세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또 외환딜러는 "미 달러가 유로, 엔화 대비로 약세를 보이는 것을 신흥국 통화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미국보다 한국 펀더멘털이 더 좋을지, 금리인상 속도가 어떨지 신중히 봐야 한다"고 말했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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