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지연 김경림 기자 = 증권가에 보너스 시즌이 돌아온 가운데 일 잘하는 펀드 매니저들을 붙잡기 위한 자산운용사들의 성과급 체제도 다양해지고 있다.

인사고과 최고등급을 유지하면 5년 뒤 거액의 성과급을 주는 미래에셋자산운용부터 증권사의 '프랍 트레이더' 성과급 지급 방식을 차용하는 곳들도 있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인사고과 최고등급을 3년 연속 받은 직원을 대상으로 거액의 성과급을 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성과급은 5년 후에 주는데, 이듬해 인사고과가 하락하거나 다른 회사로 이직하면 받을 수 없다.

즉, 계속 미래에셋운용에 남아서 좋은 성과를 올려야 성과급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성과가 좋은 직원들인 만큼 이 성과급 대상자들은 임원 승진 등에서도 유리한 경우가 많다. 외국계 기업이 임원 승진 후보자들을 따로 뽑아 트레이닝하는 것과 유사한 성격을 가진다는 평가다.

한 미래에셋운용 관계자는 "외국계 기업들이 임원 승진 대상자들을 특별관리하는 제도를 갖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며 "유능한 직원들이 이 회사에서 오랫동안 일하면 그만큼 보상을 잘 해주겠다는 취지에서 주는 성과급"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사의 자기자본(PI)을 운용하는 프랍트레이더 출신들이 운용업계에 잇따라 진출하고 있는 점도 운용사의 성과급 체계를 바꾸고 있다.

프랍트레이더들은 대체로 자신이 낸 수익의 30~50% 이상을 성과급으로 가져가는 구조로, 펀드매니저의 운용·성과보수와는 차원이 아예 다르다. 수익률도 절대적이기 때문에 이런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해줘야 한단 취지에서다.

펀드매니저에게도 프랍 트레이더들과 비슷한 성과급을 주는 곳은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이 대표적이다.

운용보수는 1% 정도로 다른 운용사와 비슷하지만, 각각의 매니저가 고른 종목이 펀드 수익률이 기여한 정도에 따라 성과급을 달리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성환 타임폴리오운용 대표가 대우증권 딜링룸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어 이런 성과급 체계를 자신의 운용사에도 적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새로 등장하는 헤지펀드들도 프랍식 성과급 체계를 도입하고 있다.

마이퍼스트애셋은 운용역이 낸 수익에서 고정비를 제외한 뒤,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한다.

이 회사는 김재학 전 파레토투자자문 대표와 김지성 전 노무라증권 홍콩법인 아시아리서치 헤드가 설립했다.

성과를 확실하게 판별하기 위해 투자 종목별로 담당 매니저를 분리하고 추천, 매도 등의 시점을 기재해 관리한다.

또 일부 신규 운용사는 아예 고정비도 제외하고 성과의 30%를 무조건 인센티브로 주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성과급을 대거 받아 챙기던 프랍트레이더 출신들이 헤지펀드 업계로 넘어오면서 이들을 만족하게 할만한 수준의 성과급 체계가 보편화하고 있다"며 "처음에는 타임폴리오운용이 독보적이었으나 이제는 점점 이런 시스템이 많아지는 추세다"고 전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일부 증권사 프랍데스크에서 약속한 성과급을 주지 않는 일들이 비일비재해진 점도 문제다"며 "이 때문에 아예 비슷한 수준으로 보상하는 헤지펀드로 넘어가는 인력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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