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재영 기자 = 청운(靑雲)을 품고 국내 보험사업에 뛰어든 외국계 금융사들이 하나둘씩 우리나라를 떠날 채비가 한창인 가운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업계 관계자들은 토종 보험사들의 막강 판매 채널인 보험설계사 조직에 대한 외국계 보험사들의 전략적 판단 부족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판매 채널에 대한 국내 보험시장 특성의 이해 부족과 더불어 설계사 확보를 위한 선수당 지급 비율 확대 등 출혈경쟁 '자충수'가 결국 국내시장 철수로까지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 외국계 보험사 한국 떠날 채비 '분주' =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8년 국내에 진출한 영국계 아비바생명은 보유하고 있는 47% 수준의 지분 매각하기위해 가격 실사를 진행중이다.

우리금융이 매각 지분 전량을 인수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관련 업계에서는 연내에 딜이 마무리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네덜란드에 본사가 있는 ING그룹도 KB금융과의 ING생명 한국법인 매각 협상이 사실상 마무리된 상황이다.

온라인 자동차보험사 에르고다음다이렉트도 최근 프랑스계 악사손해보험의 최대주주인 악사S.A에 지분 100%를 넘겼다.

▲ 잇따른 국내 탈출 '러시' 왜 = 아비바생명이 한국 진출 5년도 채 안 돼 떠나는 것을 비롯해 외국계 보험사들의 이같은 한국 시장 철수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보험업계의 토착화된 판매 구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막강한 '아줌마 설계사' 조직의 판매채널에 상대적으로 설계사 조직이 약한 외국계 보험사들이 점유율을 확대하기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대형 생보사의 한 관계자는 "외국계 보험사들의 국내시장 진출 초기에 고학력의 남성 설계사를 앞세워 영업에 나섰지만 반짝 효과만 있었을 뿐 지속되지는 못했다"며 "국내 보험시장에 자리잡기에는 '넘사벽(넘을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라는 의미의 줄임말)'이 분명 존재한다"고 말했다.

토종 보험사들이 이처럼 탄탄한 영업망을 갖추고 있다보니 이를 만회할 수 있을만한 설계사를 확보키 위해 해외사들이 과열 경쟁을 보인 게 패착이 됐다는 진단도 있다.

과거 해외사들이 '수당 선지급' 전략을 앞세워 고학력의 우수 남성 설계사들을 유치하려 과열 경쟁을 하다보니 부실계약과 불완전판매가 줄을 이었고 결국 판매 부진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해외사들이 앞다퉈 매력적인 영입 조건을 제시하자 설계사들이 무리를 지어 이곳저곳 보험사를 옮겨다닌 데 따른 결과다.

외국계 한 생보사 관계자는 "국내사들이 이미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구조"라며 "토착화된 상품과 영업조직을 내세워 해외사들이 자리를 잡기가 쉽지 않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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