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지금> 월가 은행 대손충당금으로 본 코로나19
<뉴욕은 지금> 월가 은행 대손충당금으로 본 코로나19
  • 곽세연 기자
  • 승인 2020.07.16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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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연합인포맥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도 금융시장은 펄펄 날고 있다. 투자심리는 물론 소비자 심리도 강하다. 최악은 지나갔다는 인식은 더 강해졌고, 경기 전망이 더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보다는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뚜렷하다.

최악을 상정했지만, 출발이 나쁘지 않은 어닝시즌도 한몫했다.

2020년 2분기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전 세계의 경제 봉쇄가 잇따르던 4월, 빠른 경제 재개와 억눌릴 소비가 분출됐던 5월, 재확산과 그에 따른 경제 활동에 재차 제한이 가해진 6월로 구성된 전례 없는 분기다.

실적 포문을 연 JP모건, 씨티그룹, 웰스파고 등 3대 은행의 2분기 실적은 뉴욕증시 상승세를 꺾지 않고 오히려 상승 탄력을 높일 정도로 괜찮았다.

JP모건과 씨티그룹의 수치는 시장 예상을 웃돌았다. 웰스파고는 시장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지만, 크게 벗어난 정도는 아니었다. 고전 속에서도 비교적 선방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에너지 업종처럼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되지는 않았지만, 금융 업종은 코로나19로 주된 타격을 본 곳 하나였다.

이들 은행의 실적을 끌어올린 것은 트레이딩이다. 주식과 채권 호조로 트레이딩이 월가 은행을 먹여 살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금융과 투자은행 부분도 이익에 기여했다. 웰스파고 실적이 상대적으로 부진한 것도 이런 부분이 작용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는 2분기에 대해 "믿을 수 없는 트레이딩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보다 잘하길 희망하지만, 모르겠다"며 "이런 트레이딩이 앞으로 계속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월가에서는 이미 열기가 식고 있는 트레이딩이나 기업금융, 투자은행보다는 컨센서스를 웃돈 수치에 가려져 있는 대손충당금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JP모건과 씨티그룹, 웰스파고는 280억 달러에 달하는 대손충당금을 설정했다.

JP모건은 대출 손실에 대비하기 위해 104억7천만 달러를 설정했다. 이것이 아니었다면 이윤은 배로 늘어날 수 있었다.

금융위기 이후 첫 분기 순손실을 기록한 웰스파고는 이 와중에서도 95억7천만 달러를 모아뒀다. 씨티그룹 역시 이익이 73% 감소했는데도 대출 악화에 대비하기 위해 79억달러를 준비해 뒀다.

1분기에 비해 이들 세 은행이 추가 확보한 손실 대비용 자금은 90억 달러 가까이 된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심했던 2008년 4분기를 넘어선다는 진단이 나온다. 코로나19가 불러올 파산 흐름에 은행들이 얼마나 긴장하고 대비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부분이다.

이 외에도 이들 세 은행은 상업 부문과 소비자은행 양쪽에 모두 대손충당금을 설정했다. 신용손실에 대비해서는 830억달러를 설정해뒀다.

다이먼 CEO는 "이것은 일반적인 침체가 아니다"고 최악의 경우도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대규모 대손충당금 설정 결정에는 내년까지 두 자릿수로 남을 실업률, 3개월 전 예상했던 것보다 느린 국내총생산(GDP)의 회복이 있을 것이라는 JP모건 자체 분석에 따른 것이다.

지금은 크게 걱정하지 않지만 코로나19에 따른 기업부도 위험은 여전히 도사리고 있다.

미국의 부도신청건수는 지난해와 비교해 4월에는 -34.5%, 5월 -27.1%, 6월 -12.9%로 낮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많이 늘어났던 파산신청도 6월 들어서는 소폭 하락해 전반적인 기업부도 상황은 당초 우려보다 양호한 편이다. 사실상 투자은행들이 기업부도 속보치로 삼는 구글의 'Bankruptcy' 검색지수도 6월 첫째 주 100에 이르다가 마지막 주 71, 7월 첫째 주에는 53으로 잦아들었다.

미국 기업의 대다수는 중소기업이 차지한다. 미국 정부는 급여보호프로그램(PPP)을 통해 이들 중소기업을 집중적으로 지원했다. 긴급 유동성으로 버티던 이들 기업은 최근 경제 재개에 힘입어 영업여건이 다소 호전되고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부도 위험을 여전히 깜빡이고 있다.

투기등급 회사채와 레버리지론 시장에는 3월부터 6월까지, 5개월 연속 월간 150억 달러 이상의 부도 규모를 기록했다.

6월 부도에 준하는 채무조정까지 더하면 234억 달러에 달했다. 이는 월간 부도 규모로 역대 6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2분기 전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분기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투기등급 회사채와 레버리지론 부도율은 계속 상승해 2010년 3월 이후, 2015년 3월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부도 처리된 이들 채권회수율은 금융위기 당시보다 낮은 역대 최저치다. 돈 떼일 위험은 금융시장에서 더 잘 나타내고 있다.

후속 조치 성격이 강한 기업신용등급 조정은 6월 들어 잦아들고 있다. 투기등급 회사채 등급 강등 수는 3월 125개에서 4월 136개로 급증했다가 5월에 45개, 6월에 38개로 줄었다.

지난달 투자등급에서 투기등급으로 내려간 타락천사는 3건뿐이다. 10개를 훌쩍 넘던 3~4월과 비교해 감소했다. 다만 1~6월 타락천사 회사채 규모는 이미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런 흐름은 고용지표 개선 등에서 미국 경제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회복이 전제돼야 만 부도 위험은 더는 커지지 않는다.

미국 경제가 저점을 지나 회복세로 돌아선 만큼 향후 부도가 크게 악화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JP모건은 올해 말 투기등급 회사채 부도율이 약 8%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 과거 경기침체 기간인 2001년 12.2%, 2008년 15.6%에는 한참 모자란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사망자수를 보면 앞으로 어떤 일어날지 정말 알 수 없다. PPP 등 정부의 지원프로그램도 곧 끝난다. 지원은 없어지고, 경제 재개 일정에 차질이 생기거나 영업중단 조치가 다시 생겨날 경우 언제든 무너질 기업들은 수없이 많다. 실적에 직격탄인 만큼 누구보다 부도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월가 은행들이 보내는 경고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곽세연 특파원)

sykwa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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