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정원 기자 = 중국 외환 당국이 3년간 역내 외환시장서 총 12개 통화에 대한 외환거래 수수료를 면제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미국 달러화는 여기서 제외됐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5일 보도했다.

중국 국가외환관리국(SAFE)은 지난 3일 공시를 통해 지난 1일부터 위안화와 12개 통화의 은행 간 거래에서 매수 및 매도 호가 관련 수수료를 면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12개 통화는 한국 원, 러시아 루블, 싱가포르 달러, 말레이시아 링깃, 뉴질랜드 달러, 남아공 랜드, 사우디아라비아 리알, 아랍에미리트 디르함, 폴란드 즈워티, 헝가리 포린트, 터키 리라, 태국 바트다.

미국 달러 이외에도 유로, 영국 파운드, 일본 엔, 홍콩 달러, 호주 달러가 이번 면제 대상 통화에 포함되지 못했다.

SCMP는 이번 조치가 미국 달러 거래를 건너뛰려는 움직임이라고 지적했다.

미즈호은행의 켄 청 아시아 외환 전략가는 "거래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것은 미국 달러화를 건너뛰고 다른 통화와의 직접적인 거래를 더 늘리려는 행위"라면서 "이는 결제에 있어 위안화의 사용을 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행이 발전되면 시장 참가자들은 다른 통화를 거래할 때 미국 달러를 예전보다 덜 보유하려는 모습을 보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공식적으로 역내 외환시장에서 위안화와 20개 통화에 대한 직거래 서비스를 제공해왔으나 미국 달러에 치우친 모습을 보였다.

올해 상반기 중국 역내 외환시장의 미국 달러화 규모는 11조2천만 위안으로 두 번째로 가장 많이 쓰는 유로화 규모의 30배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코메르츠방크의 저우 하오 이코노미스트는 "거래 수수료 면제가 위안화 사용을 촉진해줄 것으로 본다"면서도 "다만 예를 들어 전체 거래량의 1%에서 2%로 두배가 되는 등 시장 점유율이 늘어난다고 해도 여전히 그 비중은 매우 작을 것"이라고 말했다.

SCMP는 이번 조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책임론, 홍콩 국가보안법, 신장웨이우얼자치구 등과 관련해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 은행이 미국 기관들과 미국 달러화 거래를 청산하는 데 있어 제재를 가하는 선택지도 미국 행정부가 저울질해왔다고 덧붙였다.

장옌링 전 중국은행 부행장은 중국이 달러화 결제 시스템에서 완전히 떨어져 나가는 것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관영매체인 글로벌타임스 기고를 통해 "미국 정부의 중국에 대한 도발과 억압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면서 "미국과 중국의 디커플링이 경제, 무역, 과학, 기술에 이어 금융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이나 홍콩을 통해 미국 달러 결제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막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국가와 국민의 재산, 특히 금융자산 중에서는 통화와 증권 등을 보호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jw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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