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11일 끝내 무산되면서 당분간 채권단의 관리를 받게 됐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정상화와 재매각 추진은 산업은행이 주도하게 된다.

2조4천억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투입하면서 매각 무산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당장의 유동성 문제에 대한 급한 불은 끄게 됐다.

하지만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만큼 산은은 고강도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구조조정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산은은 당장의 고려 대상은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지만 완전한 채권단 주도의 관리를 위해 궁극적으로 영구채의 주식 전환과 대주주 감자 등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산은은 장기간 컨설팅을 통해 경영정상화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인데, 에어부산과 금호리조트 등의 자회사 매각도 검토할 방침이다.

재무구조 개선과 경영정상화를 통해 채권단 주도의 재매각을 추진하겠다는 의도다.

채권단 관리 체제로 가는 첫 단추는 기간산업안정자금 지원이다.

기간산업안정기금 운용심의회는 이날 오후 회의를 열어 아시아나항공에 올해 말까지 필요한 시장 안정화 필요자금 2조1천억원, 유동성 부족 자금 3천억원 등 2조4천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운영자금 대출로 1조9천200억원, 영구전환사채(CB) 인수 4천800억원 나눠 지원한다.

이에 따라 채권단의 아시아나항공 지원 규모는 5조7천억원으로 늘어난다.

다만, 아시아나항공이 현재 신용등급 'BBB-'를 유지할 경우 지원 규모는 축소될 수 있다. 그만큼 빚도 줄어드는 셈이다.

반대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내년까지 장기화할 경우 추가 지원은 불가피하다.

채권단이 인수한 아시아나항공 영구채의 주식 전환도 예상된다.

산은과 수출입은행은 올해 두 차례에 걸쳐 지원한 영구채 8천억원을 주식으로 전환해 사실상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영구채의 주식 전환이 이뤄지면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의 지분 37%를 확보, 현재 최대주주인 금호산업(30.77%)과 2대 주주인 금호석유화학(11%)을 앞서게 된다.

출자 전환과 경영권 확보, 대주주 감자는 산은의 전형적인 기업 구조조정 방식이다.

현재 채권단은 주주 감자 비율을 놓고 논의 중이다.

감자는 기존 주주들이 정해진 비율만큼 주식을 잃게 되는 것으로,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이 자본잠식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채권단 내에서는 아시아나항공 1대 주주인 금호산업의 지분(30.77%)에 대한 완전감자 또는 100대 1 감자를 진행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2010년 자율협약 시 채권단은 금호타이어 대주주 주식을 100대 1, 소액주주 주식은 3대 1의 비율로 차등감자를 진행했다.

금호산업도 대주주는 100대 1, 일반 주주는 4.5대 1의 감자 비율이 적용됐다.

아시아나항공의 6월 말 기준 결손금(누적손실)은 1조4천832억원에 달한다. 아시아나항공이 자본잠식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금호산업과 금호석화 등 주주들의 희생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광주 서구 광천동 유스퀘어(광주종합터미널) 매각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회사 분리 매각 등 사업 구조조정도 불가피하다.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 조건 중 하나가 계열사 지원 금지이기 때문에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아시아나IDT를 분리 매각함으로써 몸집을 가볍게 만들기 위한 작업이다.

최대현 산은 기업금융담당 부행장은 이날 매각 무산 직후 진행안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아시아나항공과 통매각 대상이었던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아시아나IDT 등 자회사의 분리 매각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는 "컨설팅을 할 때 자회사 매각 등도 검토할 것"이라며 "에어서울, 에어부산이라든지 골프장을 포함한 리조트 등 여러 부분도 컨설팅의 범주에 넣어 고민해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항공업 부진도 장기화하고 있어 저비용항공사(LCC) 매각이 당장 어려운 만큼 아시아나IDT 매각을 우선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인력 구조조정과 경영진 교체 등 조직 슬림화 작업도 이뤄질 예정이다.

기안기금 지원받으면 6개월간 근로자의 90% 이상 고용을 유지해야 해 단기적인 인력 구조조정은 피할 수 있지만, 근로시간 단축과 휴직제도 확산, 복리후생비 감축 등 방안을 노사가 협의해 산은에 제출해야 한다.

산은은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정상화가 계획대로 이뤄질 경우 이르면 내년 재매각 추진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있다.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을 제대로 경영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팔 수 있다는 입장으로, 다른 대기업뿐 아니라 사모펀드도 인수 후보자에 들어갈 수 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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