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직원 상반기 1인 평균 최고 7천900만원…연봉 환산 시 1.6억
최대 실적 앞세워 성과급 잔치…퇴직금도 최대 11억원 달해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올 상반기 국내 시중은행 직원들의 평균 보수가 최고 8천만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반기에도 비슷한 수준이 유지된다면 평균연봉이 1억5천만원을 돌파하는 은행이 처음으로 나오게 된다.

고금리 덕에 사상 최대 이익을 낸 은행들이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두둑이 챙겨준 덕에 은행원 평균 연봉도 1억원을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또 희망퇴직자가 최대 11억원이 넘는 퇴직금을 수령하면서 은행의 최상위 연봉자로 이름을 올리는 기현상이 올해에도 벌어졌다.

금융당국이 은행권 보수체계 점검 대상에 일반 직원 성과급과 퇴직금도 포함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제도 개선안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 하나·국민銀 등 상반기 급여 평균 7천만원대…연봉환산시 1.5억 넘어

14일 은행별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대 은행의 올 상반기 1인당 평균 급여액은 6천150만원이었다.

작년 상반기 평균 1인당 급여액(5천870만원)보다 약 4.5% 늘어난 것으로 4대 은행 반기 평균 급여가 6천만원대를 돌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하반기에도 같은 수준의 보수를 받으면 평균 연봉은 1억2천만원을 넘기게 된다.

은행 일반직원의 평균 연봉은 2021년 1억원대를 처음으로 돌파한 뒤 매년 상승하고 있다.

시중은행 가운데 상반기 평균 급여가 가장 높은 곳은 하나은행으로 직원 1인 평균 급여액은 6천700만원이었다.

특히 남성 행원 4천544명의 평균 급여액은 7천900만원에 달했다. 이를 연봉으로 환산하면 약 1억6천만원이다.

SC제일은행과 씨티은행과 국민은행도 남성 행원의 평균 급여액이 7천만원대로 하반기에도 같은 수준의 보수를 받는다고 가정할 때 올해 평균연봉은 1억5천만원을 넘어서게 된다.

은행들의 평균 급여가 높아진 건 성과급 영향이 컸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은행 대출이 늘어난 데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오른 탓에 시장금리도 상승하며 이자수익이 불어나자 은행들은 일제히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며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4대 은행들은 지난해 성과로 기본급의 300~400%에 달하는 성과급을 챙겨줬다. 그간 4대 은행의 성과급은 기본급의 150~200% 수준이었다.

일부 은행들은 성과급 비율을 내리되 특별격려금을 추가로 지급하는 방식으로 실제 받는 금액을 늘리기도 했다.

은행 성과급은 직원별·소속별 KPI 등에 따라 개인별 기본급의 일부를 성과로 차등해 지급받는 고정성과급과 사전에 설정된 은행 경영목표 달성 시 수익을 일부를 임직원에게 배분해주는 특별성과급으로 나뉜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상 금융회사 성과급 규율 대상은 경영진과 금융투자업무를 담당하는 일부 직원으로 한정돼 있다. 일반 직원의 성과급은 노사 간 합의에 따라 은행장 전결로 지급 가능하다.

◇명퇴자가 '연봉킹' 싹쓸이…최대 11억 퇴직금 받고 떠나

올 상반기에도 희망퇴직자가 은행장을 제치고 최고 연봉자에 오르는 사례가 속출했다. 4대 은행 '연봉킹'은 모두 행장이 아닌 퇴직자들이 차지했다.

하나은행은 연봉 '톱5'가 모두 희망퇴직자였다. 이승열 하나은행장과 고위급 임원들은 이들에 밀려 공시 대상에 이름조차 올리지 못했다.

이들 퇴직자가 올 상반기 받은 급여는 2억~3억원대에 불과했으나, 급여와 맞먹는 수준의 성과급을 받았고, 퇴직금으로 10억원 이상을 챙겨 은행을 떠났다.

한 퇴직자는 퇴직금으로만 11억원 넘게 받았다.

국민은행도 보수총액 상위 5명이 모두 퇴직자였다.

이들은 8억원 안팎의 퇴직금을 포함해 8억~9억원대 보수를 지급받았다. 이재근 행장(5억8천800만원)의 보수를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역시 퇴직금 수준이 8억~9억원대였다. 연봉킹들의 보수 중 95% 이상이 퇴직금이었다.

은행권은 비대면 금융 확대에 따라 인력구조를 효율화하기 위해 희망퇴직을 통해 '몸집 줄이기'에 갈수록 속도를 내고 있다.

주요 은행들은 매년 희망퇴직 보상을 더 늘려 '후한 조건'을 제시하면서 더 많은 인원이 자발적으로 희망퇴직을 하도록 유도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5대 은행의 1인당 평균 퇴직금(기본+희망퇴직금)은 2021년 평균 5억1천만원에서 지난해엔 5억4천만원으로 늘었다.

올 상반기 퇴직자들의 퇴직금 수준을 고려하면 올해 평균 퇴직금액은 더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당국은 황제 성과급 지급의 명분이 된 '최대 실적'이 임직원의 노력보다는 코로나 및 저금리 지속 등으로 대출규모가 급증한 상황과 금리상승이라는 외부적 요인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희망퇴직금 역시 큰 규모의 비용이 소용되는 의사결정인 만큼 주주와 국민들의 정서에도 부합할 수 있도록 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올 초 은행권 경영 영업 관행 제도개선 방안'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은행 성과보수 체계 개선안을 논의했으며, 내년부터 임원과 직원의 성과급, 희망퇴직금, 배당현황이 낱낱이 공개하도록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과도한 성과급으로 돈잔치 논란이 일었던 만큼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보수인지 투명하게 공개하고 설명하도록 할 것"이라며 "다만 은행원들의 급여를 점검하겠다는 게 아니라 급여체계를 제도적 측면에서 보겠다는 것으로 올 4분기 시범 작성을 통해 계속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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