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드라인 기다리는 은행권…대부분 '연령제한' 빼고 출시
은행권 "만34세 적용시 수요 거의 없어…현실적 가정 필요"
당국 "다양한 상황 반영해 최대한 빨리 결론낼 것"

 

[그래픽] 5대은행 주택담보대출 증감액
(서울=연합뉴스) 이재윤 기자 = 주요 은행의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상품 출시 이후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택담보대출은 8월 10일 기준 7월 말과 비교해 1조2천299억원(512조8천875억원→514조1천174억원)이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yoon2@yna.co.kr 트위터 @yonhap_graphics페이스북 tuney.kr/LeYN1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최근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 중 하나로 은행권이 경쟁적으로 출시했던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이 지목되면서 가입조건에 제한을 두는 등 규제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상환기한이 50년이라는 초장기 특수성을 감안할 때 특례보금자리론과 같은 '만34세' 규정을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많지만, 은행권에선 이러한 규정을 적용할 경우 50년 만기 주담대의 실효성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이 이번주부터 합류하면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은 모두 50년 만기 주담대를 취급하게 됐다.

이 가운데 가입 연령제한을 두고 있는 곳은 신한은행 정도에 불과하다.

지난 14일 5대 시중은행 중 가장 늦은 시점에 50년 만기 주담대를 출시한 우리은행 또한 별도의 연령 제한을 두고는 않았다.

출시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 국민과 하나, 농협은행의 50년 만기 주담대 잔고는 이미 1조2천억원을 넘어선 상태다.

이는 최근 50년 만기 주담대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우회해 대출한도를 늘리는 방식으로 인식되면서 다양한 연령층의 수요가 몰리고 있어서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최근 전체 주담대 중 50년 만기 주담대에 수요가 집중되고 있는 측면이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다만, 이 부분이 지금의 가계부채 증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지는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은행별로 일부 차이는 있지만 실제로 50년 만기 주담대 출시 이후 들어온 주담대 수요 중 50년 만기 비중은 절반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50년 만기 주담대의 도입이 가계부채에 불을 붙였다고 보는 것은 선후관계가 바뀐 접근이라는 게 은행권의 대체적 시각이다.

주택경기 회복 시그널 등과 맞물려 주담대를 찾는 수요 자체가 늘어난 점이 가계부채 증가를 이끌고 있는 상황이고, 상환 부담을 줄이려는 차원에서 50년 만기를 찾는 케이스가 늘었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은행권은 50년 만기 주담대의 연령제한이 향후 만34세 이하로 조정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것도 경계하는 분위기다.

은행권의 다른 관계자는 "현재 은행들은 50년 만기 주담대와 관련해 당국의 가이드라인이 나오기만을 기다리며 가입조건 변화와 관련해 내부적인 논의를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만, 만 34세를 규정으로 둘 경우엔 50년 만기의 의미가 상당히 퇴색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만 34세 이하의 주택구매 수요가 사실상 크지 않은 만큼, 50년 만기를 활용할 수 있는 수요층이 사실상 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금융권 관계자는 "보통 주담대를 처음 찾는 케이스는 결혼 이후 주택을 마련하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최근에는 결혼 시점까지 지속적으로 늦춰지고 있는 분위기다"며 "주택가격 폭등으로 결혼 이후에도 일정 기간 돈을 모아야 한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34세라는 기준은 실효성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만34세 이하를 50년 만기 주담대의 가입연령으로 두고 있는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주까지 해당 상품에 들어온 수요가 거의 없었다.

이는 이미 수천억원대의 50년 만기 주담대 잔고를 보유한 경쟁 은행들과 대조적이다.

마찬가지로 만 34세 규정을 두고 있는 특례보금자리론 또한 50년 만기로 대출을 받은 비중은 미미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당국이 보다 정교한 접근에 나서야 한다고 보는 이유는 더 있다.

금융권의 다른 관계자는 "정부 입장에서 무분별하게 대출한도를 늘리는 용도로 50년 만기 주담대가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보는 것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동감한다"면서도 "다만, 은퇴 시점에 50년 만기 주담대를 받는 것이 상환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면, 해당 시점에 35년 만기 주담대를 받는 것도 문제로 지적해야 일관성이 있다"고 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만34세보다는 5~10년가량 연령 제한에 여유를 두는 것이 제도의 실효성과 가계부채 우려를 동시에 관리하는 데 유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은 50년 만기 주담대와 관련해서는 아직 결정된 사항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당국은 은행권에 대한 의견 수렴 등의 절차를 신속히 진행한 뒤 빠른 시일 내에 50년 만기 주담대의 가입조건과 관련한 결론을 낼 계획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아직은 그 어떤 가이드라인도 도출한 것이 없다"며 "만 34세 규정 등의 규정은 정책 모기지에서 이미 시행 중인 만큼 비슷하게 갈 것으로 추측한 데서 비롯된 얘기로 보고 있다. 지금은 적정 연령 기준은 물론, 다른 대안이 있는 지도 폭 넓게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50년 만기 주담대가 기대효과가 있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고 현재 다양한 상황을 최대한 반영하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최대한 빨리 결론을 내겠다"고 덧붙였다.

 

 

 

 

은행 주담대 증가 추세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13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한 가운데 지난달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 4개월 연속 늘었다. 은행 가계대출 역시 3개월 연속 증가하며 잔액 기준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중장기적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줄이는 거시적 대응이 필요하다"면서 예상 밖으로 급격히 늘어날 경우 금리나 거시건전성 규제 등을 통해 대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앞에 붙어 있는 대출상품 관련 현수막. 2023.7.13 nowweg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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