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시중은행 (PG)
[구일모 제작] 일러스트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정부가 16일 발표한 '수출금융 종합지원 방안'은 정책금융기관들이 중심이었던 기존 지원책과 달리 시중은행들의 역할이 대폭 확대된 점이 특징이다.

지난 11일 진행된 백브리핑에서도 금융당국 관계자들은 시중은행들의 참여로 수출금융 지원 방식과 범위, 한도가 대폭 개선될 수 있었던 점을 가장 큰 변화로 꼽기도 했다.

23조원 규모로 마련된 이번 지원방안은 정책금융기관이 12조원, 정책-민간금융 협업해 5조4천억원, 은행권이 5조3천억원을 각각 담당하는 구조다.

정책-민간금융이 협업하는 부문 또한 대부분 시중은행의 자금이 투입돼 운영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지원책에서 은행권의 역할은 더욱 커지는 셈이다.

은행권 이번 지원책에서 ▲조선업 수주 지원 ▲수출기업 우대상품 신설 ▲환어음·신용장·선물환 수수료 경감 등 무역금융 부문 등에서 주된 역할을 담당한다.

신규 수출판로 확보 기업에 대한 온렌딩 지원과 해외 대형 프로젝트 수주를 위한 금융지원 등에서도 일정 부분 역할을 맡았지만, 이는 정책 금융기관들을 지원하는 구도로 진행될 예정이다.

◇조선사 RG 발급에 시중·지방銀 총동원

우선 은행권은 수년 간의 침체 끝에 최근 업황 반등을 보이고 있는 조선업의 선수금환급보증(RG·Refund guarantee) 지원에 뜻을 모았다.

RG는 조선사가 선박을 미인도할 경우 조선사가 받은 선수금을 보증기관이 환급해 주는 상품으로, 글로벌 선박 수주·인도 거래에서는 필수다.

문제는 은행들은 조선사 신용도를 감안해 RG 발급한도를 설정하는데, 최근 조선사 수주가 급증하면서 RG 발급한도가 부족해 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올해 상반기 산업과 수출입,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12개 은행들은 상호 협의를 통해 향후 조선사에 대한 충분한 수준의 RG 발급 지원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특히, 조선사 지원방안 발표 이후에도 수주가 크게 증가해 은행간 조선사에 대한 RG 추가 발급에 대한 협의도 진행 중이다.

현대중공업 계열 조선사들의 경우 연초에 이미 70억6천만달러의 RG를 8개 은행이 분담하기로 했고, 삼성중공업의 경우 은행들이 이달 중 추가로 24억5천만달러의 RG 분담한도를 설정하기로 했다.

은행권은 향후 수주가 증가해 연내 RG 부족 현상이 예상될 경우 추가 분담한도 설정을 적극적으로 협의해 나갈 예정이다.

중형조선사의 경우에도 지방은행 등이 RG를 발급 중이며, 하반기에도 3억3천만불 수준의 RG 발급을 통해 지원을 지속하고 있다.

남동우 금융위 산업금융과장 "현중 계열 또한 RG가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은행들이 더 지원하겠다는 점이 최근 결정됐다"며 "중형 조선사의 RG 발급도 은행권이 지원해 나갈 것으로 안다"고 했다.

◇ 시중銀, 5.4조 규모 수출기업 우대상품 신설

은행권이 자율적으로 수출기업 지원을 위한 수출 우대상품을 공급하기로 하면서 정부의 수출기업 지원책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5대 은행은 각 은행별로 보증기관(신·기보)에 특별출연 또는 자체 여력을 활용해 수출기업에 대한 별도의 우대상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는 총 5조3천억원 규모의 지원책이다.

크게 보면 은행별 상품에 따라 대출금리는 최대 1.5%포인트(p)까지 우대하고, 보증료도 최대 0.8%p까지 낮춰 수출기업 비용부담을 경감하는 것이 골자다.

이를 통해 수출기업들은 연간 약 500억원 수준의 이자 및 보증료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게 금융위 측의 설명이다.

특히 은행권은 완전보증 상품과 만기 자동연장 상품까지 출시하며 수출기업 지원에 대한 적극적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수출을 준비 중인 기업 뿐 아니라 리쇼어링 기업까지 우대대상도 확대한다는 게 은행권의 목표다.

구체적으로 보면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1조5천억원씩 총 3조원 규모의 수출기업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우리은행의 경우 금리(최대 1.5%p)와 보증료(최대 △0.8%p 인하) 인하와 완전 보증(보증비율 100%), 한도 우대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아울러 수출다변화 기업과 동반진출 기업, 해외프로젝트 참여 기업 등도 해당 상품을 이용할 수 있게 유도한다.

하나은행의 경우에도 금리는 최대 1.0%p, 보증료는 최대 0.5%p 인하에 더해 보증비율 100%의 완전보증에 나서기로 했다. 또 수출실적 없는 준비 기업도 우대상품 적용을 받을 수 있게 한 것도 특징이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경우엔 8천600억원과 8천억원 규모의 우대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보증비율 100%의 완전보증은 물론 잠재 수출기업 등도 포함한다.

농협은행 비슷한 맥락에서 6천억원 수준의 우대상품을 출시한다.

남 과장은 " 보증비율을 100%까지 확대하겠다는 것은 사실 도덕적 해이 이슈로 정책금융기관에서도 쉽지 않은 결정이다"며 "수출금융 지원은 정책금융 기관 역할만으로는 해소가 안 되는 측면이 있다. 그래서 민간의 참여를 요청했는데 시중은행들이 매우 적극적으로 나서 주고 있다"고 말했다.

◇ 무역금융서도 은행 역할 커져

아울러 수출입 과정에서 시중은행을 통한 수출입대금 결제 및 환변동 헤지가 쉽지 않다는 건의가 늘면서 무역금융 부문에서의 은행권 역할이 커진 점도 이번 지원책의 특징 중 하나다.

이번 무역금융 부문의 지원 대상은 대기업을 제외한 정부 선정 수출유망품목 또는 수출우수기업으로, 은행별로 제시하는 신용등급과 수출실적 등의 기준을 충족한 약 2천500곳의 기업들이다.

시중은행들은 무역금융과 관련, 수출환어음의 비용 경감과 수입신용장의 금리·만기 우대, 선물환 수수료 감면 등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우선 수출 우수기업들의 원활한 수출대금 회수를 지원하기 위해 환어음의 할인율을 인하하고 특별보증을 지원하는데, 우리·하나은행의 경우에는 대금회수 불확실성이 큰 무신용장 거래에 대해서도 보증기관과 협력해 환어음을 매입하기로 했다.

수입업자의 현지은행이 대금 지급을 보증하는 신용장 방식의 거래와 달리 무신용장 방식은 수입업자에게 수출대금을 직접 추심해야 하는 만큼 부도 위험이 큰 편이다.

신용장 이용 수수료 감면과 관련해서는 국민은행이 최저수수료율인 0.6%를 일괄 적용하기로 하면서 수출기업 지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용장 개설수수료는 신용등급과 은행별로 상이하지만, 일반적으로 0.6~2.5% 내외에 분포한다. 은행권은 90일이나 180일로 비교적 짧았던 신용장 만기 또한 최대 1년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기준환율 대비 2% 내외의 높은 선물환 수수료와 신용공여 한도소진 부담 탓에 환헤지 거래를 기피했던 것과 관련해서는 신한은행이 적극 나서기로 했다.

은행별로 선물환계약 수수료의 최대 90%를 우대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신한은행은 선물환계약 이행보증금의 전부를 면제하는 추가 지원도 병행한다.

남 과장은 "모든 지원을 다 해주겠다는 것은 아니고 신용평가를 통해 해주겠다는 것은 만큼 은행 차원에서 검토가 될 것으로 본다"며 "이러한 조치는 은행권이 대출을 늘리는 동시에, 기업들 입장에선 자금조달이 용이해지는 만큼 서로 '윈-윈'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은행들 또한 마침 기업대출을 늘리고 싶은데 수출금융에 대한 지원책이 나오는 것을 반기는 분위기가 좀 있었다"며 "상품들도 은행들의 자체 판단에 따라 나왔다. 당연히 향후 일부 부실은 발생할 수 있겠지만 분명히 수익도 날 것이고, 비용을 따져보면 결국 은행에도 이익이 더 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발언하는 김주현 금융위원장
(서울=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수출금융 종합지원대책 민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8.10 toadbo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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