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올해 여름 두드러졌던 미국 주가 강세와 달러 약세가 최근 일단락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은 이들 가격에 큰 영향을 끼치는 실질금리 하락세가 주춤해졌기 때문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8일 보도했다.

매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인플레이션 기대감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지만 시장은 연준의 추가 완화 수단이 부족하다는 데 더 주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여름 크게 상승했던 금융자산은 최근 모두 조정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우선 25일 기준 뉴욕 금 선물가격은 8월초 고점 대비 10%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기술주를 중심으로 상승해 온 미국 증시도 최근에는 매도세가 우세하다.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9월초 고점 대비 약 7% 낮다.

외환시장에서는 달러 약세 되감기가 진행되고 있다. 유로-달러 환율은 9월 초 한때 1.2달러대로 상승(달러 가치 하락)했으나 현재는 1.16달러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달러는 엔화에 대해서도 강세를 나타내 ICE가 산출하는 달러화 지수는 약 2개월 만에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SMBC닛코증권은 이와 같은 시세 변화의 이유에 대해 "미국 실질금리가 더이상 내려가지 않는다고 시장 참가자들이 생각하기 시작한 점이 크다"고 설명했다.

실질금리는 명목금리에서 물가 변동 영향을 뺀 것으로, 돈의 실질적인 가치 변화를 나타낸다. 향후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면 현금·예금 보유가 불리해지기 때문에 돈은 투자로 흐른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에서 시장의 예상물가상승률(BEI)을 뺀 실질금리는 6월부터 8월까지 마이너스 폭이 확대돼 달러 이외 통화와 금, 주식 투자를 부추겼다.

하지만 8월 말에 인플레이션 기대감이 정점을 치면서 실질금리도 바닥을 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이유는 무엇일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8월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물가 목표치인 2%를 달성하기 위해 일정 기간 물가가 2%를 완만하게 웃도는 것을 용인하겠다는 평균 물가 목표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어 연준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물가 목표 달성까지 제로 금리를 유지하겠다는 포워드 가이던스도 내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제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금융완화를 장기화하겠다는 스탠스를 선명하게 나타냈다.

원래대로라면 물가 상승 기대감을 더욱 높일만한 행동이지만 미즈호종합연구소는 "제로금리가 오래 지속될 것이라는 자체는 시장에 이미 반영됐다"고 지적했다.

시장은 오히려 연준이 추가 완화를 주저하고 있다는 데 주목했다.

파월 의장을 비롯한 연준 위원들은 마이너스 금리 정책 도입에 부정적인 견해를 반복적으로 말해왔으며, 일본은행이 적용한 것과 같은 장단기 금리조작(수익률곡선 제어 정책) 도입에도 신중한 자세를 나타냈다.

신문은 연준이 물가를 밀어 올리기 위한 구체적인 대책을 실행하지 않는 것을 시장이 간파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다만 니혼게이자이는 달러 약세와 미국 주가 상승 기조가 완전히 반전됐다고 보는 시장 참가자들은 아직 소수라고 전했다.

헤지펀드 운용사 위즈 파트너스는 "미국 실질금리는 여전히 마이너스권에 있고, 달러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여전히 비싼 수준이다"고 말했다.

신문은 시세의 흐름을 좌우해 온 미국 실질금리의 바닥이 의식되고 있지만 상승 반전할 것이라는 전망도 그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시장 참가자들이 새로운 나침반을 찾을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j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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