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20세기 초반 영국은 식민지였던 인도에서 소금세를 갈취했다.

인류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인 소금에 세금을 매겨 국가의 주요 재정 수입원으로 삼았다.

인도인들은 영국에서 만든 소금만 먹으면서 세금을 꼬박꼬박 내야 했다.

당시 영국 정부가 한해 소금세로 챙긴 순이익은 2천500만파운드에 달했다.

인도는 결국 조직적인 저항에 나섰다.

인도의 독립운동가 마하트마 간디는 소금법 폐지를 주장하며 비폭력 저항 운동 '소금행진'을 벌였다.

소금행진 이후 인도 전역에서는 소금세에 항의하는 움직임이 거세졌고, 지속적인 저항 운동 끝에 1931년 결국 소금법은 폐지됐다.

오늘날 IT업계에서 이 같은 소금세 논란이 재현되고 있다.

구글은 지난 9월 29일 자사 앱 장터인 '플레이스토어'를 통해 거래되는 모든 콘텐츠에 '인앱 결제'를 의무화하고, 수수료 30%를 떼겠다고 밝혔다.

그간 게임 앱에만 수수료 30%를 강제해왔던 것을 음원, 영상, 웹툰 등 사실상 모든 모바일 콘텐츠에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새 정책은 신규 앱의 경우 내년 1월부터, 기존 앱은 1년의 유예기간을 거친 뒤 내년 10월부터 적용한다고 했다.

이에 전 세계에서 구글에 대한 반발이 확산했다.

구글이 독점적 시장 지위를 이용해 지나치게 높은 수수료를 받으면서 일방적인 횡포를 부린다는 비판이 커졌다.

특히 인도는 과거 영국 식민지 시절 소금세를 언급하며 크게 반발했다.

인도의 150개가량 스타트업들은 구글에 대항해 대안 앱스토어를 만들겠다며 연합전선을 구축했다.

인도 정부와 스타트업의 거센 반발에 이번엔 구글이 한 발 물러섰다.

결국 인도는 2022년 4월까지 수수료 인상 시기를 유예받았다.

인도에 유예기간을 마련한 구글은 "기업들이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하려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전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2위에 달하는 인도의 시장 파워를 의식한 조치다.

애석하게도 국내에선 구글이 꿈쩍 않고 있다.

국내 산업계는 물론 정치권이 연일 구글에 대한 성토를 쏟아내고는 있지만, 여전히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어서다.

방통위는 구글의 새 정책 발표 직후 실태점검에 돌입했지만, 조사는 내년 초에나 마무리될 전망이다.

정부는 위법 사항이 확인되면 사실조사로 전환해 제재한다는 방침이지만, 위법 행위가 드러나더라도 적기 제재가 어려울 수 있는 것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는 구글 인앱결제 강제와 수수료 30%를 방지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이를 지난달 국감 기간 내에 여야 합의로 통과시키기로 했지만, 여야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이마저도 흐지부지됐다.

한국판 소금세 운동이 필요하다.

우리도 국회와 정부, 민간 사업자들이 협력해 구글에 적극적으로 대항하고 실효성 있는 대안을 내놔야 한다.

한국 시장도 구글의 매출 규모로 보면 그들이 홀대할 만한 국가가 아니다.

한국은 미국과 인도에 이어 전 세계에서 구글 매출을 이끄는 세 번째 나라다.

전 세계 앱마켓 시장에서 애플 앱스토어의 매출이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능가하는 반면, 국내에서는 구글이 애플을 앞서는 탓이다.

지난해 국내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은 5조9천996억원으로, 애플 앱스토어 매출(2조3천86억원)과 비교해 2배 이상 많았다.

어수선했던 국회는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오는 9일 공청회를 열고 법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이번 정기국회 회기인 12월 9일 안에 법안이 통과돼야 당장 석 달 앞으로 다가온 새 수수료 정책에 대응할 수 있다.

정부와 국회, 민간 관계자들이 힘을 합쳐 명확한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지 업계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기업금융부 정윤교 기자)

yg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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