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시장의 이유 있는 파월 띄우기
[데스크 칼럼] 시장의 이유 있는 파월 띄우기
  • 한창헌 기자
  • 승인 2020.11.05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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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미국 대통령 당선과 공화당의 상원 수성. 미 대선을 앞두고 금융시장이 꼽았던 최악 시나리오가 현실화하고 있다. 바이든 후보가 막판 역전에 성공할 참이고, 상원에서 공화당의 우위도 유지되는 분위기다. 이는 워싱턴 정가의 교착 상태로 이어져 추가 경기부양에 희망을 걸고 있는 금융시장에 최악의 결과가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바이든 백악관'과 '공화당 상원'이라는 최악 시나리오의 등장에도 우려했던 금융시장 충격은 없었다. 오히려 위험자산 선호가 나타나며 뉴욕 주가지수는 일제히 급등했고, 달러는 약세로 돌아섰다. 미 정부의 재정정책이 약화할 것이란 전망에 국채 가격도 급등했다.

지난 수 주 동안 시장은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민주당이 하원에 이어 상원까지 차지하는 블루 웨이브 가능성에 베팅했다.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왔으니 후폭풍이 따를 법도 한데, 시장은 또 특유의 생존 능력을 발휘했다. 그들의 입맛에 맞춘 해석도 쏟아졌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최상 시나리오로 둔갑하는 순간이다.

상원이 공화당을 차지해 정부의 손발이 묶이는 상황을 긍정적이라 평가한 부분이 대표적이다. 이는 월가에서 가장 우려했던 세금 문제와 관련이 크다. 바이든 후보의 당선에도 공화당이 상원을 지키면 기업과 개인에 대한 대규모 세금 인상이 불가능해져 시장에 대한 위험이 줄어들 것이란 논리다. 세금 우려가 컸던 미국 기술주들이 대거 급등세를 보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워싱턴 정가의 교착 상태로 미 정부의 추가 부양책에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지만, 이 부분에 대한 시장의 평가 역시 눈에 띄게 달라졌다. 물론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든든한 '뒷배'가 돼줄 것이란 기대가 깔렸다. 시장 충격을 원하지 않는 월가는 연준과 제롬 파월 의장 띄우기에 한창이다. 파월 의장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인물이라는 낯 간지러운 수식어까지 제시하며 '연준 풋'을 부추기는 이들도 있다. 정부의 재정 지원이 늦어지더라도 연준의 추가 완화가 시장을 방어해줄 것이라 기대하는 눈치다.

하지만 시장이 연준 효과를 얼마나 볼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연준이 경제 회복을 위해 취할 수 있는 수단이 많지 않다는 일부 지적과 맥을 같이 한다. 시장은 적어도 수 주 동안 미 정부의 재정 지원에 관심을 쏟았다. 연준 정책은 큰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파월 의장도 최근 이례적으로 재정 지원 확대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연준 인사들이 재정 정책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니다. 그만큼 연준의 정책 수단이 많지 않다는 방증으로도 해석됐다. 공교롭게도 연준은 이날부터 이틀간 통화정책 회의를 갖는다.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등에서 시장의 기대를 충족할 만한 내용이 나올 수 있을지 주목해야 한다. 미 대선 이슈의 후폭풍이 한발 늦게 몰아칠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렵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불복 가능성이 뒤늦게 시장의 커다란 불확실성으로 작용할 여지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편투표를 문제 삼아 사실상 대선 불복인 재검표와 소송 카드까지 꺼내 들고 판 흔들기에 나섰다. 최종 결론이 날 때까지는 극심한 분열과 혼란이 이어지면서 미국 정치는 물론 경제 사회 전반이 혼돈에 빠질 수 있다. 불복이 또 불복을 가져오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불확실성이 더 짙어지는 셈이라 당장의 시장 반응에 안도하는 것 자체가 큰 위험일 수도 있다. (금융시장부장 한창헌)

c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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