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인공지능(AI) 챗봇 '챗GPT'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지 반년이 지났다. 챗GPT는 텍스트 입력에 대해 인간과 유사한 응답을 생성하는 생성형 AI 서비스라는 점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실제 마이크로소프트(MS)의 검색엔진 '빙'에 탑재된 챗GPT는 막강한 위력을 발휘했다. 알고리즘과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주제와 분야에 대해 대화를 할 수 있으며, 컴퓨터 코딩은 물론 에세이 작성, 정보 수집 등 여러 응용 분야에서 혁신적인 가능성을 보여줬다. 간단한 프롬프트(명령어)만으로 초현실적인 그림과 영상을 만들어내며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인공지능 챗봇 (PG)
[출처:연합뉴스 일러스트]




챗GPT의 등장은 검색엔진의 역할과 기능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기존에는 키워드를 입력하면 관련된 웹사이트나 문서를 링크로 보여주는 것이 주된 역할이었다. 챗GPT는 질문에 대해 직접적인 답변을 생성하거나 추가적인 정보까지 제공한다. 검색엔진이 단순히 정보를 찾아주는 도구에서 정보를 생성하고 전달하는 파트너로 변모한 셈이다. 구글이 AI 챗봇 '바드(Bard)'를 출시하면서 검색엔진 전쟁의 서막이 열렸다.

한국의 대표 포털 네이버와 카카오(네카오)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네이버는 올해 상반기에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에 AI 챗봇을 탑재한 '서치GPT'를 선보일 예정이다. 카카오도 올해 하반기 자회사인 카카오브레인을 통해 초거대 AI 언어모델인 '코GPT'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출시하고, 이르면 올해 3분기 내 챗GPT에 대응한 AI 챗봇 서비스 '코챗GPT'를 내놓을 계획이다. 이들 포털은 챗GPT를 모방하면서도 '한국어 특화' 전략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빅테크인 MS나 구글에 정면으로 맞서기보다는 한국어 특화 AI 개발에 집중해 차별화된 검색엔진을 내놓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이들 글로벌 AI의 한국어 학습 실력이 탁월해 근본적인 대응책이 될지는 미지수다. 심지어 구글 바드는 영어 이외의 제1 외국어로 한국어를 선택했다. 그만큼 한국시장의 비중을 크게 두고 있다는 의미다. 구글이 검색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지 못한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가 한국이다. 구글이 AI 검색분야에서 한국을 정복해야 할 대상으로 삼는 것은 아닌지도 우려된다.


네이버·카카오 로고
[출처:연합뉴스 자료사진]




챗GPT의 공습이 우려했던 만큼 한국 포털에 큰 영향을 주고 있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올해 들어 네이버 검색엔진 점유율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닐슨코리안클릭 데이터를 보면 네이버 검색엔진 점유율은 지난 1월 56.2%에서 4월에 56.7%로 오히려 소폭 상승했다. 네이버 앱 체류시간 역시 올해 들어 감소세가 관찰되고 있지는 않다. 증권가에선 지난 1분기 광고시장 침체기에도 네이버의 단위시간당 광고매출액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 이상 성장했다는 평가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기존 검색 서비스에서도 네이버와 구글 간 점유율 격차가 꾸준히 좁혀져 왔으며, 10대와 20대 등 젊은 층의 구글 서비스 선호도가 높은 편이란 점에서 검색시장 전망은 그야말로 안갯속이다.

갈길 바쁜 토종 포털 업계의 주변 환경은 썩 밝지 않다. 포털과 플랫폼 등 IT 서비스가 금융업과 유사하게 규제산업화되고 있다는 점은 치명적인 약점이다. 정부와 정치권의 규제가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단 얘기다. 당국이 추진 중인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이 대표적으로 거론된다. 올해 국회에 상정된 온라인 플랫폼 관련 규제법안은 6건에 이른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어 정치권의 공세가 더욱 세질 여지도 있다. 이는 미국과 일본 등이 플랫폼 규제 입법을 철회하거나 완화하는 상황과 배치된다. 주요국 플랫폼은 규제 완화를 등에 업고 세계로 뻗어가는 중인데, 토종 플랫폼은 전방위 규제로 확장의 기회조차 못 얻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타다
[출처:연합뉴스 자료사진]




불법 콜택시 영업 논란이 일었던 차량호출 서비스 플랫폼 '타다'의 사례다. 이 회사 전직 경영진이 4년 만에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타다'의 부활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대법원판결 이전에 이른바 '타다 금지법'이 먼저 시행된 탓이다. 혁신적인 플랫폼이 여론에 밀려 정치권과 당국의 공격 대상이 돼버리는 이상한 규제 지옥 속에선 토종 IT 서비스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대법원 판결 이후 이재웅 전 타다 대표가 소셜미디어(SNS)에 남긴 말이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4년 가까운 긴 싸움 끝에 혁신은 무죄임을 최종적으로 확인받았지만, 그사이 혁신이 두려운 기득권의 편에 선 정치인들은 법을 바꿔서 혁신을 주저앉혔다." (취재보도본부 기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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