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경이로운 실적, 놀라운 실적, 놀라기엔 아직 이르다, 와 너무 좋은데…". 현대차가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직후 쏟아진 증권사 기업분석 보고서의 제목들이다. 이처럼 현대차의 올해 1분기 실적은 '놀라운' 수준이었다고 평가된다. 대부분 증권사는 실적 공개 이후 현대차의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 전망치를 올려 잡았다. 현대차의 숙원이었던 연간 영업이익 10조 클럽 달성은 적어도 올해는 당연시되는 분위기다. 역시나 기대 이상의 실적을 낸 현대차그룹의 기아도 올해 영업이익 10조원대 돌파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그래픽] 현대차 실적 추이
[출처:연합뉴스]




현대차는 지난해 9조8천2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10조원대 영업이익 돌파를 눈앞에 뒀지만 뒷심이 부족했다. 연초 들어서도 올해는 장담하기 힘든 분위기였다. 무엇보다 글로벌 경기 침체의 파고가 얼마나 높을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에너지 대란의 직격탄을 맞은 유럽 경제에 대한 우려가 특히 커서 현대차를 비롯한 우리 기업의 수출길은 더 좁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고금리에 따른 재고자산의 증가세도 우려 요인으로 지목됐다.

기대 이상의 1분기 실적은 이런 우려를 불식하기에 충분했다. 현대차는 1분기에 연결 기준 영업이익 3조5천92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6% 더 많은 이익을 얻었다. 작년 4분기에 이어 2분기 연속 최대 영업이익 기록이다. 영업이익률은 10%에 육박하는 9.5%를 보였다. 이는 10여년 만에 분기 기준 최고 수준이다.

현대차의 가동률 개선, 그리고 재고자산의 빠른 해소 등을 확인한 전문가들은 이 회사의 연간 실적 전망치를 대폭 상향했다. 기존 영업이익 전망치 대비 많게는 50%가량 올린 전문가도 있다. 연합인포맥스가 2일 집계한 증권사 컨센서스(인포맥스 화면번호 8031)를 보면 최근 한 달 새 보고서를 낸 19개 증권사의 현대차 영업이익 연간 전망치 평균은 약 13조원에 이른다. 작년보다 30% 넘게 영업이익이 급증할 것으로 본다. 이들 증권사 중 10조원 미만의 영업이익을 전망하는 곳은 없다. KB증권이 10조4천520억원을 예상해 전망치가 가장 낮았다. 다올투자증권과 키움증권 등은 무려 14조원대의 영업이익을 예상한다.


연합인포맥스 컨센서스 종합(화면번호 8031)
[출처:연합인포맥스]




두어 달 새 분위기가 크게 호전된 셈이다. 연초만 해도 네다섯 곳의 증권사가 현대차의 영업이익 10조원 달성은 힘들 거라 봤다. 10여년 전의 트라우마를 거론하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2010년대 초반 현대차가 3년간 8조원대의 영업이익을 내다가 급격하게 주저앉았던 시기를 떠올리는 이들이다. 글로벌 경쟁에서 일본차와 독일차에 밀리며 로컬 메이커로서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던 시절이다.

현대차의 존재감이 당시와 다르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지난 10년간 끊임없이 혁신을 추구한 결과로 글로벌 메이커로서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했다는 시각이다. 우선 제품 믹스가 돋보인다. 현대차는 유독 고부가가치 차종의 판매에서 강점을 보인다. 지난 1분기에도 국내에서는 신형 그랜저와 제네시스 라인업 등 프리미엄 차량의 판매가 호조를 보였고 국외에선 아이오닉 6 등 전기차의 판매가 증가했다. 고가 및 고부가가치 차량의 판매 확대는 마진 개선의 주된 이유다. 현대차의 지난 1분기 9.5% 영업이익률은 수익성에서 탁월한 성과를 보여온 일본 메이커에 못지않다. 현대차의 판매 차량당 이익률이 4년여 만에 세배 가까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전기차를 비롯한 미래 모빌리티 사업에 대한 확고한 비전 제시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현대차는 2021년 로보틱스 전문 기업인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해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자율주행과 인공지능 분야의 투자도 아끼지 않는다. 현대차는 완전 자율주행 로보택시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으며 도심형 자율주행 모빌리티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수소전기차 분야에서도 경쟁력이 있다. 지난 3월에 열린 서울모빌리티쇼의 화두 역시 전기차와 로보틱스 등으로 대표되는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였다. 내연기관차 위주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구조다. 완성차 업계의 부단한 혁신이 요구되는 이유다. 미래 기술의 변화 속도가 워낙 빠르다는 점에서 현대차가 미래 모빌리티의 중심에 있을지 여부도 수년 내 판가름이 날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성과가 우연이 아니었다는 걸 입증해야 하는 시험대 한 가운데에 섰다. (취재보도본부 기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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