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미국 레버리지론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주식가격이 고점을 찍었다는 판단 속에 향후 금리 상승 기대는 더욱더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레버리지론은 신용이 낮은(정크등급) 기업들이 담보를 제공하고 받는 대출이다.

14일(현지시간) EPFR 글로벌 데이터에 따르면 레버리지론에 특화된 뮤추얼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에 이달 들어서만 7억4천만달러의 자금이 유입됐다. 현재 추세가 이달 말까지 유지되면 지난 2018년 9월 이후 처음으로 자금 순유입을 기록하게 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레버리지론 지수는 올해 들어서만 1%가량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정크본드의 0.03%와 미국 국채의 -2%를 크게 앞서는 수준이다.

레버리지 론의 시장 규모는 1조2천억달러로, 지난 수년간 투자자의 관심을 받지 못했고 작년에는 대부분의 자산이 랠리를 보이는 와중에도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이런 이유로 올해 레버리지론이 대부분의 다른 상품보다 상대적으로 크게 오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얼라이언스 번스타인의 거숀 더스턴펠드 채권 헤드는 "우리는 고금리채권을 전문으로 하는데, 레버리지론에 대해서는 역사적으로 평균 4%를 보유했다"며 "최근 몇 달 사이에는 10%까지 끌어올렸다"고 소개했다.

그는 "론시장에 많은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맥케이 실즈의 앤드류 서서 매니저도 "레버리지론 펀드 보유 비중을 최근 10%에서 15%로 늘렸다"며 "작년에 나타난 시장 전반의 랠리 흐름이 뒤바뀐다면 레버리지론이 상대적으로 매력적인 선택지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주식시장이 고점에 도달했다는 인식도 레버리지론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주식 매도세를 대비해 론을 사들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는 채권을 통해 주식의 위험을 분산하지만, 채권 수익률이 제로 수준에 가깝거나 마이너스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고금리채권도 이름값을 못 하며 수익률이 크게 떨어졌다. 고금리채권의 평균 수익률은 이번주 들어 사상 최저치인 4.3%까지 낮아졌다.

최근 들어 경기 회복과 인플레이션 기대가 커진 것도 레버리지론의 매력도를 높인 것으로 분석됐다.

레버리지론의 벤치마크 금리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에 연동하는데, 연준이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묶어두며 레버리지론 상품의 매력도도 떨어졌었다. 만약 금리 인상 기대가 커지면 론의 매력도 다시 커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세익스 인베스트먼트 어드바이저스의 조지 구딜라이어스 매니저는 "최근의 금리 상승세는 투자자에게 론 투자를 다시 검토하도록 만들었다"며 "자사 레버리지론 펀드는 작년까지 2년간 자금 순유출을 겪었지만, 최근 몇 주간 다시 유입되고 있다"고 전했다.

뮤추얼펀드 투자자가 레버리지론에 관심을 키우며 대출채권담보증권(CLO)에도 자금이 몰리고 있다. CLO는 레버리지론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고위험 고금리 상품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 따르면 CLO시장은 작년 4분기 320억달러가 유입됐는데, 작년 3분기 250억달러와 작년 2분기 180억달러보다 늘어났다.

에곤자산운용의 짐 샤퍼 매니저는 "론 시장은 CLO가 주도하고 있다"며 "CLO는 놀라운 엔진으로, CLO의 부활이 레버리지론의 가격 상승을 이끌 것"이라고 예상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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