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윤교 기자 =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통 큰 주식 증여가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김 의장이 돌연 아내와 자녀를 포함한 친인척에게 거액의 증여를 한 배경과 시점을 두고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21일 카카오에 따르면 김 의장은 지난 19일 가족과 친척들에게 주식 33만주를 증여했다.

부인 형미선 씨와 자녀 상빈·예빈 씨는 각각 6만주의 주식을 넘겨받았다.

김범수 의장이 가족들에게 넘긴 카카오 주식의 가치는 지난 19일 기준 1천452억원에 달한다.

이를 두고 김 의장이 대규모 주식 증여를 결정한 속내에 대해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선 김 의장이 어려웠던 어린 시절 자신을 뒷바라지한 가족들에 대한 일종의 보은이라며 가정사와 연관 짓는 해석을 내놓는다.

김 의장은 가난한 집안의 5남매 중 셋째로 태어나 남매 중 유일하게 대학 졸업장을 가졌다.

김 의장은 2010년 카카오 설립 초기에도 친인척들에게 지분을 넘기려다가 구설에 오른 뒤로는 사회복지단체 기부 목적으로만 주식을 증여했다.

이 같은 해석에 따르면 이번에 이뤄진 증여는 카카오 주가가 44만원이라는 역사적 고점에 맞닿은 상태에서 김 의장이 가족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해 통 큰 결단을 내렸다는 결론이 나온다.

김 의장의 증여는 탄탄한 지배구조로 가능했다.

김 의장의 카카오 지분율은 종전 14.2%에서 증여 후 13.74%로 낮아졌지만, 김 의장이 100% 보유한 케이큐브홀딩스가 가진 카카오 지분 11.22%를 더하면 김 의장의 지분율은 24.96%에 달한다.

이외 국민연금공단이 2대 주주로 8.6%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어 중국 텐센트 자회사 막시모가 6.35%를 확보하고 있다.

증여 이후에도 주식 보유량에 있어 다른 주주들과 차이가 커 회사 지배구조에 큰 문제가 없는 셈이다.

일부에선 김 의장이 경영권 승계를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조심스레 나온다.

김 의장은 평소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생각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지만, 김 의장의 아들 상빈 씨와 딸 예빈 씨가 각각 93년생(29세), 95년생(27세)에 불과해 앞으로 경영권 승계 작업이 어찌 될지는 미지수다.

주식 증여 시점에 대한 의문도 여전히 남아있다.

이번 주식 증여가 지난 12일 카카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위원회가 출범한 지 일주일 만에 이뤄졌다는 점을 따져봐야 한다는 해석도 있다.

ESG 위원회는 환경·사회·지배구조라는 세 가지 측면을 중점으로 회사의 지속 가능 경영 전략 방향성을 점검하고 성과와 문제점을 관리, 감독하기 위해 설립됐다.

카카오는 지난 12일 '기업지배구조헌장'도 내놨는데, 이사회 감독 아래 건전한 지배구조를 만들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현재는 김 의장이 ESG 위원회 위원장을 겸임하고 있지만, 추후 위원회가 본연의 기능을 확대하게 되면 김 의장의 자녀 증여 문제는 예민하게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투명한 경영 체계를 강조한 ESG 위원회가 출범한 직후 주식을 증여하게 되면서 이 같은 논란을 원천 차단할 적기를 만난 셈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증여를 긍정적인 시그널로 바라보고 있다.

카카오 주가가 작년 3월 19일 저점 대비 245% 급등한 상황에서 지분 증여가 이뤄진 만큼 향후 기업가치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친 행보라는 분석이다.

다만 주식 가격이 비싸진 만큼 주식을 증여받는 가족이 내야 할 증여세가 만만찮다.

증여가액은 증여일 전후 4개월간 평균 종가로 산출되며, 증역 금액이 30억원을 초과하면 최대 50%의 누진세율을 부과한다. 여기에 자진신고세액공제 3%를 차감한다.

이에 따르면 아내와 자녀들이 내야 할 증여세는 각각 123억5천만원 정도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폭락 장에서 증여를 했다면 증여세를 절감했을 수 있겠지만, 카카오 창업자로서 사회적 가치에 어긋나지 않도록 증여 시점을 고려한 행보로 보인다"고 말했다.

yg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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