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미국 국채 금리가 상승하는 와중에 최상위 등급의 회사채시장이 유독 손실을 내고 있다. 이는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의 듀레이션이 길기 때문으로, 향후 회사채 지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됐다.

26일(현지시간) 투자전문지 배런스와 ICE지수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주까지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시장은 1.1%의 손실을 기록했다. 아이쉐어즈 아이박스 투자등급 회사채 상장지수펀드(ETF)는 1.4% 하락했다.

투자등급물이 고전하는 것은 기업의 채무불이행 우려 때문이 아니다. 채무불이행이 우려되면 등급이 낮은 정크본드(고금리 채권)와 주식시장이 더욱더 악화해야 한다. 현재 정크본드시장은 0.4%의 수익률을 올렸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은 2% 넘게 올랐다.

양질의 회사채시장이 유독 손실을 내는 것은 금리 민감도를 의미하는 듀레이션 때문이다. 듀레이션은 국채 금리 변동에 채권의 실적이 얼마나 영향을 받는지를 측정하는 지표다.

미국 10년 국채금리는 올해 들어 지난 3주간 20bp 이상 상승했다.

듀레이션이 긴 투자등급채권 입장에서 불편한 시간이 이어진 셈이다. 이들 채권의 듀레이션은 올해 초순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인 8.5년에 근접한 것으로 추정된다. 기업들이 작년 하반기 대부분 낮은 금리의 장기 채권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영향이다.

투자등급 기업은 작년에 총 1조9천억달러의 채권을 내놓으며 역대 최대 발행 규모를 기록했다. 발행 채권 대부분은 금리 상승기 발행자에게 유리하지만, 투자자에게 불리한 장기물이었다.

정크등급 기업도 작년에 사상 최대 규모의 발행 기록을 세웠지만, 듀레이션은 작년 6월 이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작년 한때 투자등급에서 정크등급으로 강등된 기업이 늘어나며 듀레이션이 늘기도 했으나, 기존의 정크등급 기업이 회사채를 대거 발행하며 듀레이션은 재차 줄었다.

전문가들은 적어도 투자등급물과 비교할 때 정크본드는 계속해서 나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배런스는 "시장이 코로나19 이후의 경기 회복을 계속 예상한다면 투자등급 회사채 투자를 주의해야 한다"며 "정크본드의 가격이 비싸더라도 듀레이션을 고려하면 투자등급물이 더 비싼 것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긴 듀레이션이 시장의 파멸을 암시하는 것은 아니라고 매체는 덧붙였다. 작년 팬데믹으로 국채 금리가 가라앉을 때는 긴 듀레이션이 투자자에게 도움을 주기도 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국채금리가 앞으로 계속 상승한다면 정크본드가 투자등급 회사채보다 성과가 뛰어나야 한다"면서도 "지난 2013년처럼 국채금리가 상승하던 다른 기간과 비교할 때 현재 정크본드 가격이 싼 편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금리 상승이 이어지더라도 자금이 정크본드로 급격히 돌아설 상황은 아니라는 뜻이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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