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한은의 금리 잡기
[데스크 칼럼] 한은의 금리 잡기
  • 한창헌 기자
  • 승인 2021.03.25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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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소극과 신중'의 대명사였던 한국은행이 달라졌다. 금융시장 안정에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액션을 취한다. 공식 일정이 아님에도 이주열 총재의 메시지를 준비해 시장에 전달하고, 당국자는 장중 구두 개입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전에 보기 힘든 모습이다.

'비둘기' 이주열의 깜짝 등판이라 할 만했다. 이 총재는 지난 24일 질의응답 형식의 주요 현안 자료를 통해 정책 기조를 서둘러 조정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아주 새로운 내용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경기 회복 기대와 인플레이션 전망 등에 채권 금리가 급등락을 거듭하던 터라 그 시점이 주목됐다. 기준금리 인상 통화정책 기조의 전환 시기가 앞당겨지는 것 아니냐는 시장의 우려를 종식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향후 통화정책 운용 방향과 관련해 시장과 늘 원활하게 소통하면서 (시장의) 충격이나 혼선이 야기되지 않도록 유의하겠다"라는 문구에서도 이 총재의 시장 안정에 대한 의지가 읽힌다.

국고채 단순매입에 대해서도 진일보한 언급이 나왔다. 이 총재는 한은의 국고채 단순매입은 그 규모를 사전에 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금리 상승의 요인과 속도, 폭 등을 보면서 결정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면서도 국고채 단순매입은 유동성 흡수 측면에서는 당분간 '별다른 애로 없이' 실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은이 국고채를 추가 매입할 여력이 충분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 한동안 기댈 곳 없었던 채권시장 참가자들에게 '뒷배' 기대감을 안겨줬다.

지난 15일에 있었던 한은 당국자의 구두개입 방식에 대해서도 의외라는 반응과 함께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장중 개입이 나왔다는 점에 주목하는 의견들이다. 당일 한은 관계자는 장 마감 30여 분을 앞둔 시점에 "(한은이 기공개한) 5조~7조원 규모의 단순매입 외에 추가로 국채 매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추가로 통화안정증권(통안채) 2년물 발행 규모도 상당 폭 축소하겠다고 했다. 당일 10bp 안팎 급등했던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당국의 시장 안정 의지를 높이 사면서 그 폭을 줄여 마감했다.

국내 채권시장에선 한은이 장 종료 이후가 아닌 장중에 구두개입성 발언을 내놓은 것 자체를 이례적인 일로 보고 있다. 국고채 단순매입 등 시장에 영향을 줄 만한 내용은 장 마감 이후 공개가 일반적이었기 때문이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딜링에 직접 참여하는 한은의 역할과는 기본적으로 차이가 크다는 인식도 있다. 달러-원 환율이 급등락을 보일 때 기획재정부와 한은의 콜라보 개입은 종종 있는 일이다.

국채 발행 당국인 기재부의 외로운 싸움에 한은이 가세한 형국이라 금리 안정에 대한 기대는 커지는 분위기다. 경기 회복 기대가 여전하고 물가도 오르는 상황에서 금리 상승은 불가피하다고 보지만, 그 속도는 적절한 시점에 당국이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금리의 파급력이 광범위한 데다 때에 따라 충격의 강도가 거대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금리 급등이 가져온 글로벌 증시와 자산시장의 대혼란은 또 한 번의 교훈으로 다가온다. 기준금리와 괴리가 과도해진 시장 금리는 한 국가의 통화정책 방향 자체를 뒤흔들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환율과 금리 시장은 어느 자산보다 당국의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한 대상이다. (금융시장부장 한창헌)

c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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