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업 추진마다 노조 협의하나"…볼멘소리도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예원 기자 = '혁신금융 1호'로 출발한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서비스 '리브엠(LiivM)'이 재지정을 앞둔 가운데 좌초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혁신금융서비스를 운영한 이후부터 지속돼 온 노사 갈등이 결국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심사위원회는 이날 리브엠의 혁신금융서비스 재지정과 관련한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국민은행의 리브엠은 지난 2019년 4월 1호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됐다. 은행에서 금융과 알뜰폰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해 금융·통신 융합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골자다.

국민은행은 같은 해 12월 리브엠을 본격적으로 출시하고 현재까지 약 10만명 규모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그러나 리브엠의 혁신금융서비스 재지정은 노조 반대라는 암초를 맞닥뜨린 상태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이하 국민은행 노조)는 리브엠 사업이 은행 고유업무 수행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도록 한다는 '부가조건'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과당실적 경쟁이 있었다는 것이다.

국민은행 노조는 전일 기자회견을 열고 "영업점 직원들은 실적 압박에 '인터넷 홈페이지'나 '리브엠 고객상담센터'를 통해 할당된 실적을 채워 왔다"며 "사측은 실적경쟁을 조장하는 행동을 강행했다"고 규탄했다.

이에 반해 사측은 영업점 판매를 통한 대면개통 비율은 1.3%에 불과하다며 맞서고 있다. 영업점 성과평가(KPI) 반영도 시행하지 않았고, 직원에 대해 별도 목표 부여나 실적 종용도 없었다는 입장이다.

리브엠을 둘러싼 국민은행 노사 간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국민은행 노사는 지난해 리브엠 서비스 영업 채널 확대를 두고 갈등을 겪은 바 있다. 당시 사측이 리브엠 가입 채널을 영업점으로 확대하고, 지역영업그룹 대표 평가 기준에 리브엠 실적을 반영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데 따른 것이다.

당시 노조는 채널 확대가 향후 판매 압박으로 이뤄지는 단초가 될 수 있다고 보고 리브엠 사업 중단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이어온 바 있다.

이렇게 되자 금융위는 재지정 승인과 부결, 별도 부가조건을 부여한 승인 등 모든 시나리오를 열어두고 중립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당초 '혁신금융 1호' 타이틀 덕분에 재지정이 수월할 것이란 전망과는 사뭇 분위기가 달라진 셈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부결이 되더라도) 혁신금융서비스 신청 당시부터 만약의 경우 가입자를 이관하는 방안에 대해 이야기가 돼 있던 상황이어서 가입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신경쓸 수 있을 것"이라며 "노사 간의 충분한 협의 결과 등을 기초로 혁신위·금융위에서 논의하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안팎으로는 이번 사태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은행권 업황을 바라보면 노사를 떠나 서로 손잡고 달려들어도 혁신이 될까 말까 한 상황"이라며 "2년이라는 기간이 흐르는 동안 제대로 된 협의를 끌어내지 못한 점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민은행 노사는 전일까지도 금융당국에 노사 간에 협의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일로 향후 신사업을 추진할 때마다 노조 합의를 받아야 하냐는 금융권의 볼멘소리도 나온다"고 말했다.

ywkim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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