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국제경제부 = 28일(이하 미 동부 시각) 뉴욕증시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완화적 기조를 유지했음에도 하락했다.

미국 국채 가격은 완화적인 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비둘기 연준에 안도하며 거의 변동이 없었다. 성장과 고용 지표가 강해졌다는 성명서 문구에 상승폭을 확대했던 국채수익률은 테이퍼링 추측을 일축하며 예상보다 빠른 긴축 우려를 덜어준 제롬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에 상승폭을 거의 반납했다.

달러화 가치는 연준이 초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상당 기간 이어갈 것이라는 강한 의지를 강조하면서 약세로 급반전했다.

뉴욕유가는 원유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로 거의 6주래 최고치로 마감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와 주요 기술 기업의 실적 발표, 조 바이든 대통령의 보육 및 교육 관련 지출안 등을 주목했다.

연준은 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자산 매입 프로그램도 그대로 유지했다.

시장이 예상한 수준이었지만, 경기 평가가 개선되면서 연준의 다음 행보에 대한 우려로 시장의 관심이 이동했다.

연준은 "백신과 강력한 정책 지원에서의 진전 속에 경제 활동과 고용 지표가 강화됐다"고 평가했다.

또 이전 성명에서 "인플레이션이 계속 2%를 밑돌고 있다"고 한 표현을 "인플레이션은 올랐으며 주로 일시적 요인을 반영하고 있다"로 수정했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가 오르고 있는 점을 반영한 것이지만, 이러한 물가 상승세가 일시적 요인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해 시장을 안심시켰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경제 재개 시기 동안에는 일시적인 물가 압력을 보게 될 것이라면서도 일시적으로 2%를 웃도는 것은 연준의 행동을 촉발할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연준은 이날 연준의 완전고용과 물가 안정 목표에 있어 "상당한 추가 진전이 이뤄질 때까지" 매달 국채 최소 800억 달러, 모기지증권(MBS) 최소 400억 달러씩을 매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연준의 목표 달성에 일정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자산 매입을 축소하는 테이퍼링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를 시작할 때가 아니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날 늦게 예정된 의회 합동 연설에서 1조8천억 달러 규모의 투자 및 세금감면 정책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정책은 보육과 교육에 대한 지원책으로 1조 달러는 신규 투자로, 8천억 달러는 10년간 세금공제 혜택으로 충당될 예정이다. 연 소득 100만 달러 이상의 고소득자에 대한 자본이득세를 39.6%로 상향하고, 부유층에 대한 최고 소득세율을 39.6%로 인상하는 내용도 담길 예정이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3월 상품수지 적자 규모는 수입이 수출보다 더 많이 늘어나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 상무부는 지난 3월 상품수지(계절조정치) 적자가 906억 달러로, 지난 2월의 871억 달러 대비 4.0% 늘었다고 발표했다. 상품 수출은 2월보다 114억 달러 늘었고, 수입은 149억 달러 증가했다.

◇ 주식시장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64.55포인트(0.48%) 하락한 33,820.38로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3.54포인트(0.08%) 떨어진 4,183.18을,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39.19포인트(0.28%) 하락한 14,051.03으로 장을 마쳤다.

이날 시장은 기술 기업들의 실적 발표도 주목했다. 장 마감 후에는 애플과 페이스북이 실적을 발표한다. 페이스북은 장 마감 후 매출이 48%가량 증가했다고 발표했으며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4% 이상 올랐다.

전날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한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의 주가는 3% 이상 올랐다. 알파벳은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이날 주가는 2% 이상 하락했다.

보잉은 개장 전 발표한 실적에서 6개 분기 연속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주가는 2% 이상 하락했다.

스포티파이는 월간 활동 사용자에 대한 투자자들의 실망감에 12% 이상 떨어졌다.

뉴욕증시 전문가들은 시장이 주요 실적 발표를 확인할 때까지 방향성을 탐색할 것으로 예상했다.

로이트홀트 그룹의 좀 폴슨 수석 투자 전략가는 CNBC에 "이번 주 많은 FAANG(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기업들이 실적을 발표한다"라며 주식시장은 시장의 다음 방향을 결정하기 전에 이러한 주요 기업의 실적 보고서 일부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ING의 제임스 나이틀리는 FOMC 이후 발표한 보고서에서 "경기 전망에서의 평가가 약간 상향된 것은 (연준이) 자산 매입 축소를 향하는 과정에서 첫 단계에 있음을 시사한다"라며 "양적완화(QE)의 축소가 연말 전에 발표되고, 금리도 연준이 현재 예상하는 2024년보다는 훨씬 더 빨리 인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선물 시장은 9월 25bp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8% 반영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변동성지수(VIX)는 전장보다 0.28포인트(1.59%) 하락한 17.28을 기록했다.

◇ 채권시장

마켓워치·다우존스-트레이드웹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께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물 국채수익률은 전 거래일보다 0.1bp 하락한 1.621%를 기록했다. 성명서 발표 이후 1.657%까지 올랐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수익률은 전일보다 1.0bp 내린 0.166%에 거래됐다.

국채 30년물 수익률은 전장보다 0.8bp 상승한 2.301%를 나타냈다.

10년물과 2년물 격차는 전일 144.6bp에서 이날 145.5bp로 확대됐다.

국채수익률과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파월 의장이 고용시장과 경제에 대해 여전히 신중한 견해를 나타내 미 국채시장은 안정을 찾았다.

기자회견 내내 고용시장이 타이트한 상태가 아니며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는 점도 반복했다. 올해 장기물 위주로 국채수익률을 꾸준히 올렸던 두 가지 요인에 대한 우려를 잠재운 셈이다.

최악의 팬데믹 이후 경제 회복이 가속하면 연준이 그동안 시사해왔던 것보다 더 빨리 긴축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에 10년물 국채수익률은 2020년 말 0.9%에서 3월 말 1.75% 수준으로 빠르게 올랐다. 인플레이션 역시 국채수익률을 끌어올렸다.

연준은 금리와 자산매입 등 정책을 유지했지만, 경제에 대해서는 다소 개선된 평가를 했다. 성장과 고용 지표가 강해졌고 팬데믹에서 가장 피해가 컸던 부문이 개선의 신호를 보였다는 표현에 국채시장은 반응하기도 했다.

3월 100만 개에 가까운 일자리가 추가된 만큼 고용시장 개선을 인정하는 정책 성명에서 문구가 변경될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던 만큼 파월 의장이 시장을 달랠 수 있었다. 특히 올해 후반 시작될 채권 매입 감소와 관련해 시장이 준비할 수 있도록 몇 달 내 테이퍼링 발표 힌트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잠재웠다.

시포트 글로벌 홀딩스의 톰 디 갈로마 매니징 디렉터는 "파월 의장은 테이퍼링에서 상당히 멀리 있다는 점을 꽤 명확하게 했다"며 "연준은 여기서 6개월 동안 경제가 어떻게 나아갈지 상당히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상 수준의 4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소화한 시장은 이제 연준이 선호하는 인플레이션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및 개인소득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지표가 호조세를 이어가면 파월 의장이 이번 회의와 달리 6월에는 톤을 바꿀 것이라는 예상 역시 높아졌다.

웰스파고의 마이클 슈마허 채권 전략가는 "연준이 자산 매입을 곧 억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파월 의장은 시장에 거의 확신을 줬다"며 "곧 테이퍼링이 일어날 가능성을 확실히 없앴고, 단기 테이퍼링의 가능성을 차단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국채수익률이 급등할 가능성이 작아졌다는 의미"라며 "테이퍼링에 대해 곧 얘기하는 이벤트는 없을 것이어서 6월이 더 흥미로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몇 달 동안 더 뜨거운 인플레이션 지표를 얻게 될 것"이라며 "연준은 인플레이션 정책 틀을 설명하라는 더 많은 압력을 받게 된다"고 강조했다.

암허스트 피어폰트는 "연준은 더 나은 지표를 인정하면서도 다시 한번 테이퍼링 논의를 피했다"며 "대거 예상된 대로 고용과 인플레이션 모두 계속 오르면 연준은 톤을 바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준이 6월에 모였을 때 일자리가 추가로 200만 건 늘어나고 실업률이 또다시 큰 폭 하락하고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든 아니든 2%를 훨씬 상회하면 오늘과 같은 파월 의장 기자회견은 신뢰를 잃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알리안츠 인베스트먼트의 찰리 리플리 선임 투자 전략가는 "회복세가 계속 힘을 얻으면 연준은 완화적인 정책 정점에서 이동해야 할 것"이라며 "현재로서 연준은 채권시장을 바짝 잡고 있지만, 채권매입 테이퍼링이 임박했다는 것처럼 보인다"고 강조했다.

인캐피털의 패트릭 래리 수석 시장 전략가는 "인플레이션을 일시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시장은 인플레이션 수준과 지속에 대해 인내심을 갖기 어려우며 일시적이지 않다는 인식이 생기면 채권시장이 들고 일어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 외환시장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6411)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께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108.610엔을 기록, 전장 뉴욕 후장 가격인 108.736엔보다 0.1264엔(0.12%) 하락했다.

유로화는 유로당 1.21300달러에 움직여, 전장 가격인 1.20885달러보다 0.00415달러(0.34%) 상승했다.

유로는 엔에 유로당 131.72엔을 기록, 전장 131.44엔보다 0.28엔(0.21%) 올랐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 인덱스는 전장보다 0.35% 하락한 90.572를 기록했다.

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통화정책 결정을 발표하면서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다만 시장은 2013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은 손익분기인플레이션(BEI)을 여전히 주목하고 있다.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과 물가연동채 10년물의 수익률 차이를 일컫는 10년 BEI는 2.4% 수준까지 치솟으며 강한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제안한 1조8천억 달러 규모의 보육 및 교육 지원 계획도 향후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자극하는 뇌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풀이됐다. 이미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25% 수준으로 풀린 재정부양책과는 별도의 사안이기 때문이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폴 애쉬워스는 "연준은 금리 인상은커녕 자산매입 속도의 둔화를 고려하고 있다는 암시도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상태로는 연준이 내년 초까지 월별 자산매입 규모를 축소하기 시작해 2023년 후반까지는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바꿀 게 없다고 강조했다.

◇ 원유시장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92센트(1.5%) 오른 배럴당 63.86달러에 마감했다.

팩트셋에 따르면 WTI 가격은 지난 3월 17일 이후 최고치로 올랐다.

유가는 앞서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가 감산 완화 방침을 유지하기로 하면서 상승했다.

OPEC+가 인도에서의 코로나19 사태 악화에도 원유 수요 전망치를 수정하지 않고 글로벌 원유 수요가 회복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유지한 것이 유가 상승에 일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로비 프레이저 글로벌 리서치 매니저는 마켓워치에 "원유시장의 관심은 글로벌 경제의 장기적인 상태와 원유 수요 회복에 맞춰져 있다"라며 특히 "계절적으로 수요가 증가하는 여름 시즌에 돌입하면서 강세 신호가 계속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리스타드 에너지의 비요나르 톤하우젠 원유 시장 대표는 "시장은 올해 여름으로 갈수록 글로벌 원유 수요가 회복되고 가격이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OPEC 회원국이나 다른 기관들도 하반기 원유 수요에 대한 낙관론을 계속 피력하고 있다며 가격도 그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원유 재고가 소폭 늘었다는 소식도 나왔지만, 유가 강세를 누그러뜨리지는 못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 23일로 끝난 한 주간 원유 재고가 9만 배럴 증가한 4억9천310만7천 배럴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집계한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치는 10만 배럴 감소였다.

휘발유 재고는 9만2천 배럴 증가한 2억3천507만4천 배럴로, 정제유 재고는 334만2천 배럴 줄어든 1억3천904만9천 배럴로 집계됐다.

애널리스트들은 휘발유 재고가 20만 배럴 증가하고, 정제유 재고는 10만 배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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