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미국발(發) 인플레이션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를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은 일시적인 인플레 압력이라고 평가 절하하지만, 시장은 좀처럼 의심을 거두지 않는다. 경기 회복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수요측 압력까지 가세할 것이란 전망도 작용한다.

미 연준의 정책 변화 가능성까지 제기돼 시장의 걱정은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연준이 공개한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을 보면 "다수의 참석자가 경제가 위원회의 목표를 향해 계속 빠르게 나아간다면 다가오는 회의에서 어느 시점에(at some point) 자산매입 속도를 조정하는 계획에 대해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고 적혀 있다. 아직 소수의견에 가깝지만, 연준이 향후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라는 점이 주목된다. 연준이 지금까지 내놓은 통화정책 변화 가능성에 관한 언급 중 가장 명시적인 표현이기도 하다.

연준의 정책 변화 가능성과 맞물려 오는 27일에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 대한 관심은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기준금리 동결 흐름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이션과 경기 개선에 대한 금통위와 이주열 한은 총재의 시각을 확인하려 할 것이다. 이번에도 원론적인 발언에 그칠 가능성이 커 보이지만, 그 속에서도 정책 변화 가능성의 힌트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이다.

기준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소수의견의 등장 가능성을 경계하는 시각도 나온다. 글로벌 통화 완화 기조의 축이 흔들리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조기 긴축 전환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4월 금통위 의사록에서는 정책 변화 필요성에 대한 진일보한 언급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 한 금통위원은 "1분기 중 금융권 가계대출이 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에도 불구하고 큰 폭으로 증가하는 등 금융불균형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며 "정부의 가계부채 관련 대책을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겠지만, 금융안정 이슈에 대해 통화정책적 차원에서 고려할 필요성이 점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금통위원 발언 중 가장 매파적인 의견이라 평가된다.

최근 지표로 보면 언제 소수의견이 나와도 이상하지는 않은 분위기다. 우리나라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작년 같은 달보다 2.3% 올랐다. 소비자물가가 2%대 오름폭을 기록한 건 2018년 11월 이후 2년 6개월 만이다. 생산자물가도 오름세를 지속하고,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속속 상향되는 추세라 통화당국의 출구전략에 대한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금통위의 소수의견 등장 여부에 주목하는 건 이 자체가 정책 변화에 대한 유력한 시그널로 작용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긴축 정책으로 돌아서기 전 금리인상 소수의견의 예측 강도는 한층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2017년 10월 금통위 때는 기준금리를 올리자는 소수의견이 6년여 만에 제기됐다. 금통위는 그 다음 달인 11월에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후 소수의견이 없다가 2018년 7월 다시 금리인상 의견이 나왔고, 석 달 후인 같은 해 10월에 기준금리가 인상됐다. 당분간 소수의견 등장 여부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은 금통위의 현재 정책 스탠스는 완화 기조 유지에 방점을 두고 있지만, 금리인상 소수의견이 나온다면 시장 평가는 급변할 여지가 있다. 오는 5월과 7월 통화정책방향 금통위 결과에 온통 신경을 곤두세워야 할 때다. (금융시장부장 한창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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