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깜짝 금리인상 시그널이 국채시장에 충격을 줬다면 이어서 등장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깜짝 발언은 이 충격을 완화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통화정책이든 재정정책이든 정책 방향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지만, 이에 못지않게 오퍼레이션 타이밍도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지난달 27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국고채 금리는 가파르게 올랐다. 금통위 당일 금리는 하락했지만, 이주열 총재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언급한 후폭풍이 뒤늦게 몰려왔다. 금통위 다음 날인 28일 국고3년 금리는 3.8bp, 29일에는 6.5bp나 급등했다. 이후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우려까지 작용하며 장기물 금리 상승폭도 가팔라졌다.

홍남기 부총리가 지난 4일 등장해 "2차 추경에도 적자국채 발행은 없다"는 발언을 내놓기 전까지는 어지러운 시장 분위기가 이어졌다. 홍 부총리 발언으로 수익률 곡선의 플래트닝 쏠림이 일시적으로 나타나기도 했지만, 시장 심리 전반을 안정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홍 부총리의 발언에 시장이 즉각적으로 반응을 한 건 무엇보다 그 타이밍이 좋았기 때문이다. 정책 당국자가 시장 불안 요인을 정확하게 짚었고, 발언 타이밍까지 절묘하게 잡아내면서 시장 안정 효과가 극대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는 국채당국 실무자들의 역할도 컸다고 전해진다. 국채시장의 흐름을 꿰뚫고 있는 기재부 실무자들이 부총리와 차관 등에게 시장 불안 완화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보고하고 건의한 것이 오퍼레이션 타이밍을 극대화하는 데 기여했다.

상대적으로 한은의 미흡한 대응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국채 단순매입이라는 한국은행 만이 할 수 있는 강력한 오퍼레이션 시스템을 적절하게 활용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한은은 지난 2일 장 마감 이후 1조5천억원 규모의 단순매입 실시 계획을 발표했다. 국고10년 금리가 2년 6개월 만에 2.2%를 돌파한 당일이었다.

시장 참가자들은 발표 타이밍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지난달 27일 금통위 직후에, 적어도 하루 이틀 지난 시점에 단순매입 발표가 나왔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매파 금통위에 더해 추경 우려가 커졌던 시점에 한은의 전격적인 의사결정이 이뤄졌다면 그 효과는 더 컸을 것이라고 본다. 시장 기대보다 한 발짝 뒤처진 한은의 대응으로 결국 반짝 효과에 그쳤고, 오퍼레이션 부담은 오롯이 기재부가 떠안은 셈이 됐다.

이주열 총재가 금리인상 시그널을 전달한 타이밍은 시장 예상을 앞선 것으로 평가된다. 금리인상을 주장하는 소수의견이 없었음에도 이 총재는 다소 독단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매파 본색을 갑자기 드러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보다 앞서 정상화에 나설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게 결정타였다.

통화정책 변화에 민감한 국채시장의 충격은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단순매입 총알은 이미 확보된 터라 방아쇠만 당기면 됐지만, 한은은 그마저도 잘 해내지 못한 셈이 됐다. 금리 정책은 타이밍의 예술이라고 한다. 그에 못지않게 정책의 파급 효과를 예측하고 오퍼레이션을 잘 수행하는 능력도 중앙은행이 갖춰야 할 덕목이다. (금융시장부장 한창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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