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서울 채권시장이 살얼음판이다. 적게는 수십억 원에서, 많게는 수백억 원 터진 채권 딜링룸이 넘쳐난다. 금리 급등(채권가격 하락)이 지난달께 시작됐으니 두 달도 안 된 사이 벌어진 일들이다. 짧은 기간 손실액이 커지면서 채권시장 내 역대급 위기라는 하소연도 쏟아진다. 일찌감치 북 클로징(장부 마감)을 해서 연간 수익을 조금이라도 건져보겠다는 딜링룸은 그나마도 사정이 나은 곳이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이달 장중 1.90%를 뚫고 올라갔다. 8월 말 금리가 1.3%대였으니 두 달여 만에 60bp(베이시스포인트)가량 치솟았다. 2013년의 미국 테이퍼 텐트럼(긴축 발작) 시기와 2017년의 미국 금리 인상기의 공포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마침 지금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테이퍼링이 임박한 것으로 관측되는 데다, 한국은행은 연준에 앞서 금리 인상 사이클을 본격화했다.

체감상 느끼는 시장의 공포는 더 크다. 지난 18일 기준 국고채 3년 금리와 한은 기준금리의 스프레드는 110bp를 돌파했다. 테이퍼 텐트럼 당시의 스프레드는 50~60bp, 미 금리 인상기의 스프레드는 90bp 수준이었다. 잔뜩 꼬인 수급 탓에 시장 금리가 오버슈팅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외국인의 국채선물 매도가 심상치 않다. 꼬리가 몸통을 뒤흔드는 형국이다. 국고채 30년물과 10년물 금리의 역전폭이 심화한 것도 수급 꼬임에서 나온 현상이다. 이런 수급측면 요인 외에도 한은의 금리인상 기조가 확실하니 단기간 금리가 많이 올랐다고 매수 베팅에 나서기도 쉽지 않은 환경이다. 기댈 곳 없는 채권 딜링룸은 국채 당국인 기획재정부의 수급과 커브 조절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마침 국채 당국인 기획재정부의 스탠스를 제대로 확인할 기회가 찾아온다. 오는 26일 열리는 '국채(KTB·Korea Treasury Bonds) 국제 콘퍼런스'에서다. 기재부와 연합인포맥스가 공동 주최하는 이 행사는 올해로 여덟 번째다. 기재부의 이승원 국유재산심의관이 국채시장 대응 방안 관련 주제 발표를 한다. 특히 국채시장의 수급을 책임지는 김이한 국채과장이 직접 토론에 나설 예정이라 그의 발언 하나하나에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패널들의 면면도 역대급으로 화려하다. 1부 세션에서 발표하는 배리 아이켄그린 UC버클리 경제학과 교수는 세계적인 통화·금융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미국 학계의 대표적인 지한파 경제학자로도 알려진 만큼 어지러운 국내 시장에 한 줄기 빛 같은 조언이 나올지 주목된다. 싱가포르 국부펀드(GIC)와 JP모건 소속의 글로벌 채권시장 전문가들도 이번 콘퍼런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서울 채권시장의 1세대와 2세대를 아우르는 베테랑 딜러와 채권 전문가들도 다수 출연한다. 1부 세션을 마치고 토론을 진행하는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상무(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국내 최고의 채권 분석가로 명성이 높았던 인물이다. 국외 연사들의 발표 내용에 대한 명쾌한 해석과 함께 오랜 경험에서 나온 혜안을 시장에 전달해줄 것이라 기대한다.

2부 세션에서 주제 발표를 하는 장동헌 대한지방행정공제회 사업부 이사장(CIO)은 이력이 무척이나 독특하다. 유명 주식 펀드매니저에서 금융감독원 팀장급 간부로 변신했다가 다시 채권과 대체투자까지 아우르는 자산관리 전문가로 거듭났다. 1990년대 말 미래에셋의 '박현주 펀드'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을 때 당시 한국투자신탁이 장씨의 이름을 딴 '장동헌 펀드'를 내놓으며 경쟁을 벌일 정도로 화제의 인물이었다. 금감원 재직 이후 얼라이언스번스틴자산운용 대표이사, 우리자산운용 운용본부 총괄 등을 거쳐 2015년 지금의 행정공제회로 자리를 옮겼다. 시장과 정책의 경험을 고루 갖춘 데다 20조 원 가까운 자금을 총괄 운용하는 장 CIO의 전략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부 토론에 참여하는 UBS은행 서울 지점장 출신의 김태호 KB증권 부사장(Sales&Trading 부문장)과 최경진 도이치은행 한국 트레이딩 부문 대표는 서울 채권시장에서 이름 석 자 만으로도 모든 게 설명 가능한 최고의 베테랑 딜러들이다. 최근의 어지러운 시장 상황에서 20년 넘게 '피 튀기는' 전장에서 살아남은 그들의 생존 전략에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채권시장의 역대급 위기라는 지금, 이들 베테랑의 실전 대응 전략을 엿볼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 (금융시장부장 한창헌)

c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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