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새로운 변이 오미크론의 공포를 아직 우리 금융시장에선 찾아보기 어렵다. 코로나19의 첫 확산 시기나 델타 변이 출몰 시기를 경험하며 쌓인 학습 효과가 작용하는 분위기다. 결정적으로 외국인 투자자의 귀환이 심리 안정에 도움을 주고 있다. 주식과 채권을 동시에, 그것도 대량으로 매수하는 외국인 덕분에 원화환율도 강세 흐름이 뚜렷해졌다.

3일 연합인포맥스 파워투자자추이(화면번호 3881) 등을 보면 외국인은 이번 주에만 국내 주식을 2조원가량 순매수했다. 코스피와 코스닥시장 종목을 합한 결과다. 주 후반으로 가면서 이들의 매수 강도는 더 세지고 있다. 같은 기간 장외시장에서의 원화채권 순매수 금액은 3조원 안팎에 이른다. 지난달 30일 하루에만 1조4천억원 넘는 채권을 사기도 했다.

국채선물시장 내 외국인 매수 역시 폭발적이다. 외국인은 전일까지 6거래일 연속으로 3년 국채선물을 순매수 중이다. 이번주에만 3만5천계약을 사들였다. 금액으로는 3조7천억원이 넘는 규모다. 10년 국채선물을 포함한 이번주 순매수 금액은 4조5천억원에 달한다.

오미크론 공포와 글로벌 긴축 우려 등에도 외국인 자금의 대량 유입은 시장 안정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코스피는 지난달 말의 급락세에서 벗어나 지난 1일과 2일에만 4% 가까이 상승했다. 채권은 단기물과 장기물 간 온도차는 있지만, 지난달 후반까지의 패닉장에선 확실히 벗어난 분위기다. 무엇보다 달러-원 환율의 하락(원화 강세)이 인상적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인플레에 대한 달라진 평가로 긴축 우려가 거세진 상황이다. 경험상 달러 강세와 원화를 비롯한 기타 통화의 약세가 예상되는 상황이지만, 외국인 자금의 대량 유입이 판을 바꿔놓고 있다.

오미크론의 등장에 달러 약세가 가속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오미크론 공포가 미 증시를 덮친 지난달 26일 달러인덱스(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가치)가 급락했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높아질 때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오미크론의 등장은 이런 통념을 깼다. 달러 약세는 미 경제에 대한 불안 심리를 반영하는 것인데 반해 국내 시장에는 순기능이 더 커질 수 있다. 최근 외국인의 귀환도 달러 약세 기대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일반적으로 달러 약세는 원화 강세를 수반해 환차익을 노린 외국인 자금의 유입으로 연결된다.

당분간 시장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엔 대비해야 한다. 오미크론 변이의 심각성을 확인하려면 1~2주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한다. 오미크론의 확산으로 글로벌 공급망 차질이 길어지면 자칫 물가 상승 압력은 더 커질 수 있다. 긴축에 따른 경기 둔화와 물가 급등의 이중고가 본격화할 조짐이 나올 때면 시장은 또 한번 커다란 공포에 직면할 수 있다. 오미크론의 확산, 심각성 여부와 함께 달러 추이, 외국인 움직임 등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할 때다. (금융시장부장 한창헌)

c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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