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임인년(壬寅年) 시작부터 서울 채권시장이 어지럽다. 새해 첫날 시장 금리가 급등하며 연초 효과 기대를 무색하게 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1월 기준금리 인상 우려에다 추가적인 확대 재정에 대한 부담까지 겹친 탓이다. 장·단기물 금리에 모두 영향을 주는 변수들이라 심리적 압박감이 쉽게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건 불확실성이다. 그런 점에서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대한 우려가 연초 채권시장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추경 편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연장되며 소상공인 피해 지원이 시급하다는 이유에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최소 25조원 규모의 추경 편성을 언급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역시 정부와 여당 간 논의가 먼저 이뤄진다는 전제하에 추경안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 3일에는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국회의원 83명이 100조원 추경 편성을 촉구하는 대정부 결의안을 내놓기도 했다.











그동안 추경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던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톤이 미묘하게 달라져 추경 이슈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홍 부총리는 전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치권의 추경 편성 요구와 관련해 소상공인 피해 상황이나 재원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계획이라고 했다. 올해 본예산의 신속 집행에 우선순위를 두기는 했지만, 향후 추경 검토 가능성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됐다.

추경 이슈는 채권시장 입장에서 매번 껄끄러운 변수다. 추경 규모나 시기 자체가 불확실성이 크다 보니 적자국채 발행 규모도 쉽게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상반기, 특히 1분기 이전의 추경은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지난해 2차 추경의 경우 주로 초과세수를 기반으로 이뤄졌지만, 연초에 추경이 단행될 경우 세수 예측 등의 어려움으로 국채 발행량이 대폭 늘어날 여지가 있다. 채권시장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다. 추경 불확실성은 통상 장기물 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연초부터 다시 불거진 기준금리 인상 이슈는 상대적으로 불확실성이 작은 변수다. 기준금리 결정 등 통화정책방향 관련 금통위가 잡혀 있는 올해 1월이나 2월 중 금리인상 가능성은 이미 채권 가격 등에 상당 부분 반영됐기 때문이다. 이주열 총재의 매파적 스탠스가 여전하다는 점과 현 금통위원들의 성향 등을 충분히 고려한 예상치다. 시장이 우려하는 건 1월과 2월 연속 인상이지만, 이 역시 현실화 가능성은 크지 않다.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으로 소비 위축 등 경기에 타격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연속 인상을 단행할 수 있는 여건은 아니다. 물가 급등 현상도 하반기 완화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만에 하나 1월과 2월 연속 인상이 단행된다면 작년 11월 이후 사실상 석 달 연속 금리 인상이 이뤄지는 셈이 된다. 작년 12월 금통위는 금리 결정 없는 이른바 '비통방' 회의였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금리 인상 시기에 대한 갑론을박도 큰 의미는 없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1월 인상으로 기준금리가 1.25%로 회귀한 후에는 추가 인상 우려가 완화할 것이라 예상한다. 불확실성 해소 측면에서 오히려 호재로 작용할 여지도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 변화도 한은 금통위에 직접적인 변수가 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연준의 3월 테이퍼링 중단과 함께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지만,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린 덕분에 한은이 연준을 따라갈 근거도 크지 않은 상황이다. 3월 말 이주열 총재의 임기 만료나 대통령 선거 등에 따른 정책 공백의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 방향성이 어느 정도 보이는 통화정책보다는 불확실성이 커진 재정정책 이슈가 당분간 채권시장을 뒤흔드는 변수가 될 것이다. 시장은 금리 레벨에 대한 베팅보다 커브 전략에 더 몰입할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시장부장 한창헌)

chhan@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09시 29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