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시장의 예상이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다. 그런데 시장에 미친 충격의 강도는 절반을 넘어서 패닉까지 불러왔다. 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정책 불확실성이 다시 짙게 깔린 탓이다.

지난 14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상 결정은 예상대로였지만, 이주열 한은총재의 발언이 그렇게 셀지 몰랐다. 작년 11월 금통위 기자회견과 12월 물가안정목표 설명회 때의 모습과는 확연하게 달라졌다. 이 총재의 매파적 발언이 이어지면서 채권시장은 또 한번 충격을 받았다. 당일 국고채 금리는 전 구간 급등했다. 3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9.1bp 오른 2.044%를 기록했고, 10년물 금리는 5.6bp 올랐다.

시장이 1월 금리 인상 이후 이 총재의 비둘기파적 발언을 기대했던 건 작년 11월 금통위 이후 기존의 매파 스탠스가 완화했다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11월 금통위 전후로 한은의 금리 인상 행보가 경제 상황에 비해 너무 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는데, 이 총재는 당시 "금통위도 무엇보다 경제 상황을 우선하고 있다"고 말하며 속도 조절 가능성을 내비쳤다. 채권시장이 기준금리 이슈를 과도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시장과의 소통도 강화하겠다고 했다.

이후 시장은 1월 기준금리 인상 이후 한은 금통위의 '슬로우 스텝'을 예상했다. 이에 이 총재의 스탠스도 완화적일 것이라 예상했으나 1월 금통위 기자회견 이후로 그 기대가 무너진 셈이다.

이 총재의 발언은 작정한 듯 거침이 없었다. 그는 "성장과 물가의 현 상황과 전망을 고려해보면 지금도 실물경제 상황에 비해 여전히 완화적"이라고 말했다. "경제 상황에 맞춰 기준금리 추가 조정을 할 필요가 있고 1.5%가 되더라도 긴축으로 볼 수는 없다"고도 했다.

이처럼 이 총재의 뉘앙스가 달라진 데는 한은 집행부의 물가 전망이 급변한 이유가 결정적이었다고 보여진다. 한은의 물가 전망은 20여 일 만에 확 달라졌다. 한은은 지난달 24일 공개한 '2022년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에서 올해 물가는 2021년보다 다소 낮아지겠으나 2%대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1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선 '3%' 숫자가 등장했다. 한은은 올해 물가가 상당 기간 '3%'를 넘고, 연간으로는 '2% 중반'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말 공공요금을 비롯해 외식 물가, 식재료 등이 줄줄이 인상되면서 인플레 공포가 현실화하는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물가의 고공행진이 불가피해 보이는 상황에서 이 총재가 인플레 파이터로서 역할을 강조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2월 금통위도 안심하긴 어렵게 됐다. 당초 이 총재의 임기 만료가 3월이라는 점 등으로 1월 인상 이후 쉬어가는 국면이 예상됐지만, 인플레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휴지기가 길어지면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다. 3월 금통위는 기준금리 결정이 없는 이른바 '비통방' 회의다. 3월 대통령 선거 이후의 일정 등으로 4월과 5월 금통위 전망 역시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 총재 재임 기간인 2월에 기준금리를 한번 더 올리고 두세 달 금리인상 효과를 지켜보는 게 적절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1.5%의 기준금리도 긴축으로 볼 수는 없다고 밝힌 터라, 임기 중 한번 더 올려도 이상한 것은 없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이 3월에 시작돼 그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도 한은 금통위의 큰 고민거리다. 물가 컨센서스와 실제 지표 등을 확인하면서 한은의 선제적 인상론이 또 부각될 것인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금융시장부장 한창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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