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우리 금융시장에 긴축 발작이 한창 진행 중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를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의 긴축 우려에서 촉발된 유동성 위기 상황이다. 연초부터 통화정책에 가장 민감한 채권시장이 먼저 터졌다. 작년 말 1.8%를 밑돌던 국고채 3년물 금리는 2.1%를 넘어섰다. 국고 10년 금리는 2.5%를 돌파해 국고 30년, 50년 금리마저 웃돌고 있다.

주가 하락세도 심상찮다. 코스피는 올해에만 10% 가까이 하락해 지난 2020년 12월 수준까지 내려왔다. 외국인의 주식 매도세도 1월 중순 이후 강화하는 추세다.

그나마 환율이 버텨주고 있다. 아직까진 그렇다. 연초 빠른 속도로 1,200원선을 뚫고 올라가며 불안한 흐름을 보였던 달러-원 환율은 다시 1,190원대로 내려왔다. 전일까지 4거래일 연속으로 올랐으나 하루 상승폭은 1~2원 수준에 머물러 1,200원대까지는 약간의 여유가 있다.

서울 외환시장의 상대적인 안정감은 일시적인 수급 요인이 기여한 측면도 있다. 매파 연준에도 달러 강세가 예상보다 강하지 않았던 데다, LG에너지솔루션의 블록버스터급 청약 이슈도 크게 작용했다. LG에너지솔루션 청약에 참여한 외국인의 달러 매도가 지난주 어지러운 시장 분위기에서도 달러-원 환율의 급상승을 막아준 셈이다. LG엔솔 청약 이슈가 마무리됐으니 달러를 사려는 '롱' 심리가 다시 강해질 것이란 경고도 나온다.

달러 강세가 다시 가속화할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 전일(24일) 주가 급락에도 잘 버텨주던 달러-원 환율이 장 막판에만 2원 넘게 치솟은 것도 아시아 시장에서 달러가 강세로 돌아선 영향이 컸다.

매파 연준은 언제든 다시 달러 강세를 불러올 수 있다는 불안 심리가 적잖게 퍼져 있다. 현지시간으로 25일과 26일에 열리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고강도의 긴축을 예고한다면 달러-원 환율이 다시 요동칠 수 있다는 우려다. 연준이 3월을 시작으로 연간 4~5차례 정도의 금리 인상을 할 수 있다는 게 현재의 시장 컨센서스다. 연준이 컨센서스보다 완화한 조치를 시사하며 시장의 우려를 달랠 것인지, 더 매파적인 행보를 보일 것인지 가늠조차 어렵다는 게 지금의 최대 불확실성 요인이다.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트리플 약세'를 가장 경계한다. 금융위기는 언제나 그랬듯이 주가와 환율, 채권가격의 동반 급락과 함께 찾아온다. 환 위험이 그렇게 크지 않았다고 본다면 아직은 금융시스템의 붕괴까지 걱정해야 할 상황은 아니다. 다만 지금의 간헐적 패닉 양상이 길어지면 공포 심리가 극대화할 수 있어 안심하기엔 이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면전 우려가 남아 있고, 외국인은 국내 주식 매도세를 다시 강화하고 있다. 무엇보다 임박한 1월 FOMC의 결과물에 따라 환율이 요동을 칠 여지가 있다. 국외 변수가 주를 이루고 있긴 하지만, 환율 급등 위험이 불거진다면 외환당국의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그동안 국내 금융위기는 어김없이 외환시장의 위기에서 촉발돼 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금융시장부장 한창헌)

chhan@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09시 23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