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글로벌 금융전문가들이 누워버린 미국 국채 수익률 곡선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미국채 수익률 곡선이 평탄한 정도를 넘어서 역전 현상으로 이어질 경우 경기침체를 의미하는 직격탄이 될 수도 있어서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매파적 행보에 글로벌 금융시장의 이목이 쏠린 이유 가운데 하나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미국채 장기물 수익률이 급등하는 등 수익률 곡선이 가팔라지면 주식시장에 더 파괴적인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을 것으로 진단됐다.



◇전쟁위험에도 누워버린 수익률 곡선

미국채 가격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지정학적 리스크가 증폭됐지만, 되레 하락하고 있다. 미국채 가격이 하락은미국채 수익률이 상승했다는 의미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미국채 가격이 전쟁 위험에도 하락했을 정도로 미국 인플레이션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큰 탓으로 풀이됐다. 실제 시장의 기준인 벤치마크 기물인 미국채 10년물 수익률은 2.00%에 바짝 다가섰다. 연준의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채 2년물 수익률은 1.60%를넘보고 있다. 10년물과 2년물의 금리차이를 의미하는 스프레드는 40bp 아래로 축소됐다.

10년물과 2년물 수익률은연내에 역전될 수도 있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연준 등글로벌 중앙은행들이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서고 있어서다. 연준 등이정책금리 인상에 나서고통화완화 정책을 잇달아 철회하면서단기물 수익률은 꾸준한 오름세를 타고 있다. 장기물 수익률은상대적으로 오름세가 가파르지 않다. 단기물에 비해 장기물 수익률이 오르지 못하니채권 수익률 곡선이 누워버렸고 조만간 역전될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채 10년물 수익률의 월봉차트:인포맥스 제공>



◇장기물 수익률 상승세 둔화가 당국도 달갑지 않은 이유

연준 등 경제 당국도 장기 수익률 상승세 둔화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장기물 수익률 상승세 둔화는경기 전망이 좋지 못해 돈에 대한 수요가 공급보다 적어졌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채 초장기물 상승세 둔화는그동안 경기 전망을 비교적 정확하게 반영한 것으로 평가돼 왔다.

장기물 수익률은통화정책 요인뿐만 아니라 경기, 물가 등 펀더멘털 요인, 금융시장의 상황 등에도 영향을 받는다. 미국채 10년물과 2년물 수익률 스프레드가 40bp 미만이라는 의미는 미국의 장기 성장 전망이 그만큼 밝지 않다는 시장의 컨센서스로 볼 수 있다.

2%대로 추정되는 미국의잠재성장률을 감안할 때 길게 봐서 2% 수준의 미국채 수익률이 낮지 않다는 시장의 평가가 반영된 셈이다.

선진국 중심의 세계적인 인구고령화와 저축성향 강화가 장기물 수익률 상승세의 걸림돌 가운데 하나로 지목됐다.대규모 자본 투자를 수반하지 않은 경제의 구조적 변화도 장기 실질 수익률을 끌어내리는 주요 동력 가운데 하나로 풀이됐다.

고령화가 진행 중인 선진국의 국민들은 은퇴를 위해 절정기에 이른 그들의 소득을 저축하기에 바빴다. 세계 중앙은행의 원조인 잉글랜드 은행(BOE)은 선진국 인구들의 저축 등으로 전 세계 금리가 1.4%포인트 가량 하락한 것으로 추산했다. 중국이 세계 경제에 편입되면서 엄청난 규모의 부자들이 세계 자금 공급원이 됐다는 점도 장기 실질 금리 하락의 원인으로 진단됐다.

자금 공급은 늘었지만 자금 수요는 오히려 줄어드는 등 경제의 구조적 변화도 뒤따랐다. 선진국의 성장률이 떨어졌고 공장건설과 기계류의 투자 비용과 기업가치도 함께 하락했다. 특히 아마존,구글,에어비엔비 등 기술기업의 발달로 실물 투자의 필요성이 현저하게 떨어지면서 자금 수요도 급감했다. 장기 자금 공급은 넘치고 수요는 줄어드니 장기 실질수익률하락은 당연한 결과인 셈이다.

중앙은행들이 단기금리인 정책금리를 너무 오랫동안 낮은 수준에서 유지했다는 점도 수익률 곡선 왜곡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거의 10년간 정책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유지했다. 중앙은행들은 제로금리 정책을 도입하는 것도 모자라 천문학적 규모의국채나 기타 자산 등을 매입해 장기금리를 억지로 끌어 내렸다.



◇장기물 수익률 상승세 가팔라지면 주식 지옥문이 열릴 수 있는 까닭

장기 실질 수익률하락의 가장 큰 원인 가운데 하나는 곧 해소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미국 연준 등 글로벌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등 매파적 행보를 강화하며 더는 시장의 응석을 받아주지 않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이제부터 주식 투자자들은 미국채 장기물 수익률 동향을 더 눈여겨봐야 할 것 같다. 장기물 수익률 상승세가 둔화되지 않고 가파른 오름세를 이어간다면 주식 투자에는 더 큰 재앙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채 10년물 등 장기물 수익률은 모든 자산의 할인율로 작용한다. 높은 수익률은 미래의 현금흐름을 더 큰 폭으로 할인하기 마련이다. 10년 뒤 100달러를 1%로 할인하는 것보다 2%로 할인할 경우 현재의 가치가 더 낮다는 의미다. 당연히 주식의 밸류에이션에 대한 할인율도 달라진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성장기업들의 주가가 최근 고꾸라지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원론적으로도 높은 채권 수익률은 항상 주식과 상극이었다. 자산배분 입장에서 보면 높아진 채권 수익률이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위험이 뒤따르는 주식보다는 매력적인 투자 수단이 될 수도 있어서다.

높아진 채권 수익률이 기업들의 자금 조달 능력 저하로 이어진다는 점도 주식 입장에서는 악재다. 기업들이 더 비싼 비용을 부담하고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장기물 수익률이 급등했을 경우 주식시장에 대재앙이 됐던 사례는 역사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지난 1987년 미국채 10년물 수익률이 2월에 7.2%에서 9월에 9.6%로 치솟으면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 지수가 하루에만 무려 22%나 폭락하는 '블랙먼데이'가 뒤따랐다.

닷컴버블의 붕괴도 장기물 채권 수익률이 먼저 예고한 바 있다.1998년 9월 4.4% 수준이었던 미국채 10년물은 2000년 2월에 6.4%까지 치솟았다. 얼마후 나스닥지수가 폭락하는 닷컴버블의 붕괴가 뒤따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에도 장기물 수익률 상승세는 유별났다. 2003년 5월 3.4% 수준이었던 미국채 10년물 수익률이 2006년 5월에는 5.1% 수준까지 올라섰다.

미국채 10년물 수익률이 저점대비 두배나 뛰어오른 지금도 투자자들이 안심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진단됐다.

월가의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채 10년물 수익률이 연 2.5~3.0%에 이르면 '지옥문'이 열릴 것으로 점치고 있다. 현 수준에서 불과 0.5~1.0%포인트 차이다. 자산 가격 조정에 대한 탄탄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 온 것 같다(뉴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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