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금리를 더 빨리 올리는 것이 적절하다면 그렇게 하겠다". 지난 15~16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올린 직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속에 2년 넘게 지속해 온 제로금리 시대를 종언하겠다는 강력한 신호였다. 주목해야 할 점은 '더 빨리'라는 언급이다. 슬금슬금 금리를 올리는 '베이비 스텝'이 아닌 '빅 스텝'(0.5%p 이상 인상)도 불가피하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전 세계 경제를 옥죄는 인플레이션을 억누르기 위해서는 긴축의 페달을 더 강하게 밟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인플레 파이터'로 통칭하는 중앙은행 본연의 역할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고백이다.

미 연준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공개한 점도표(dot-plot)를 보면 올해 말 기준금리 중윗값은 연 1.9%다. 이번에 기준금리를 0.25~0.5%로 인상하고, 올해 말까지 6번의 회의가 남아있는 것을 고려하면 매번 회의 때마다 금리를 올리겠다는 것이다. 인상 속도도 더 가팔라질 게 뻔하다. 2004년부터 2006년까지 무려 17번이나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올렸던 시대로 돌아갈 수 있는 셈이다. 연준 위원들이 예상한 내년 말 기준금리 수준이 2.8%인 것을 고려하면 돌이킬 수 없는 흐름이다. 문제는 금리 인상에 더해 본격적인 돈줄 죄기도 병행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채권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돈을 풀었다면 이제는 채권을 팔아 시중에 풀린 돈을 빠르게 빨아들이겠다는 것이다.

미 연준의 강력한 매파적 시그널은 태평양 건너 우리나라에도 강하게 영향을 미친다. 코로나19에 따른 역설적 '호기' 속에서 성장세를 지속해 온 경기는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전 세계적인 공급망 교란 상황은 해소되지 않고 있고,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원자잿값 폭등은 한국에 악재다. 이런 상황에서 미 연준발(發) 본격적인 긴축은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변화와 직결된다. 미 연준의 방향을 따라가지 않는다면 기준금리 역전과 그에 따른 자본 이탈, 외환시장 불안정으로 연결된다. 과거보다 외환보유액 규모가 크고 단기 대외채무는 줄고, 순대외금융자산 규모가 확대된 터라 당장의 부작용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지만, 대외의존도가 여전히 큰 경제적 틀이 바뀌지 않은 상황을 고려하면 리스크 요인인 것은 분명하다. 결국 한은도 기준금리 인상 대열에 빠르게 동참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대내외 급격한 환경 변화 속에 기업들의 긴장도는 커지고 있다.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우크라이나 사태 속에 석유와 광물 등 원자잿값은 폭등세를 이어가고 있고, 환율도 뛰면서 경영환경의 불안은 점점 더 가중되고 있다.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투자를 확대해야 하고, 그에 따른 자금 소요는 더 늘어나는 데 금리마저 올라 자금조달에 대한 어려움이 가중될 게 뻔하다. 물가가 급등하는 상황에서 악재 요인들을 가격에 전이해 버티는 것도 한계가 있다. 이래저래 녹록하지 않은 상황이다. 무엇보다 시중 유동성이 빠르게 줄어드는 '돈 부족' 상황은 기업들에 상당한 불안 요인이다. '고금리 시대'를 앞두고 또 다른 생존법이 요구되고 있다.

저금리 혜택을 받으며 회사채 시장에서 쉽게 돈을 빌릴 수 있던 시대는 서서히 저물고 있다. 실제 연합인포맥스가 국내 주요 그룹사 29곳이 올해 1분기에 발행한 공모 회사채 규모를 집계한 결과 14조1천63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2% 정도 줄었다. 긴축 상황에서 금리가 뛰면서 발행 규모가 크게 줄었고, 일부 기업은 시장 환경 변화 속에 발행 계획을 철회하기도 했다. 발행 목표액을 크게 웃도는 수요가 몰리면서 증액 열풍이 일었던 작년과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목표액에 간신히 맞춰 수요를 확보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다. 신용도 이슈가 있는 기업들은 아예 수요를 확보하지 못해 미매각이 발생하기도 한다. 인수단으로 참여하는 증권사들도 죽을 맛이다.

경기 둔화는 기업들의 성장과 수익성에도 부정적 영향을 준다. 긴축 속에 조달 비용마저 확대된다면 수익성을 추가로 악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결국 현금흐름에도 악재가 되고, 전반적인 재무지표 저하로 연결된다. 결국 신용도 저하의 악순환 사이클로 진입하게 된다.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 어려움이 가중된다면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다른 루트로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열을 올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대안이 마땅치 않다는 게 문제다. 은행 등 채권자들은 신용도 유지를 위한 재무지표 개선을 더욱 강하게 요구할 수 있다. 재무구조 유지와 개선을 위한 디레버리징이 본격화할 수 있는 요인이기도 하다. 그나마 신용도가 괜찮은 기업들에 한정된 얘기다. 담보라도 있으면 돈을 빌리는 게 수월하겠지만 그마저 부족하다면 이래저래 난관이다. 금리가 그저 조달 비용 만으로 고려되던 시대는 저물고 있다. 생존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요인으로 부상하는 시대로 들어섰다. 살아남기 위한 재무전략을 세밀하게 다시 점거해야 할 시기다. 빚을 제때 잘 갚고, 돈을 잘 구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기업들이 결국 살아남을 것이다.

(기업금융부장)

pisces738@yna.co.kr



※쿰파니스는 라틴어로 '함께(cum)'와 '빵(panis)'이 합쳐진 말로 동료나 친구를 뜻하는 컴패니언(Companion), 기업을 뜻하는 컴퍼니(Company)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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