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총파업이 나흘째로 접어들었다. 전국적으로 물류가 꽉 막히면서 산업계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고, 기업과 산업계는 비상 대응에 나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시멘트와 철강, 주류의 물류는 사실상 막혔고, 자동차 업계의 피해도 가시화하고 있다. 급기야 반도체 출하도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멘트 출하가 막히면서 레미콘 업계 공장은 멈춰 섰다. 이로 인한 하루 피해는 155억원(시멘트협회 추산)에 달했다. 레미콘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건설업계도 비상이다. 장마철이 오기 전에 골조 공사를 마쳐야 하는 건설 현장은 공사를 중단해야 할 판이다. 주류와 유통업계도 심각하다. 하이트진로의 이천공장과 청주공장에서는 화물연대의 배송 저지로 출고율이 평소의 절반 밑으로 떨어졌다. 오비맥주 공장의 맥주 출하량은 평소의 20% 수준에 그쳤다. 급기야 편의점업계는 화물차량을 긴급히 구해 공장으로 직접 가서 물량을 간신히 받아오고 있을 정도다. 물량이 달리다 보니 각 점포에서 발주할 수 있는 소주와 맥주 물량도 1박스씩으로 제한하고 있을 정도다.

포스코와 현대제철과 같은 철강업체들의 제품 출하도 지연되고 있다. 파업이 장기화하면 출하가 중단될 위기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철강 제품의 출하가 중단되는 상황이 오게 된다면 산업계 전반의 피해는 더욱 확산할 수 있다. 자동차 필수 품목인 타이어도 운송이 안 되고 있다. 금호타이어 국내 공장 3곳은 출하가 전면 중단됐고, 한국타이어 역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도체 수급 문제로 계약 뒤에도 1년 가까이 기다려야 했던 자동차의 경우는 탁송이 막히고 있다. 문제는 자동차 부품 운송도 막히면서 완성차업계의 생산라인도 멈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화물연대는 반도체는 물론 석유화학 제품의 운송도 거부할 태세다. 파업 나흘 만에 사실상 산업의 '핏줄'이 상당 부분 막힌 셈이다.

상황이 이런데 정부는 한가한 소리만 하고 있다.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하루 2~3차례 정도 파업 상황을 요약한 자료만 배포하고 있다. 무엇을 어떻게 하고, 파업을 하루빨리 중단해 산업계의 막대한 피해를 막겠다는 대책은 없다. 파업 참여율이 40% 정도가 안돼 큰 문제는 없다는 식이다. 전국에 산재한 주요 산업과 기업들의 공장에서는 출하가 막히고 생산이 중단될 위기에 처하면서 시름하고 있는데 기가찬다. 물류대란으로 공급이 급격히 줄면 제품 가격은 당연히 오른다. 가뜩이나 물가 폭등에 경제가 어려운데 정부가 손 놓고 있는 꼴이다.

이 와중에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화물연대 파업 해결을 위한 자리에서 보이지 않는다. 파업 사흘째인 지난 9일에는 강남에서 열린 자율주행차 시승 행사에 찾아갔다. 자율주행차에 올라타 환한 얼굴로 엄지척을 한 원 장관을 보면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그러면서 한마디 내뱉은 말은 "사실 내용상으로 큰 이견이 있거나 갈등이 있는 것은 아니다"였다. 최선을 다해 해결하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반복한다. 무엇을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것인지, 어떤 방식으로 대화해 해결의 물꼬를 트겠다는 방안도 없다. 핵심 쟁점이 되는 안전 운임제 일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회와는 어떻게 협의하겠다는 것인지 계획도 없다.

지난달 16일 공식 취임한 원 장관은 취임식을 유튜브 라이브 생방송으로 진행했다. 큰 강당에 직원들을 모아 놓고 일장 연설을 해 오던 방식에서 벗어난 파격 행보였다. 원 장관이 이러한 취임식을 기획한 배경에는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였다. 취임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국토부를 국민과 소통하는 부처로 만들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자신이 정부 부처 장관 중 가장 소통을 잘하는 장관이 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하지만 원 장관은 '정치인 원희룡'에서 아직도 못 벗어난 듯 보인다. 정부 부처의 장(長)은 문제 해결 능력을 보여주고 성과를 내는 자리이지 보여주기 소통을 하는 자리가 아니다. 원 장관은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지는 10일에도 용산 부지 시범 개방 행사에 참석한다. 산업피해 현장으로, 국회로 발이 닳도록 찾아가 대화하고, 해법을 찾아야 할 시간도 모자란 데 너무 한가한 처신 아닌가 묻고 싶다.

(기업금융부장)

pisces738@yna.co.kr

※쿰파니스는 라틴어로 '함께(cum)'와 '빵(panis)'이 합쳐진 말로 동료나 친구를 뜻하는 컴패니언(Companion), 기업을 뜻하는 컴퍼니(Company)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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