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5월 CPI 상승률은 전년비 5.4%였다. 2008년 8월(5.6%) 이후 약 1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내 CPI 상승률이 5%대로 올라선 것도 2008년 9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6월 물가가 전월 대비로 0.4% 이상 하락하지 않는 한 5%대 상승률을 유지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한은의 물가 전망을 보면 6월 숫자는 5월 수준을 충분히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서 "앞으로 소비자물가는 공급과 수요측 물가 상승 압력이 모두 높은 수준을 지속하면서 당분간 5%를 크게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으로 "6월 물가 상승률은 5월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도 했다. 석유류와 가공식품, 외식 물가 오름폭이 크게 확대된 영향이다. 특히 국내 가공식품과 외식 가격 등은 2011년 급등기보다 더 가파르게 오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월 대비로 좋아진 세부 지표가 거의 없기 때문에 적어도 5% 중·후반대의 물가 상승률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물가 상승률 5.8~5.9%와 6.0%는 수치상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시장과 경제주체의 심리는 작은 차이에서 확 달라질 수 있다. 숫자가 주는 공포다. 월 '6%'의 물가 상승률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이후 볼 수 없었던 숫자다. 6자를 찍는 순간 물가 공포가 급속도로 커질 수 있는 시점이다. 시장의 공포를 잠재우기 위해서도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빅스텝은 불가피한 수순이 될 수 있다.
또 하나 기대인플레이션율에 미치는 영향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외환위기 이후 첫 숫자가 될 6%대의 물가 상승률은 그 자체로 상징성이 너무 크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심리를 추가로 높일 수 있는 요인이다. 물가 상승 압력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기대인플레를 적절히 제어하지 못하면 고물가 기조는 감당하기 어렵게 된다.
연말 임금 협상 시즌이 되면 높아진 기대인플레의 위력이 더 세질 수 있다. 고물가가 임금을 자극하고 이는 다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걱정하는 것이다. 통화당국 입장에서 6%라는 숫자가 주는 공포, 그리고 상징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 그만큼 6월 CPI 숫자가 중요해진 시점이다. 단순하면서도 분명한 시그널이 될 것이다.
한은의 빅스텝이 단행되면 시장의 연말 기준금리 전망치는 현재의 2.5~2.75% 수준에서 3.0% 이상으로 높아질 것이다. 이미 외국계 투자은행(IB)의 한은 기준금리 전망치는 3.0%를 속속 넘어서고 있다. 올해 남은 네 차례 통화정책방향 금통위 중에서 한 차례 이상은 빅스텝이 단행되리라 보는 것이다. 당분간 6월 CPI 관련 컨센서스 변화에 따라 요동치는 시장 흐름에 단단하게 대비할 필요가 있다. (취재본부 금융시장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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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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