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금융당국 수장의 경고 발언이 반복되고 있다. 저금리 축복 속에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부동산금융으로 호황을 누려온 금융사들을 향한다. '점검', '모니터링 강화'라는 말속에는 무언가 터질 수도 있으니 조심하라는 시그널이 내포돼 있다. 이미 발을 담갔다면 손실이 나지 않도록 리스크 관리에 더욱 신경을 쓰고, 아직 발을 담그지 않았다면 가급적 멀리하라는 의미다. 물론 이러한 경고의 최종 목적은 예금자와 투자자 보호에 있다. 금융부실이 초래할 '피눈물'을 미리 막으라는 것이다.

초인플레이션 속에 거침없는 금리 인상이 지속하고, 경기둔화를 넘어 경기침체에 대한 위험 신호가 포착되는 와중에 금융당국은 부동산금융을 '약한 고리'로 판단한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부동산 시장의 방향은 이미 아래쪽으로 향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은 단순히 거주, 개발의 속성을 넘어 그 자체가 이미 금융의 한 영역이 됐다는 점에서, 가격 방향의 전환은 시장 참여자들에게도 상당한 태도 변화를 요구한다.

금융감독원이 주요 PF 사업장에 대해 사업성 평가에 나서겠다고 공언한 것은 부동산 시장은 물론 부동산금융에도 적잖은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평가 결과에 따라 부동산금융으로 흘러가는 돈줄 자체가 막힐 수 있어서다. 개발사업을 예로 들어보자. 부지를 확보해 아파트를 짓겠다는 계획을 세운 시행사는 모든 게 엉클어질 수 있다. 금융권 브릿지론을 통해 부지를 마련하고, PF대출을 일으켜 공사비를 충당해야 하는데 모든 게 막히게 될 수도 있다.

사실 그동안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해온 캐피탈사 등 여신전문업체와 저축은행 등은 부동산 가격 상승과 분양 호조로 수익률이 꽤 좋았던 PF 대출에 적극적이었다. 증권사는 물론, 저축은행, 캐피탈사, 심지어는 보험사까지 부동산금융을 확장해 왔다. 아파트와 같은 주거형 사업은 물론, 물류센터 등 유통 관련 개발사업에 이르기까지 먹을 게 많았기 때문에 대출에 투자까지 얹었다. 결과는 수치로도 금방 나타난다. 2018년 40조원이던 비은행권의 PF 대출 규모는 3년만에 78조원으로 불어났다. 저축은행은 79%나 대출을 늘렸고 여전사의 대출 증가율은 무려 150%에 육박한다.

조달 비용이 늘어나지 않고 시장 호황이 계속됐다면 증가율은 더욱 가팔랐을 것이다. 수익률이 높은데 돈을 돌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 자본이익률을 중요시하는 금융사 입장에서 금고에 돈을 쌓아 놓는 것만큼 바보 같은 짓은 없다. 왜 그렇게 부동산 시장에 돈을 퍼줬는지도 분명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시장의 방향이 바뀌고 있다는 게 문제다. 주거형 개발 사업만 보면 가격 하락에 더해 미분양 물량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는 게 큰 리스크가 되고 있다.

PF 대출은 좀 심하게 말하면 형체가 없는 담보물에 돈을 빌려주고 있는 것과 같다. 분양 성과와 같은 미래 가치를 보고 돈을 빌려주는 것이다. 하지만 긍정적으로 보였던 변수들이 흔들린다면 현금흐름은 단번에 깨지게 된다. 현금흐름의 미스매치는 가장 큰 리스크다. PF 대출에는 필연적으로 채무보증과 유동화 과정이 엮이게 된다. '약한 고리' 하나가 풀리는 순간 연쇄적인 부실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나타났던 '저축은행 사태'는 급격한 부동산 시장의 침체와 급증한 미분양에서 촉발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원자잿값 급등은 건설 현장에도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공사비 부담이 가팔라지면서 사업 진행은 더디게 된다. 정부가 분양가 통제를 약화하면서 분양가는 늘어난 공사비를 반영해 더 오를 수 있다. 가뜩이나 냉각되는 분양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분양 경기 또한 저하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는 곧 부동산금융에도 악영향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궁극적으로는 돈줄이 막혀 PF 대출을 우발채무로 떠안아야 하는 건설업계도 안심할 수 없게 된다. 제2의 저축은행 사태가 되지 않도록 금융당국과 금융권, 건설업계 모두 '연착륙' 플랜이 필요하다.

(기업금융부장)
pisces738@yna.co.kr

※쿰파니스는 라틴어로 '함께(cum)'와 '빵(panis)'이 합쳐진 말로 동료나 친구를 뜻하는 컴패니언(Companion), 기업을 뜻하는 컴퍼니(Company)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0시 57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