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세계적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하는 가운데 2분기 경제 성적표는 우리나라가 단연 돋보였다. 한국은행도 놀랄 정도의 숫자가 나온 것이지만, 경기 침체 우려를 접기엔 아직 이른 감이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보복 소비가 일시에 몰린 영향이 컸다고 보기 때문이다. 세계 경기는 이미 내림세로 수출의 타격이 불가피하고, 인플레는 여전히 꺾일 조짐이 없다. 소비 심리까지 빠르게 위축되는 상황이라 하반기 또는 내년 침체 가능성에 대비한 정책 수단을 고민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7%를 기록했다. 1분기의 0.6% 증가를 웃돈 것은 물론 전문가들의 예상치를 크게 뛰어넘었다. 연합인포맥스의 전문가 대상 사전 설문에선 0.29% 증가가 예상됐었다. GDP를 산출하는 한국은행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한은총재는 지난 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2분기 성장률을 0.3% 정도 전망하고 있었는데, 실제 소비가 훨씬 더 많이 늘어나서 성장률이 0.7%로 나왔다"며 "아직까지 국내 경기는 크게 나빠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경제성장 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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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가 역성장을 보이는 것과도 차이가 난다. 미국의 2분기 성장률은 전기 대비 0.9% 감소했다. 지난 1분기 1.6% 감소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 등이 경기 침체 국면에 진입한 것은 아니라고 거듭 강조하고 나섰지만,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으로 기술적 경기침체 요건은 이미 충족된 셈이다. 미 국채금리는 연방준비제도(Fed)의 고강도 긴축에도 연일 하락세를 보였다. 연준의 추가 긴축을 두려워하기보다 경기 침체에 베팅하는 형국이다.



IMF 주요국 성장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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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채권시장도 양호한 2분기 성장률 숫자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확연하게 강세 기조를 보였다. 미 금리를 따라가는 측면이 강하지만 2분기 경제 성적표가 일시적이란 인식도 작용한다. 2분기 성적은 소비 증가가 주효했다. 민간소비는 전분기보다 3.0% 증가했다. 의류·신발 등 준내구재와 음식숙박·오락문화 등 서비스의 증가세가 가팔랐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보복 소비가 대거 쏠린 영향이 컸다고 본다. 거리두기 해제일은 지난 4월18일이다. 반면에 수출은 3.1% 감소했다. 민간소비의 반짝 개선, 그리고 수출의 급격한 악화는 하반기 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이다.

한은의 대대적인 기준금리 인상이 시차를 두고 소비의 발목을 잡을 여지도 있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주식이나 부동산 등의 자산 가격이 내려가고 이자 부담은 늘어 지갑을 닫는 소비자가 많아질 것이란 우려다. 기준금리가 25bp 오르면 민간소비가 최대 0.15% 감소한다는 한은의 분석 보고서도 참고할 만하다.

실제 소비 심리는 빠르게 냉각 중이다. 7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6.0으로 전월보다 10.4포인트나 하락했다. 지난 5월부터 석 달째 하향 곡선이다. 이 지표가 10포인트 넘게 떨어진 가장 최근 시기는 코로나 팬데믹이 확산했던 2020년 3월의 일이다. 당시 코로나라는 돌발 이슈가 작용했다면 지금은 경기 침체와 인플레 우려가 맞물리며 소비 심리가 급격하게 얼어붙는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까지만 보면 우리나라의 경제 성적표가 상대적으로 양호했지만, 하반기 이후로는 내수(소비)와 수출 모두 어려운 환경에 처할 수 있다. 관계 당국은 물가 일변도의 정책 수단을 경기 쪽으로도 점차 옮겨가는 것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소비지표에 균열이 생긴 상황에서 한은의 빅스텝(50bp) 이상 기준금리 인상이 지속된다면 경기 위축이 더 가속화할 여지도 있다. (취재본부 금융시장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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