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IBK기업은행이 자회사 대표이사 인사를 앞두고 냉가슴을 앓고 있다. 정권 교체기를 맞아 올스톱됐던 인사가 이제야 풀리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낙하산 인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 자회사 가운데 IBK신용정보는 대표이사에 관료 출신 인사를 선임하기로 당국 등과 조율을 마쳤다.

IBK신용정보는 신용조사 및 채권추심 전문기업으로 기업은행의 100% 자회사다.

물론 그동안 기획재정부나 금융위 출신들이 대표를 했다. 다만 윤종원 행장 취임 이후 기업은행 부행장 출신인 김창호 대표가 맡았으나 다시 관료에 자리를 내주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 자리는 지난 4월 김 대표 임기가 만료되기 전부터 당국에서 눈독 들이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은행은 국책은행이지만 그 자회사들은 민간기업이어서 퇴직공직자의 취업이 제한되는 공직 유관단체에 해당하지 않는다. 퇴직 후 바로 이동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임기를 마치고 나면 향후 유관 공기업이나 민간기업 등으로 재취업도 유리하다.

올해 3~4월 대표이사 임기가 만료됐으나 후속인사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기업은행 자회사는 신용정보를 포함해 5곳이다. IBK투자증권은 2008년 설립 이래 대부분 외부 출신 인사가 대표이사로 부임해 온 전례대로 후임도 정해질 전망이다.

나머지 IBK캐피탈·IBK연금보험·IBK시스템은 퇴임한 부행장들이 이동할 것으로 점쳐졌으나, 외부의 압력이 커지면서 확정 짓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은행은 김주현 금융위원장 취임 이후 자회사별로 대표 후보 1·2순위를 금융위에 올렸으며, 협의를 거쳐 이르면 이번주 인사를 단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이런 이유로 차일피일 늦어지면서 내부도 술렁이고 있다.

기업은행은 3년(2+1) 임기가 끝난 부행장 등 임원들이 자회사 대표나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관행이 있다. 지금도 기업은행 8개 자회사 가운데 IBK투자증권을 제외한 7개 자회사 대표가 기업은행 부행장 출신이다.

대표 자리를 노리는 인물은 정부 출신도 있지만 주로 퇴직한 기업은행 임원이나 자회사 임원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기업은행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데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여러 라인을 통해 엮이는 인물들이 다시 재기를 노린다는 후문이다.

더군다나 이번처럼 그 바람이 강했던 적은 처음이라 기업은행은 물론 금융당국에서도 적지 않게 당황하는 눈치다.

한 기업은행 관계자는 "정권 교체기마다 인사 내홍은 있었지만 한 번도 건드리지 않았던 자회사 대표 자리까지도 위에서 관여한 적은 없었다"며 "은행 인사가 정치 논리에 너무 많이 휘말릴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정부가 지분을 가지고 있는 국책은행이다 보니 어느 정도 정권과 정치적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 '부행장→자회사 CEO' 코스가 공식이었지만, 전문성이 있어야 하는 자리에는 능력 있는 외부 인사를 기용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그러나 은행 인사가 정치 논리에 지배되고, 능력보다 정치계 라인을 등에 업고 등용됐다는 좋지 않은 관례가 만들어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아무쪼록 기업은행 출신이라면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그리고 멋진 선배로 남는 게 대표 자리보다 값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정책금융부 이현정 기자)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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