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이효지 기자 = 국내 자금시장 경색으로 정부 당국이 공공기관 등의 해외채권 발행을 권고하고 있지만 한국전력[015760]의 경우 해외채 발행이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국외 환경단체들이 기후변화 대응에 미진하다는 이유로 사실상의 한전채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어서다.

2일 '톡식 본드 이니셔티브'에 따르면 이 단체가 지난 8월 한전채를 사지 말 것을 촉구하는 서한에 여러 금융업체가 동조했다.

'톡식 본드 이니셔티브'는 미국의 기업감시 단체 섬오브어스, 호주 비영리단체 선라이즈 프로젝트 등 글로벌 기후 환경단체들이 만든 이니셔티브로 총 74곳의 글로벌 금융사 및 기관투자자에 한전 채권을 매입하지 말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낸 바 있다.

BNP파리바는 "한전이 자사의 환경 정책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며 "현재로서는 한전채에 투자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HSBC 자산운용도 "유럽연합(EU)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2030년까지, 세계적으로 2040년까지 탄소 중립을 실현한다는 계획을 지원하고자 회사 이사회와 적극적으로 협의할 것"이라며 "믿을 만한 탄소 중립 계획을 제시하지 못하는 기업은 우리의 지지(투자)를 받지 못할 것"이라고 답했다.
유럽 최대 연기금인 네덜란드 연금자산운용(APG)은 "고객들을 위해 한전채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우리의 강한 반대에도 한전이 새 화력 발전소 건립을 계획하자 2020년에 남은 한전채를 전량 매각했다"고 말했다.

'톡식 본드 이니셔티브'의 닉 헤인즈 매니저는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한전이 정부 보증을 받는 사실상의 독점 에너지 공급업체라는 점에서 한전채가 해외 투자자에게 매력적이지만 한전의 적자난, 미흡한 에너지 전환 계획에 투자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APG와 노르웨이 국부펀드(GPFG), 노르웨이 중앙은행 투자관리청(NBIM)이 한전의 화력 발전 노출도가 높고 에너지 전환 계획이 불충분하다며 한전채를 처분했다.

헤인즈 매니저는 "점차 많은 글로벌 투자자들이 화석 연료 사용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투자 원칙을 채택함에 따라 한전 투자를 중단하는 투자기관이 늘어날 것"이라며 "몇몇 투자자들은 한전이 그들의 현행 투자 기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귀띔했다"고 말했다.

그는 호주 에너지경제금융분석원(IEEFA) 자료를 인용해 "한전의 녹색 채권은 최근 몇 년간 주요 ESG(환경·사회적 책무·기업지배구조 개선)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전에 기후 위기 대응이나 화석연료 감축과 관련된 전략적 방향이 없다는 점이 한전의 녹색 채권 발행을 진정성 없는 정책으로 만든다"고 언급했다.

헤인즈 매니저는 "한전이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을 멈추고 화력 발전 감축, 재생 에너지 발전용 전력망 투자를 통해 금융시장 내 위상을 강화해야 한다"며 "행동으로 말을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hj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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