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정선영 특파원 = 미국 채권시장 변동성이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크게 나타나고 있다.

BofA MOVE 지수 일별 그래프
연합인포맥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1년에 걸친 가파른 금리 인상의 후폭풍과 은행 리스크가 맞물리면서 채권 변동성은 더욱 확대됐다.

19일(현지시간)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4370)에 따르면 채권시장 변동성을 측정하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MOVE 지수는 지난 15일 198.71로 치솟은 후 17일 180대를 기록했다.

MOVE 지수 수치는 지난 13일 173대로 올라선 후 차츰 레벨을 높여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채권시장 변동성은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일부 은행들이 연쇄적으로 문을 닫으면서 본격화됐다.

미 국채 2년물 수익률은 지난 13일 SVB의 파산 발표가 있던 날은 60bp 가까이 폭락했다.

이는 금융위기 때보다 더 큰 일중 하락폭이었다.

아울러 3거래일간 2년물 수익률은 100bp 이상 폭락하며 1987년 이후 최대 하락폭을 나타냈다.

이처럼 2년물이 급격한 변동폭을 보인 것은 금융권 유동성 우려와 미국 통화정책 경로 변화에 대한 불안이 극대화된 영향이 컸다.

특히 미 연준의 공격적인 긴축 정책에 빠르게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은 시장에 충격을 줬다.

◇1년간 오른 국채 수익률, 일주일 만에 급락

연준은 지난 1년간 빠르게 금리를 올렸다. 그와 동시에 미 국채수익률도 오름세를 보였다.

지난해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처음으로 25bp 금리를 인상한 연준은 1년 동안 총 425bp를 올렸다.

지난해 6월부터 4회 연속 75bp 인상에 나서는 등 금리 인상폭은 이례적으로 컸다.

연준은 올해 들어서도 2월에 25bp를 추가로 인상했다. 이번 금리인상 사이클에서 현재까지 총 450bp가 인상됐다. 다만, 금리인상 속도는 줄었다.

연준이 금리인상에 나서는 동안 미 국채수익률은 가파르게 올랐으나 최근 은행권 리스크에 상승폭을 크게 되돌렸다.

2022년 3월초 1.34%대였던 2년물 미 국채수익률은 올해 3월 8일에는 5.09%대에 고점을 기록했다. 1년 사이에 3.75%(375bp) 폭등했다. 이 기간 동안 채권 가격 하락세가 이어진 셈이다.

하지만 2년물 수익률은 지난 3월 8일 5.09%대 고점을 찍고 불과 7거래일 만에 3.83%대로 급락했다.

1년 동안 오른 2년물 국채수익률이 일주일 남짓의 기간 동안 120bp 이상을 반납한 셈이다.

이는 10년물 미 국채수익률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2022년 3월초 1.73%대였던 10년물 미 국채수익률은 지난해 10월 21일에 4.32%에 고점을 기록한 후 등락을 거듭했다.

이후 올해 3월 2일에 4.08%까지 국채수익률이 오른 후 단기간에 3.43%대로 하락했다. 1년 동안 200bp 이상 급등했던 것을 은행권 리스크 여파에 60bp 인상 되돌렸다.

◇채권시장 변동성 확대 이유는 '연준'

미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 끝에 나타난 은행들의 연쇄 파산 소식은 시장에 공포감을 줬다.

금융위기 때의 은행 파산의 경험이 고스란히 되살아났다.

2008년과 달리 정부와 은행권이 나서 발빠르게 유동성을 지원했지만 은행 파산이 여러 곳으로 확산된 점은 안전자산 선호를 극대화했다.

이는 급격한 채권 매수(채권 수익률 하락)로 이어졌다.

연준의 금리인상이 제대로 효과를 보기 전에 걸림돌을 맞았다는 점도 충격으로 작용했다.

인플레이션이 하락하지도 않았는데 은행 파산이라는 금융안정 이슈로 금리인상이 중단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중앙은행 책무인 물가 안정과 금융 안정이 상충되는 상황을 보고 있다.

중앙은행 당국자는 아직 이를 부인하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지난 16일 크레디트스위스(CS)가 중앙은행의 지원을 받는 상황에 있음에도 금리를 50bp 인상하면서 "금융안정과 물가 안정의 상충관계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물가 안정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금리인상 사이클 종료 앞두고 '물가+금융안정' 리스크

아직은 3월 금리 동결과 25bp 인상 기대가 남아있다.

하지만 이미 연준이 은행 리스크로 올해 안에 금리인하로 돌아설 가능성이 열려있다.

만약 은행권 리스크가 사그라들지 않으면 금융안정은 물가안정과 맞먹는 수준의 새로운 중앙은행의 과제로 본격화될 수 있다.

마켓워치는 이번주 미국 은행에서 시작된 우려가 커지면서 채권시장 전반에 걸쳐 변동성이 폭발했다고 분석했다.

DWS 그룹의 그레고리 스테이플스 북미 채권 헤드는 마켓워치에 "이번주의 2년물 미국, 유럽 수익률 하락은 미국 은행 시스템의 건전성 우려로 인한 포트폴리오 위험 회피, 유동성 고갈, CS의 미래에 대한 의문으로 악화된 결과"라며 "이 모든 것이 경기 침체 이슈를 끌어올리고, 중앙은행의 경로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더 큰 거시적 문제는 물가 안정보다 금융안정과 관련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syjung@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2시간 더 빠른 00시 01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