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남경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충돌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해당 지역에 대한 손해보험사의 적하보험 인수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일부 재보험사가 관련 위험에 대한 부담보를 결정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일부 손보사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과 연관된 이스라엘 지역에 전쟁(War) 및 파업·폭동·소요사태(SRCC·Strike·Roit·Civil Commotion)로 인한 리스크를 담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적하보험은 해상운송 중 직면하는 리스크를 포괄적으로 담보하는 상품이다. 일반적으로 배를 통해 운송되는 화물이 목적지에 도착하는 과정에서 손해를 입었을 경우 이를 보상하는 해상보험의 일종이다.

일부 손보사가 전쟁 및 SRCC 위험에 대한 부담보 통지를 하면서 이런 상황이 관련 업계로 확산할지 시선이 모인다.

대부분의 보험에서는 전쟁은 물론 파업과 폭동, 소요사태 등은 면책으로 설정돼 담보가 어렵지만, 국제 거래 비중이 압도적인 적하보험의 경우 부가 보험료를 납부할 경우 파업·폭동·소요 사태는 물론 전쟁에 대한 리스크도 어느 정도 담보가 가능한 상황이었다.

다만 전쟁 위험 등 관련 리스크가 현저하게 증가하면 기존 담보가 더이상 제공되지 않는다는 점을 거래 상대방에게 통지할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손보사가 해당 리스크에 대한 익스포져를 완전히 제거하고 싶을 때 부담보 통지를 할 수 있다"며 "재보험사가 관련 리스크를 인수하지 않을 때도 마찬가지로 손보사가 적하보험 인수를 하기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손보사는 거래 상대방과 계약하는 과정에서 리스크의 일정 비율을 재보험사에 넘긴다. 리스크를 인수한 재보험사 역시 일정 비율을 다른 재보험사에 넘기는 재재보험을 통해 리스크를 헤지한다. 재보험사가 전쟁 및 SRCC에 대한 부담보 통지를 하면 손보사로서도 해당 보험을 인수하기 어려워지는 구조다.

지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국내 최대 재보험사인 코리안리가 전쟁 리스크 부담보 통지를 했다. 다만 코리안리는 이번 '이-팔 전쟁'에선 부가 보험료를 통해 관련 위험에 대한 담보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코리안리 관계자는 "적하보험과 관련한 변동사항은 아직 없다"며 "국제 재보험사의 결정으로 원수사의 적하보험 인수가 어려워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팔 전쟁으로 인한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향후 손보사의 적하보험 판매 여건 악화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주요 손보사의 해상보험 부문 원수보험료는 지난 2022년 말 기준 8천800억원 수준이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해당 지역에 대한 적하보험 인수 환경이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화물을 운반하는 화주들의 거래도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nk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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