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시장 질서를 흔들면서까지 인수를 할 수는 없었다". 연초 약 한 달간 주식시장과 연예계를 뒤흔든 SM엔터테인먼트(이하 에스엠) 인수전이 끝나고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한 말이다.

하이브는 카카오와 치열한 '쩐(錢)의 전쟁' 끝에 에스엠 인수 중단을 선언했다. 하이브는 에스엠의 경영권을 포기하면서 플랫폼 협업이란 실리를 택했다. 에스엠 지분을 카카오에 되팔아 1천억원대 차익도 남겼다.

정작 에스엠을 인수한 카카오는 막대한 비용을 치르게 됐다. '시장 질서를 흔들면서까지' 무리수를 둔 결과다. 카카오는 지난 2월 하이브의 공개 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2천400억원을 들여 에스엠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에도 온갖 추측이 무성했다. 특정 증권사 창구를 통해 에스엠 지분 약 3%가 인수된 날이다. 연합인포맥스는 특정 창구의 매수 세력이 범 카카오 측일 거라 보도했다(연합인포맥스가 지난 2월16일 오후 5시15분에 송고한 '카카오, 에스엠 지분 대량 매수?…IBK證 판교점서 무슨 일이' 기사 참조).

이 소문이 거의 사실로 확인되면서 카카오는 사법 당국의 철퇴를 맞을 위기에 처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6일 배재현 카카오 공동체투자총괄대표 등 3명과 이들의 소속 회사인 카카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기소 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했다.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다.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도 금감원 소환 조사를 받았다. 창업자와 투자대표가 사법 리스크에 직면한, 그야말로 올스톱 위기다.


'SM 시세 조종 의혹' 카카오 김범수 금감원 출석
[출처:연합뉴스 자료사진]

 


카카오는 왜 에스엠에 이렇게 집착했을까. 절박함이 가져온 무리수였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거듭된 상장 실패와 관련이 있다는 얘기다.

당시 카카오엔터는 기업공개(IPO)라는 큰 숙제가 있었다. 재무적 투자자들과의 약속 때문이다. 에스엠 인수는 카카오엔터의 기업가치를 크게 높일 수 있는 요인이라 판단했을 것이다. 카카오 자회사들의 '쪼개기 상장'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강했던 때라 에스엠을 통한 우회상장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IPO에 성공해야 한다는 간절함, 카카오의 성공 방정식을 깨면 안 된다는 절박함이 불러온 참극이다.

국민메신저, 국민주(株)로 불리며 국민에게 사랑받던 카카오였다. 한순간의 추락은 아니다. 쪼개기 상장과 경영진 먹튀, 카카오 먹통 사태 등으로 이미 국민 정서와 멀어졌다. 에스엠 사태를 거치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부도덕한 기업으로까지 낙인이 찍혔다.

카카오는 비상경영을 선언했다. 김범수 센터장을 비롯한 카카오 경영진들은 현재 상황을 '최고 비상경영 단계'라고 진단하고서 카카오 경영 체계를 개편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준법 감시를 위해 외부 통제를 받는 방안, 신사업과 대규모 투자를 진행할 때도 사회적 영향에 대한 외부 평가를 받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계열사의 준법 경영 실태를 점검하는 기구도 신설할 방침이다.

예상된 수순이다. 삼성을 비롯한 재벌과 오너일가가 사법 위기에 처했을 때 걸었던 행보와 닮은 꼴이다. 카카오 오너와 경영진들은 "우리는 그들과 다르다"고 항변하고 싶겠지만, 국민이 보는 지금의 카카오그룹은 여느 대기업집단과 크게 다르지 않다.

카카오가 계열사 150여개로 몸집을 키우는 동안 사회적 책임을 비롯한 기업문화의 성숙도는 높이지 못한 탓이다. 각 계열의 자율경영 기조에 의존하다 보니 사실상 내부 컨트롤타워가 없었단 지적도 나온다.

김범수 센터장은 "최근 상황을 겪으며 나부터 부족했던 부분을 반성한다"고 했다. 카카오를 '혁신의 아이콘'으로 이끈 창업자가 전면에 나서 책임경영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취재보도본부 기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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