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국의 아마존이라 불릴만하다. '로켓 배송'의 대명사 쿠팡의 '로켓 질주'다. 쿠팡은 올해 3분기 기준 역대 최대인 8조원대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도 작년 3분기 이후 다섯 분기 연속으로 흑자다. 2010년 창사 이후 첫 번째 연간 흑자 달성이 확실시된다.

쿠팡이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될 당시와 비교하면 놀라운 성적표다. 쿠팡은 2021년 2월 뉴욕증시에 상장했다. 직전 연도인 2020년 실적은 매출이 13조9천236억원, 영업손익은 5천504억원 적자였다. 당시보다 매출은 두배가량 급증했다. 꿈에 그리던 연간 흑자전환도 눈앞에 뒀다. 작년에는 아쉽게 1천500억원가량의 영업손실을 내며 흑자전환에 실패했다.

사실 상장 전 쿠팡을 향한 업계의 시선은 따가웠다. 창업 이래 지속됐던 대규모 적자 탓이다. 막대한 투자 덕분에 매출 성장은 가팔랐지만, 적자 규모가 한때 연 1조원을 넘기도 했다. "쿠팡이 돈을 불에 태우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이를 상당 부분 불식한 계기가 뉴욕증시 상장이었다. 시가총액 70조원대의 상장, 한때 140조원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지금은 실적 개선은 가파른데 주가는 실망스럽다. 사업적으로 한국 유통계에선 이미 독보적 위치에 올라섰다. 신세계, 롯데 등 유통공룡과 경쟁에서도 어깨를 나란히 한다. 대만 등 해외진출을 본격화했고 성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최대 약점으로 꼽혔던 수익성 문제도 해소되는 과정이다.

그럼에도 시장에선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쿠팡의 고민 지점이 여기에 있다. '한강의 기적'이라 불릴 정도로 NYSE에 직상장한 첫 한국기업으로서의 자존심 문제도 걸려있다. 지난해 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한 이후로도 주가 흐름은 부진했다. 현 주가는 상장 후 고점과 비교해 4분의1 토막 수준이다. 지난 3분기 실적 발표 다음 날에도 쿠팡 주가는 5% 넘게 떨어졌다.


쿠팡 상장 이후 주가 추이(월봉)
[출처:연합인포맥스]

 


전문가들은 쿠팡의 '꺾이지 않는 투자 본능'이 주가 발목을 잡는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공격적인 해외 진출과 연관이 있다. 한국에서 진행됐던 막대한 투자가 해외시장 진입 초기에도 불가피하다고 분석한다.

실제 지난해 쿠팡이 제출한 연결감사보고서를 보면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마이너스(-) 1조6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잠시 수익성 위주의 사업 전환을 꾀했음에도 전년 수준의 마이너스 현금흐름이 확인된다.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이 2021년 마이너스에서 2022년 1조4천억원대로 대폭 개선된 것과 큰 차이를 보인다.

올해 들어 3분기까지도 이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영업 현금흐름은 매분기 큰 폭의 플러스 기조다. 투자 현금흐름은 작년 수준의 마이너스를 넘어설 분위기다. 쿠팡은 특히 첫 해외 진출국인 대만시장에 진심이라 공격적인 투자 기조는 지속될 전망이다.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의장은 "대만의 장기적인 시장 잠재력에 대한 우리의 확신이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쿠팡의 두번째 대만 풀필먼트센터
쿠팡 제공

 


이처럼 쿠팡의 투자 본능이 지속되는 한 본격적인 이익 창출은 기대하기 어렵다. 대만 이후의 해외시장도 지켜봐야 할 변수다. 외형 성장과 주가 상승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게 결코 만만한 일은 아니란 얘기다. 고금리 시대의 엄혹한 시장 상황도 감안해야 한다.

길게 보면, 유통업계에서 쿠팡의 입지는 더 단단해질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생명은 결국 현금 창출 능력에 있다. 쿠팡은 영업활동을 통해 매년 조 단위의 현금이 들어온다. 여기에 투자 비용을 웃도는 현금 창출 능력이 만들어졌다. 매출이 늘어나는 만큼 현금은 계속해서 쌓이는 구조라 쿠팡은 당장의 수익성 개선에 목을 맬 이유가 없어 보인다. 매출을 늘려서 '바잉파워'를 높이고 시장을 장악하겠단 창업 초기의 목표가 현실화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내수 부진에 경쟁사들의 과감한 투자 결정은 쉽지 않은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쿠팡의 공격경영 전환은 또 한번 대대적인 산업 재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 유통공룡들은 더 긴장해야 한다. (취재보도본부 기업금융부장)

c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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