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구조조정은 늘 고통스럽다. 주주와 채권자, 노조와 종업원, 관계사 및 협력사는 모두 고통 분담이라는 공통 분모로 엮인다. 빚잔치가 아닌 경영정상화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필수적 과정이다. 하지만, 사람 사는 사회가 늘 그렇듯 첨예한 이해관계가 얽힌 사안이다 보니 늘 잡음은 발생한다.

'F4' 회의서 태영건설 워크아웃설 논의…PF 도미노 위기 우려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로 유동성 문제를 겪고 있는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27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와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등 이른바 'F(Finance)4' 멤버들은 전날 회의에서 태영건설 워크아웃 가능성과 그에 따른 부동산 PF 현안 등을 논의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구 태영빌딩에 태영건설 깃발이 펄럭이는 모습. 2023.12.27 mon@yna.co.kr


시공 능력 16위 건설사인 태영건설이 결국 주채권은행에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했다. 이번 달 국회를 통과한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의 적용을 받는 1호 기업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그동안 우리 경제를 짓눌러 온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려가 현실이 되고, 구조조정의 시발점이 됐다는 점에서도 태영건설 입장에선 참혹한 결과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는 100대 건설사 중 절반이 사라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저축은행 사태 때는 20개 정도의 건설사가 문을 닫아야 했다. 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 거시경제의 침몰과 금융권의 부실이 전이되면서 건설사들이 직격탄을 맞았지만, 지금은 전 세계적인 고금리 상황이 부동산 시장의 침체로 연결된 측면이 강하다. '저금리 축복'에서 비롯된 부동산 호황에 정신없이 돈을 빌리고 보증을 서면서 사업을 확장해 온 건설사들은 금리의 방향이 우상향으로 치솟는 상황을 감당할 수 없게 된 셈이다.

사실 부동산 PF발 부실을 구조조정을 통해 빠르게 정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최근에 터져 나온 게 아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129조6천억원이던 PF 대출 잔액은 1년 만에 134조2천억원으로 불었다. 그사이 연체 잔액은 1조3천억원에서 3조2천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캐피탈사와 저축은행, 증권사의 PF 대출 연체율은 4.62%와 5.56%, 13.85%로 치솟았다. 연착륙이라는 미명하에 지체된 구조조정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 게 사실이다.

물론 당국과 채권은행의 입장이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 고금리가 지속되는 상황에선 구조조정을 추진하기에 여러 한계가 있다. 고통 분담에 참여하는 이해관계자의 고통 지수가 더욱 커질 수 있어 경영정상화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게 어려울 수도 있다. 구조조정의 첫걸음이 될 대출 만기 연장과 금리 대폭 인하, 신규 자금 지원, 협력사 지원 등이 고금리의 덫에 막힐 수 있다. 그렇더라도 '피벗'에 대한 희망에만 너무 의존한 채 현실을 눈감아 온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일단 구조조정은 시작됐다. 발을 담갔으니 끝을 봐야 한다. 가혹하더라도 희생은 필요하다. IMF 외환위기 이후 정립된 구조조정 원칙은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 대주주는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하고, 주주와 채권자, 종업원 등 모든 이해관계자는 고통 분담에 기꺼이 참여해야 한다. 그리고 구조조정의 최종 목표는 지속 가능한 경영정상화를 향해야 한다. 3가지 원칙 중 어느 하나라도 삐걱거린다면 구조조정은 실패한다.

여기에 더해 부실이 추가로 전이되지 않도록 적시에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 여러 복잡한 구조로 질질 끄는 방식의 구조조정은 성공할 수 없다. 또 고통 분담의 대상 중 가장 책임이 큰 대주주는 책임의 크기에 맞는 역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조금의 욕심도 남겨선 안 된다. 정치권에 기대는 행위는 더더욱 강력히 차단해야 한다. 채권은행 중심의 시장주도 구조조정을 원칙으로 하되 이해관계를 원만히 조정할 콘트롤타워가 든든히 버텨야 한다. 구조조정으로 파생되는 금융시장 불안과 거시경제 불확실성은 정부만이 할 수 있다. 부실기업의 경영정상화와 연착륙을 위한 실력 겨루기는 시작됐다. 부디 성공해야 경제의 앞날도 밝을 것이다.

(정책금융부장)

pisces738@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1시 35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