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바닥이 뚫린 듯 하락했던 국채 금리가 새해 들어서는 반등하는 모습이다. 금리 하락과 함께 상승세를 보였던 주식시장도 최근 금리가 상승하면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달러-원 환율은 다시 1,310원대로 상승했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3월 정책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도 최근 발표되는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에 따라 오르락내리락한다. 2024년 들어서도 시장의 변동성이나 통화정책, 인플레이션 등 경제지표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돌아보면 2023년을 시작할 때도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따라서 예상되는 2024년을 지나간 2023년과 비교하면서 이러한 불확실성을 조금이나마 해소해 보고자 한다.

우선 2024년과 2023년의 가장 큰 공통점은 미국의 경기침체에 대한 전망이다. 2023년의 경기침체 전망은 빗나갔다. 그만큼 강한 미국의 인플레이션과 고용 상황은 연준이 긴축 강도를 높이는 배경이 되었다. 2024년에도 미국의 경기침체를 예상하는 곳이 많다. 그러나 연준은 연착륙(Soft landing)이나 경기침체가 없다(No landing)는 입장이다. 미국 가계와 기업의 양호한 재무 상태와 강건한 노동시장을 고려하면 전자보다는 후자일 가능성이 크다. 이는 시장이 예상하는 올해 연준의 정책금리 인하 폭인 150bp가 과도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두 번째 공통점은 지속되는 지정학적 리스크이다. 2022년 2월에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2023년까지 이어지는 가운데, 2023년 10월의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무력 충돌은 중동에서의 전쟁 리스크를 높이고 있다. 특히 2024년 들어서도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상선을 공격하면서, 호르무즈해협과 수에즈 운하를 통한 상품과 원유 운송로를 위협하고 있다. 이 지역은 전 세계 컨테이너 물동량의 30%, 원유 수송의 15% 이상을 책임지고 있다. 공급망 차질을 통한 인플레이션 압력이 재발할 수 있는 요인이다.

또 다른 지정학적 리스크로는 대만, 한국, 인디아, 미국 등 세계 GDP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지역에서 치러질 2024년 선거이다. 이미 1월 13일에 있었던 대만 선거에서는 반중·친미 성향인 집권 민진당의 라이칭더가 승리했다. 미·중 갈등 심화와 대만해협에서의 군사적 긴장 등에 따른 또 다른 공급망 차질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11월의 미국 대선과 의회 선거도 주요 관심사이다. 경합주(州)에서는 트럼프가 바이든을 앞서는 상황이며, 상원과 하원은 각각 공화당과 민주당이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의회의 분열은 대통령이 누가 되든 높은 수준의 재정적자를 발생시키는 현재의 재정정책 기조를 바꾸지 못할 것이다. 특히 대선에서 트럼프가 승리하면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가 예상되며, 2017년의 '감세와 일자리 법'의 연장으로 재정적자는 증가할 전망이다.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과 적자국채 발행 증가로 인한 국채 금리상승 압력이 불가피 전망이나, 그 영향은 2025년에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2024년이 2023년과 다른 점은 우선 통화정책 기조가 긴축에서 완화로 전환하는 것이다. 미국 연준과 유럽중앙은행(ECB), 그리고 한국은행은 2023년에 정책금리 인상을 중지하고, 2024년에는 빠르면 2분기부터 인하 사이클에 진입할 전망이다. 연준과 ECB는 2024년 중에 총 100bp의 정책금리 인하를 예상한다. 인플레이션의 하향 안정에 따른 실질금리 상승이 경기가 침체국면으로 가속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한편, 한국은행은 기준금리의 조기 인하에 소극적이다.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로 인한 금융 불균형 심화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3분기부터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해 2025년까지 총 100bp를 인하한 후 2.5%에서 사이클을 종료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양적긴축(QT)의 종료이다. 연준은 위에서 지적한 경기침체를 완화하기 위한 보험성 금리인하 이외에도 금융시스템에 풍부한 유동성 유지를 위한 또 다른 완화적 통화정책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바로 연준의 QT 중지, 즉 대차대조표 축소에 따른 유동성 공급 축소를 억제하는 것이다. 2022년 6월 시작한 QT는 현재 매월 만기 도래하는 국채 600억 달러와 주택저당채권 350억 달러까지 총 950억 달러 규모로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QT는 우선 만기 도래하는 국채와 주택저당채권의 상환을 50% 수준으로 줄이는 테이퍼링을 먼저 실시하고, 궁극적으로는 모든 만기 도래 국채와 주택저당채권을 국채로 재투자하면서 종료될 전망이다.

QT 종료 시점은 연준의 대차대조표에서 과잉유동성을 흡수하는 역레포가 고갈되며 유동성 부족이 발생하는 시점이 될 수 있다. 역레포 잔고는 2023년 1분기 말 2조3천700억 달러로 연고점을 찍은 후 올해 1월 12일 현재 6천31억 달러로 줄었다. 이와 같은 감소세가 지속되면, 3월 말경에는 잔고가 바닥이 날 전망이다. 3월 중에는 유동성 부족에 따른 단기금리 급등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연준은 빠르면 3월에 테이퍼링을 시작, 미국의 경기둔화가 가시화되는 3분기 전에는 QT를 종료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점은 디스인플레이션 가속 가능성이다. 2023년에는 높은 물가상승률이 잘 하락하지 않는, 즉 경직적인(Sticky) 것이 특징이었다. 2024년에는 유가 약세와 중국의 디플레이션 영향으로 인플레이션 둔화, 즉 디스인플레이션이 가속할 수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일시적인 상승압력에도 불구하고, 유가는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 증가, 2024년 유럽의 경기침체와 미국 경제의 둔화 등으로 하락할 전망이다. 게다가 중국은 유가 약세에 따른 공급측 하방 압력과 내수 부족에 따른 수요측 하방 압력으로 디플레이션을 전 세계로 수출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내용을 종합하면, 2024년 경제는 정책금리 인하나 양적긴축 축소 등으로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가 강화되면서 연착륙이나 경기침체 정도가 약하며, 인플레이션은 공급망 차질 우려 등에도 불구하고 경기둔화와 유가 하락 등으로 하락세가 전년보다 빠르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경기나 인플레이션에 대해 과도하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

(장재철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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