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향후 정책금리 방향에 대한 전망이 다양해지고 있다. 아직 우세한 전망은 연준이 정책금리인 연방기금금리를 인하하나, 상반기 중 조기 인하가 아닌 하반기 쪽으로 연기되는 것이다. 물론 이번 금리인하 사이클의 종점은 명목 중립금리인 2.5%로 향하는 것이다. 또한 일각에서는 연준의 다음 행보가 정책금리 인하가 아니라 인상일 수 있다고 전망도 한다. 얼마 전 미국의 전 재무장관이었던 래리 서머스는 이러한 가능성이 15% 정도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전망은 이번 연준의 정책금리 인하는 그 인하 폭이 크지 않을 것이며, 다시 인상할 수도 있는 '미드-사이클 조정'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러한 전망 중 미드-사이클 조정에 점차 무게를 두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같이 다양한 연준의 정책금리 경로에 대한 전망이 제기된 배경은 세 가지로 다음과 같다. 첫째, 연준이 1월 통화정책회의에서 시장에서 팽배했던 3월 조기 인하 가능성을 배제한 것이다. 1월 회의 직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이나 회의 의사록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 있으나, 양호한 경제 펀더멘털과 불확실성으로 물가 불안은 여전한 것으로 평가했다. 따라서 정책금리 인하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다. 정책금리 인하 시점이 뒤로 연기되는 이유이다.

두 번째는 예상보다 높은 미국의 1월 인플레이션이다.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한때 9%를 웃돌았으나 지난해 말에는 3.4%까지 하락했다. 시장은 1월에도 이러한 둔화세가 지속되어 물가 상승률이 2%대로 내려앉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실제로 발표된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예상을 웃도는 3.1%를 기록했고, 전월대비로도 상승 폭을 더 키웠다. 이는 연준이 우려했던 '라스트 마일의 어려움', 즉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최고치에서 3% 수준으로 낮추기는 비교적 쉽지만 3%에서 인플레이션 목표 2%를 향해 마지막 1% 포인트를 더 낮추는 것, '라스트 마일'이 더 어렵다는 것이 현실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다. 이는 물가 불안으로 정책금리 인하를 연기하거나 오히려 인상할 요인이 있다는 근거가 된다.

셋째는 여전히 강건한 미국 경제이다. 2023년 4분기의 경제성장률 속보치는 전기대비 연율로 3.3%이다. 이전 분기의 4.9%보다 낮았으나, 2% 내외로 추정되는 잠재성장률을 상회하는 것이다. 1월 비농업 부문의 일자리는 35만3천개나 늘어 시장 예상치를 약 두 배 이상을 웃도는 호조세를 보였다. 한편, 2월 들어도 소비심리가 개선되고 제조업 및 비제조업 구매관리자 지수가 전월을 웃돌며 체감경기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애틀랜타 연준은 2024년 1분기 경제성장률이 2.9%가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미국의 향후 경기를 진단하는 선행지수를 발표하는 컨퍼런스보드가 '미국 경제가 다소 둔화할 수는 있으나, 경기 침체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는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을 오래 지속하고 중기적으로 재가속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예상보다 양호한 경제 펀더멘털과 인플레이션 압력이 상존하는 가운데, 연준이 이제까지의 정책금리 인상 기조를 인하로 전환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1970년대 이후 56개국의 100건이 넘는 인플레이션을 분석한 국제통화기금(IMF)의 지난해 9월 연구는 5년 이내에 성공적으로 인플레이션을 통제한 경우는 60%에 불과하다고 했기 때문이다. 나머지 대부분은 초기에 인플레이션이 하락하다 높은 수준에서 정체되거나, 다시 가속된 경우였다고 한다. 이는 위의 '라스트 마일의 어려움'에 대한 경험적 증거이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했을 때 앞으로 예상되는 연준의 변화는 다음 두 가지가 될 것 같다. 첫째, 연준이 3월 통화정책회의에서 발표할 경제전망의 조정이 예상된다. 지난해 12월 연준은 2024년 경제성장률과 소비자지출물가(PCE) 상승률을 각각 1.6%와 2.5%로 전망했었다. 지난 4분기와 올해 1분기의 경제성장과 물가를 고려하면 연간 성장률과 PCE 인플레이션의 상향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상향 조정 폭이 커진다면, 올해 말까지 예상되었던 4.75%까지의 정책금리 인하 폭도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연준 내에서 공급 부문의 잠재력 개선에 따른 물가 하락압력도 있다는 것이 지적되고 있는 점은 물가 상승률이나 정책금리의 큰 폭 조정을 제약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로는 연준의 향후 정책금리가 명목 중립금리를 향해 지속해서 우하향하지 않을 가능성이다. 즉, 연준이 12월에 전망했던 대로 2025년 이후의 인플레이션 경로와 정책금리의 경로를 그대로 유지하지 않을 수 있다. '라스트 마일의 어려움'은 1995년이나 1998년에 경험했던 '미드-사이클 조정'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즉, 그동안의 인플레이션 둔화로 높아진 실질금리가 미국 경제를 경착륙시키는 것을 막고, 유럽과 중국 등 주요국의 경기 부진에 따른 하방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해 일단 금년 중에 정책금리 인하는 필요하다. 그러한 금리 인하 시점은 빠르면 6월이나 7월 말로 예상되며, 인하 폭도 이전의 미드-사이클에서의 인하 폭인 0.75% 포인트, 즉 0.25%포인트씩 세 번이 될 전망이다.

연준은 이와 같은 금리 조정 이후 정책금리를 한동안 명목 장기 중립금리를 상회하는 높은 수준으로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경제의 연착륙이 물가 압력을 지속해서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2024년 하반기 이후에 인플레이션이 더 하향 안정되는 것이 아니라, 2%대 중반에서 다시 3%대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정책금리의 재인상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미국 경제의 연착륙은 고용에 큰 충격이 없다는 것이며, 이는 높은 임금 상승률이 유지되며 서비스 인플레이션에 압력을 줄 것이다. 게다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승세로 전환한 주택가격이 12개월 시차를 두고 주거비를 올림으로써 서비스 인플레이션에 또 다른 상승 압력을 줄 전망이다. 이 같은 주택가격 상승 전환은 올해 하반기 소비자물가를 상반기 대비 0.3%포인트 이상 높이는 요인이다. 게다가 최근까지 상품가격 하락에 기여했던 글로벌 공급망 개선이 앞으로 더 좋아질 여지가 없다는 점도 향후 인플레이션에 하방보다는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전망은 연준의 정책금리가 적어도 중기적 시계에서 높은 수준에서 더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점을 다시 확인하는 것이다. 또한 정책금리를 1년 반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5.25% 포인트나 인상해도, 경제 연착륙을 위해 소폭의 금리 조정만이 필요하다는 점은 중립금리 자체가 높아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결국 앞으로는 이전보다 높은 금리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재확인하는 것이다.

(장재철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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