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이효지 기자 = 우리나라가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달성에 필요한 재생에너지를 조달하기 가장 어려운 나라로 지목됐다.

12일 더 클라이밋 그룹과 탄소공개정보프로젝트(CDP) 위원회가 최근 발간한 'RE100 2023'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서 사업을 영위 중인 국내외 RE100 가입 기업 165개사 중 66개사(40%)는 한국을 '재생에너지 조달에 장벽이 있는 국가'로 꼽았다.

RE100 기업들의 장벽
[RE100 2021 연례 보고서 발췌. 재판매 및 DB 금지]

 

조달 방법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32개사로 가장 많았고 높은 비용과 제한적인 공급을 지적한 회원사도 27곳이나 됐다.

 

대체로 높은 비용이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됐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비용은 차치하고 재생에너지 조달 자체가 다른 나라보다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전체 RE100 가입 기업들이 연간 전력 소비량의 5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반면 한국에서는 전력 수요의 9%만을 재생에너지로 조달했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업계의 '슈퍼 을(乙)'인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도 연차 보고서에서 "우리는 신뢰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 전력이 거의 없는 한국에서 계속해서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면서 같은 지적을 한 바 있다.

ASML은 2040년까지 고객 업체들을 포함한 모든 생산 과정에서 넷제로를 달성한다는 계획으로, 원전 없이 신재생에너지로만 이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조달이 힘든데도 RE100 회원사 중 전력 소비가 가장 많은 기업의 본사 소재지이기도 하다.

2022년 말 기준 RE100을 선언한 한국 기업은 31개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005930], 현대자동차[005380], KT[030200], 삼성디스플레이 등이 2022년에 신규 가입했고 롯데웰푸드, 삼성화재[000810], 삼성생명[032830]은 지난해에 참여를 선언했다.

2022년에 새로 RE100에 가입한 기업 중 전력 소비가 가장 많은 10곳 기업 중 7곳이 한국 기업이었고 이들의 연간 전력 사용량은 28TWh에 이른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국내에서 전력 사용량이 가장 많은 기업으로, 2022년 기준 2~5위 기업들이 사용한 전력을 합친 것보다도 많은 전기를 썼다.

미국은 자국 내 공장을 지으면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하는 등 각국은 RE100 달성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은 RE100의 대안으로 원전을 포함한 무탄소 에너지(CFE·Carbon Free Electricity)를 활용해 탄소 중립을 추진하는 CFE 이니셔티브 확산을 추진하나 아직 울림이 크지 않다.

더 클라이밋 그룹은 "기업이 재생에너지 사용을 안정적으로 확대하도록 국가 재생에너지 목표를 상향하는 등 일관된 정책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hj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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