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구재상 전 부회장이 떠날 당시에는 미래에셋증권이 용퇴 멤버에 대한 성과 보상을 어떻게 해야 할지 기틀을 잡아가는 단계였다. 이번 최현만 고문에게는 이와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많은 보수가 지급될 것이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말은 현실이 됐다.

미래에셋증권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최현만 회장(전 대표이사, 현 고문)은 지난해 총 105억5천800만원의 연봉을 받았다. 16억원가량의 급여와 27억원의 상여가 포함된 금액이다. 최 고문은 주식매수선택권을 행사하지 않고도 61억원 상당의 퇴직금을 받았다.

제도권 금융사에서 퇴직금 포함 100억대라는 숫자가 나왔다.

박 회장이 최 고문에 역대급 보상을 예고했던 건 지난해 12월이다. 그날은 한국경제인협회가 주최한 국민소통 프로젝트인 한국판 버핏과의 점심 갓생한끼가 있었던 날이었다.

공식 석상에 좀체 나오지 않는 박 회장이지만, 청년세대와 만나 '불가능을 넘어선 도전'에 대해 얘기하는 자리였던 만큼 기꺼이 참여했다. 2002년생부터 1989년생, 20명과 만나 기업가 정신을 얘기하고. 샌드위치를 먹었다. '중꺾그마(중요한 건 꺾여도 그냥 하는 마음)'가 키워드였다.

 

MZ세대들과 담소 나누는 박현주 회장
(서울=연합뉴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11일 서울 중구 미래에셋센터원에서 열린 한국경제인협회 '갓생한끼(한국판 버핏과의 점심)'행사에 참석해 MZ세대들과 식사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2023.12.11 [한국경제인협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국가대표 기업인으로 청년세대에 창업부터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하면서 동반자와의 기억들이 스쳐 갔을 것이다.

 

"CEO 타이틀을 물려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임직원에게도 좋은 자극이자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고 했던 박 회장의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이라는 금액'이라는 말은 '상상할 수 없는 것을 상상해야 한다'고 항상 하는 말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당시에는 발표만 하지 않았지, 인도 10위권 증권사 인수를 확정 지은 상태이기도 했다. 2018년 국내 증권사 최초로 인도에 진출한 지 5년 만에 박 회장은 현지 증권사 인수에 이르게 됐다.

인도는 특히나 박 회장에게 각별한 곳이다. 2006년 인도 현지법인을 설립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유일한 독립 외국자본 운용사였다. 합작사가 아닌 100% 오너십을 가지고 진출했고, 브릭스 열풍이 꺼질 때도 버텼고 결실을 봤다.

미래에셋 창업자 중 한 명을 떠나보낸 게 2012년이다. 그때는 이만큼의 보상을 할 수 없었지만, 미래에셋은 그동안 많이 달라졌다. 자기자본 10조원을 넘어섰고, 순이익 1조원도 맛봤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번 보상에 대해 "주요 직위자 퇴직금 지급기준에 의거, 2016 이후 적립한 퇴직연금 부담금과 경영성과급 퇴직연금 납부액 그리고 전문경영인으로서 재임 동안 성과 창출 및 지속가능경영의 토대를 마련하는 등 회사에 기여한 성과를 고려해 지급된 33억3천400만원의 퇴직공로금을 포함하여 산출했다"고 설명했다.

여의도 증권가에서 CEO보다 연봉을 더 많이 받는 일은 흔해졌다. 눈에 띄는 성과를 보였으면 그만한 보상이 따르는 것도 이제는 당연해졌다. 격전지에서 오랜 기간 최고의 자리를 놓치지 않으면 임원이 아니어도 근로소득으로만 누적 100억원 이상을 받는 일도 있었다.

이번에는 조금 다르다. 세금 등을 제외하겠지만 사업보고서 '원샷'으로 연봉 100억원이다. 개국공신을 떠나보내는 박 회장의 준비와 정리는 증권업계 주니어들에게는 '어나더 레벨(Another Level)'이다.

미래에셋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이자 박 회장의 가족 기업인 미래에셋컨설팅은 용퇴를 결정한 최 고문과 가족들의 미래에셋자산운용 지분을 이미 취득해줬다. 지분 매각으로 최 고문 등은 450억원 정도를 챙겼다. 그룹 지배구조를 강화하는 차원이자, 전직 창업공신에 대한 예우였다.

미래에셋은 최 고문이 보유한 미래에셋캐피탈 주식도 추후 사들일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미래에셋캐피탈 모두 비상장사다. 이미 챙긴 450억원에다 퇴직금 포함 100억원, 향후 캐피탈 지분 매각까지 엄청난 현금 잔치가 벌어지게 된다.

미래에셋은 지금부터 선례를 쌓아가며 혁신적인 성과를 낸 경영진에 대한 대우를 체계화할 예정이다. 미래에셋만의 후계 육성 타이틀로 만들고자 하는 의지가 강한 만큼이나, 그동안 공을 세운 멤버들과의 '아름다운 이별'이 중요하다는 인식도 숫자로 공유할 계획이다.

미래에셋의 이런 행보가 여의도, 아니 국내 기업에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 대우란 이런 것이며, 한때 나와 동고동락했던 동료에 대한 의리도 이런 것이다.

숫자가 대단해서가 아니다. 때가 되면 겪어야 하는 우리 모두의 일을 이렇게 살뜰히 챙겨주는 마음이 아름다워서다. 떠나야 할 때를 알고 떠나는 뒷모습, 보내는 마음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투자금융부장)

sy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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